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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근소녀 일탈기

또 다른 한 해가 죽은 듯 살아 숨을 쉽니다

by 비말 2023.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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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한 해가 죽은 듯 살아 숨을 쉽니다

문득, 겨울 아침 햇살이 봄날 아지랑이처럼 찾아들어 제 방 창가를 두드리던 날 세상에서 젤로 할 일없고 한가한 여자가 되어 마음의 커튼을 활짝 열어 제칩니다.

이방 저방 안방 건너방 문간방 키친 창가에 서서 새벽녁에 만나지던 노오란 먼동이, 빠알갛게 치솟던 아침해가, 낮에 만났던 하아얀 반달이, 깊고 푸른 바다속에 담긴 듯 빛나던 밤하늘 별들이, 맘이 착 가라앉아 질척거리던 날들이.. 또 다른 한 해 속에서 죽은 듯 살아 숨을 쉽니다.

또 다른 한 해가 죽은 듯 살아 숨을 쉽니다

 

봄날 아지랑이처럼 피어 오르던 날이, 장대비 쏟아지고 억새바람 불던 날이, 나부같이 꽃잎 흐날리던 날이, 뭉게 구름 두둥실 산자락에 몸 걸친 체 갈까 말까 맘 졸이던 날이, 햇살과 먼지가 통풍 구멍을 넘나들며 빗살놀이를 해대던 날이, 잿빛 하늘이 내려앉아 니맘 내맘 한자락씩 내려놓던 날들이 죽은 듯 다시 살아나 숨을 쉽니다.

 

또 다른 한 해가 죽은 듯 살아 숨을 쉽니다

 

여리던 나무에 싹이 트고 줄기와 잎을 내고 꽃이 되어 열매를 맺고 계절마다 색바꿔 옷갈아 입고 지 자랑질 해대다가 종내에는 훌딱벗고 서서 하늘하고 키재기 놀이에 심취해 정신줄 놓고 놀던 그런 날들이 다시 돌아와 들숨날숨 내쉬며 알은 체를 해줍니다.

 

https://4mahpk.tistory.com/382

 

대화칸의 글기둥

가끔은 내 집인 색바랜 편지방을 남의 집 드나들 듯 할 때가 있습니다. 이름표 없이 친구님 글방을 기웃거리다가 비말이를 클릭하고는 남의 방인 양 불씨없이 스산하고 싸늘한 날도 반가움에 입

4mahpk.tistory.com

 

또 다른 한 해가 죽은 듯 살아 숨을 쉽니다

 

지천명의 문턱에서 들숨 날숨 숨가쁘던 그 언젠가가 언제였던지 내 마음에 삽질하고 망치질하며 자책하고 후회하던 않될 걸 (gir) 말 걸 (girl) 숨을 걸 (girl) 그럴 걸 (girl) 늘근 걸 (girl) 이순이 바로 코 앞인데도 왜 아직도 아직 이랄까~ 도대체 '비말아, 넌 원하는게 뭐냐 늘근소녀야?' 나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거니? 주먹을 모로 세워 쥐박아 버리고도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아냅니다.

 

또 다른 한 해가 죽은 듯 살아 숨을 쉽니다

 

그나마 감사한 게 그 맘이 매분 매초 촐랑방정을 떨어대지 않는다는 거, 또 시간이 하릴없이 지 혼자 흘러가게 냅두지는 않는다는 거, 내가 '내가 아닌 날에도' 나로 기억 되어져 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늘 기도하며 노력합니다. 세상에서 젤로 한가한 여자처럼 이럴 껄 저럴 껄 잠시의 흔들림에 맘 실어내며~

 

열려진 통풍구멍을 타고 숨어든 햇살들이 빛살놀이를 하던 날 또 다른 한 해가 죽은 듯 살아 숨쉬며 찾아줍니다. 숨지말고 맞짱뜨며 한판 신나게 놀아보자고.. (12-31-2012)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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