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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근소녀 일탈기

니들은 늙어도 이뻐

by 비말 2023.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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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스민아, 민들레 홀씨야 니들은 늙어도 이뻐

 

밤 새 내린 비로 다 떨어져 버렸나 했더니 비는 만난적도 없다는 듯 파아란 하늘 하얀구름을 머리위에 얹고 찰랑찰랑 해찰들을 떨어대는 나뭇잎들을 잠깐 만나 인사하고 그 비에도 꽃잎 하나 상하지않고 손바닥으로 가린 하늘에서 비춰주는 햇살이 만들어내는 노오란 콩알 하나 내려다보며 아직 얼굴도 닦지 못한 하아얀 쟈스민은 물방울을 머금고 '날 좀 보소' 합니다.

통풍구멍으로 숨어들 듯 빛살 몇 올이 도적처럼

부엌창문 너머로 하늘이 무슨 이변이 일어날 것을 귀뜀이라도 해주는 듯 하더니 밤새 내린 비로 유리창이 혼자 눈물흘린 자국에 햇살이 위로를 하는지 반짝 빛을 발합니다. 눈이 부시게 찬란한 빛줄기 따라 통풍구멍으로 숨어들 듯 빛살 몇 올이 도적처럼 스며듭니다.

비에 젖어도 아름답습니다, 하얀 쟈스민

수 십년을 혼자 해오던 건데 이젠 새로운 것에 눈도장 찍고 공부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마음처럼 가뿐하지도 깃털같이 가볍지도 않은 몸과 나이지만 더 늦어 손가락이 자판기 서너칸씩 헛짚기전에 뭔가 좀 해보려 했더니 그 조차도 허락을 않해줍니다. 틀어올린 머리 고무줄을 풀어내려 놓으니 숨쉬고 있는 눈만 깜빡거리는 구신같습니다. '아, 이런 꼴을 보고도.. 너 이뻐!' 하는 넘편은 역시 내 편은 아니었던가 봅니다.

캘리포니아의 3월 시작은 비에 젖어

2월 말까지만 비가 오락가락 한다더니 3월이 되자 또 일기예보는 말을 바꿥니다. 하늘은 구름과 해를 뒤로 숨긴 체 계속 비를 쏟아붓습니다. 어제는 개스 스토브가 안되더니 오늘 새벽은 히터가 꼼짝도 안합니다.

뉴스에서 며칠째 그런 곳도 있다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숨죽이고 있었는데 개스 요금은 지난 달 두 배반을 넘고.. 개스 새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아 SoCalGas 회사로 전화했더니 콘택이 되어 오늘 중으로 온다더니 30분도 않돼 대문앞에서 벨로 전화로 딩동거립니다. 세상은 좋은데 내 살아내는 게 조금 버거워지는 걸 보니 뭐든 혼자 다하려는 욕심 때문인 것 같습니다. 조금더 내려놔야 할 것 같습니다.

하얀 민들레 홀씨들아, 니들은 늙어도 이쁘다.

비 맞고 물기 머금은 풀꽃나무들이 봄이 온 줄 알고 '깍꿍' 하다가 도로 꽃잎을 오그려 들이는데 비말네 민들레의 영토에 다시 노오란 민들레가 피면서 봄꽃의 대표인 듯 폼을 잡습니다. 암탉과 병아리라 불리는 '핸엔칡스' 들도 조랑조랑 꽃 피울 준비를 하나봅니다. 하얀 쟈스민아, 하얀 민들레 홀씨들아, 니들은 늙어도 이뻐 보인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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