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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는 여자20

오리가족의 어느날 만화방 풍경과 동네 구멍가게 몇 해전 봄에 동네 연못을 걷다가 만난 사진속 오리들을 보면서 꼬무락대는 게 날개짓도 아직 못하던 작은 새끼오리들을 떠올리며 엄한 생각에 빠져듭니다. 어린 날 아직 한글로 제 이름 석자도 깨우치지 못 하던 그런 때 일원짜리 동전 두닢을 들고 만화방으로 쪼르르 달려가던 날들을요. 동전 두개를 혹시라도 놓칠세라 손 안에 땀이 날 정도로 꼬옥쥐고 종종 걸음으로 달리다가 중국말도 잘 하는 영석이네 엄마가 컴컴한 구석 어딘가에서 내다보고 있을 구멍가게 앞에 멈춰서서 생각이 많아집니다. 엄마는 일원에 두 개하는 하얀 돌사탕 사서 입에 넣고 이빨 다치니까 깨먹지말고 살살 빨면서 만화책 다 볼 때까지 먹어라셨는데.. 다른 과자도 눈에 들어와 마음을 어지럽 힙니다. 하얀 국사발같이 반지르르한.. 2023. 4. 13.
만우절 블방의 진리 차 한잔의 여유 블로그에서 '블방의 진리 I' 을 작성하던 날이 언제였던지 기억에도 없는데 암튼 그 날 그 글을 작성할 때만 해도 엄청 진지하고 머리 아프게 고심했던 기억은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기는 거지만 그 땐 그랬습니다. 영어로 놀던 이들이야 어차피 동양의 어느 작은 나라에서 온 여자가 '나 엘리언이야, 달에서 왔어!' 하는 게 재미있기도 신기하기도 해서 자꾸 말도 시키고 '후 불면' 날아갈 것 같은데 끝까지 살아남는 게 의외였던지 더러는 도와주고 싶어하고 혹은 짓밟아 버리고 싶어 하면서 제 주위를 늘 뱅뱅 돌기들도 했습니다. 낼모레가 만우절인데 블방의 진리라는 제목을 찾아놓고 거짓말같은 현실앞에 혼자 허허대며 웃습니다. 내가 육십의 중반을 넘긴 나이라니 글방 글친구님들께는 죄송하지만 저로.. 2023. 3. 30.
백발꽃과 푸세식 똥똣깐 백발꽃과 푸세식 똥똣깐 창밖 뜨락에 하얀 오렌지꽃잎이 하나씩 날리는 걸 보면서 유년 시절을 남쪽 바닷가 마을 사계의 구분이 뚜렷하지도 않던 충무시 (지금의 통영) 에서 살다가 서울로 이사갔던 어느 날을 떠올립니다. 서울역에 새벽열차에서 내린 아직은 캄캄한 새벽. 한번도 본 적도 만난적도 없었던 발자국 하나없는 하아얀 눈길을 밟으며 신기해서 추운줄도 모르고 처음 타본 기차 (완행열차) 에서 내려 형부손에 꼬옥 잡힌 체 걷고 또 걷던 어느 새벽길이 잠시 떠오르기도 합니다. 집으로 오던 중 잠시 들린 푸세식 똥똣깐 안에서 내다본 하늘에는 하아얀 백발꽃이 흐느적거리며 날리고 있었습니다. 사꾸라 하얀 꽃이파리 같은데 눈이라고 부르던 그 하아얀 눈송이가 하느작거리며 날려 내 신발위에도 앉고 길게 땋아내린 내 양갈래.. 2023.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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