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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속의 글들

꿈으로 가득하여라

by 비말 2023.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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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꿈으로 이어지며 (조병화)

흰죽 한 사발로도 일곱가지 무지개꿈을 꿜 수도 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건 나이가 들어가면서 소소한 작은 것들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 같습니다. 조병화님의 시 (詩) '해마다 꿈으로 이어지며' 를 다시 꺼내 읽으면서 '꿈을 갖는 기쁨' 을 다시 만납니다. '흰구름 뜨고 바람 부는 맑은 겨울 찬 하늘' 저도 그 하늘을 우러러보며 마른 나뭇가지에 걸친 체 빛나는 겨울해를 봅니다.

흰죽 한 사발은 희망입니다

색바랜 사진속 겨울해가 이파리 하나없이 지난 가을 새 밥으로 남겨졌던 몇 개의 무화과를 달고 있는 나뭇가지 사이로 빛을 쏟아냅니다. 바람도 불고 쌀쌀해 옷깃을 여미면서도 그 자리를 떠날 수가 없습니다. 봄은 이미 우리곁에 와 있는데 나뭇가지에는 흔적 조차 보이지가 않습니다. 그냥 앙상하고 하얗게 죽은 것같은 마른 나무입니다. 지난 여름 달착지근한 무화과를 잔뜩 품고 있는 그 나무는 아닌 것 같습니다.

나목에 무화과가 열릴 날을 꿈꾸며

해마다 꿈으로 이어지며 (조병화)

꿈을 갖는 기쁨, 그 행복처럼 기쁨과 행복이 있으랴.. 어느 해에도 이러한 새로운 출발의 용기와 각오와 기쁨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나이 들수록 더욱더 이 꿈의 기쁨이 더해진다 흰구름 뜨고 바람 부는 맑은 겨울 찬 하늘 그 무한을 우러러보며 서 있는 대지의 나무들처럼 오는 새해는 너와나, 우리에게 그렇게 꿈으로 가득하여라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오는 영원한 일월의 영원한 이 회전속에서 너와 나, 우리는 약속된 여로를 동행하는 유한한 생명 오는 새해는 너와나, 우리에게 그렇게 사랑으로 더욱더 가까이 이어져라.

오로지 기쁜 기대와 꿈으로 이어져 먼 그날의 보람을 바라며 약한 목숨을 이끌고 살아오는 너와 나, 우리 꿈을 꾸는 기쁨과 그 꿈으로 가는 즐거움과 그 꿈을 만져보는 보람과 그것으로써 나의 생존 고독을 이겨 내는 해방감, 그것이 나의 생애라 할까. 올해도 그 꿈으로 이어져 간다.

고독과 사색의 창가에서 (82쪽)/ 조병화 에세이

흔들린 사진 하나도 버려지지 않고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이 무섭고 괴로운 날도, 들 뜬 마음으로 기다려지기도, 혹은 걱정과 희망이 함께 버물려 밤 잠을 설치게도 했습니다. 한 해 또 다른 한 해가 이어지면서 꿈과 현실이 이상을 이기지 못해 약속된 여로를 이탈해 가기도 합니다. 부푼 꿈은 꿈일 때가 젤로 부지런해지고 행복해질 때 이기도 합니다. 너와 내가 우리로 만나 만들어내는 꿈들은 또 다른 목표를 갖게도 하고 깊고 푸른 밤길도 하얗게 뜬 눈으로 지새운 하얀밤도 헤쳐 나올 수 있게 합니다, 해방감!

아직은 소스도 얹지않은 함박스테이크

물과 쌀로만 만들어진 하얀죽 한 사발을 만날 때는 씹어 목안으로 넘길 수도 없이 힘이든 때였을 겁니다.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아프거나.. 꿈도 희망도 없이 헐벚은 겨울나무로 서 있을 때 였을 겁니다. 이제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서 용기도 내고 각오도 다지고 겨울나목에서 싹을 틔운 새싹도 만납니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함께 하는 세상에서 매분 매초가 꿈으로 이어집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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