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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는 여자20

여전사의 치킨유감 타이슨 치킨이 탐낸 비말네 석류 아직 일곱시를 채 맞춰지 못한 긴다리 분침은 제자리에서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면서 얘가 닳고 맘만 급한 초침은 째깍 째깍 짧은 다리 원망할 기운도 없어 안간힘 써대며 달립니다. 타이슨의 돌격 정신을 닮았는가 봅니다. 꼬끼오~ 꼬꼬댁 꼬꼬 꼭꼭꼭.. 웬 구신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창밖 지붕위에서 나고 잎도 없는 석류나무밑 철망앞에는 똘순이가 죽을 힘을 다해 몸을 버티고 서서 악을 써대고 있습니다. '똘순아, 왜 그래?' 아프고 나서 제대로 짖지를 못하는 똘순이는 안타까운 듯 ‘갸르릉~' 거친 숨만 몰아쉬며 억지로 버텨선 체 슬픈 눈길을 건네며 빨리 나오라는 듯 부르르 몸을 떨며 응원을 청합니다. 급한 마음에 스웨터도 못 걸치고 페리오 문을 열고 맨발로 슬러퍼에 발을 꿰고 나섭니.. 2023. 7. 24.
83 설파 카페에서 타이핑으로 찍어 그린 그림들 거기가 어디였던지~ 누구와 함께 였던지.. 꿈속에서의 일처럼 정확한 기억은 없습니다. 남의 자잘한 것들까지 머리속 기억장에 보관해 두고 사는 비말이는 제 자신에 관한 것들부터 머리속에서 순삭하며 사라지게 하는 기술을 터득합니다. 정 득복 시인님의 '낭송 작품' 모임이 있은 날인가 봅니다. 40년이 가까운 어느 날이었네요. 1983. 9, 24 (토) 15:00/ 장소: 서울 세종 호텔뒤 '설파 까페' 에서. 한번씩 이런 오래된 기억들이 찾아질 때마다 매앵해지는 순간들 입니다. '詩人이 뒹굴어야 세상이 바로 선다' 라는 정득복 시인님의 글을 만납니다. 정득복(鄭得福) 시인, 공무원/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등단 : 1960년 자유문학/ 1937년 경남 하동군 출생. 경희.. 2023. 7. 21.
5월 물통에 빠진 봄 후렌치 토스트 쏘세지 야채볶음밥 엊그제 피어난 봄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이리저리 구박덩어리처럼 뒹굴며 떠밀려 다니고 있었습니다. 봉긋 돌틈새를 비좁고 얼굴을 내밀다가 금방 또 개울가 갈대숲을 헤치고 솜털 보송거리며 강아지풀처럼 나서더니 갸날픈 모가지 외로 모로 꼬고 앉아서 웃는 듯 우는 듯 혹은 수줍은 듯.. 그 봄인지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밀려나는 슬픔에 이봄이 서럽다고 합니다. 5월을 이름표처럼 가슴에 달고 날아온 아이는 지가 봄인지 여름인지 조차도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물통속에 빠진 봄이 흔들리며 또아리를 틀면서 빙글거립니다. 쉴새없이 불어대는 바람이 꽃무덤을 만들고 스치듯 지나는 바람에 사시나무 떨듯 안간힘 써대며 꽃 이파리 하나라도 좀더 함께 하려고 갸느런 줄기에 목을 메고 있습니다. 허나 어쩌랴.. 2023. 5. 3.
오리가족의 어느날 만화방 풍경과 동네 구멍가게 몇 해전 봄에 동네 연못을 걷다가 만난 사진속 오리들을 보면서 꼬무락대는 게 날개짓도 아직 못하던 작은 새끼오리들을 떠올리며 엄한 생각에 빠져듭니다. 어린 날 아직 한글로 제 이름 석자도 깨우치지 못 하던 그런 때 일원짜리 동전 두닢을 들고 만화방으로 쪼르르 달려가던 날들을요. 동전 두개를 혹시라도 놓칠세라 손 안에 땀이 날 정도로 꼬옥쥐고 종종 걸음으로 달리다가 중국말도 잘 하는 영석이네 엄마가 컴컴한 구석 어딘가에서 내다보고 있을 구멍가게 앞에 멈춰서서 생각이 많아집니다. 엄마는 일원에 두 개하는 하얀 돌사탕 사서 입에 넣고 이빨 다치니까 깨먹지말고 살살 빨면서 만화책 다 볼 때까지 먹어라셨는데.. 다른 과자도 눈에 들어와 마음을 어지럽 힙니다. 하얀 국사발같이 반지르르한.. 2023.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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