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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여자

블루 스카이 골프코스

by 비말 2023. 3. 6.

Blue Sky Golf Course

 

골프 라운딩 가자고 달달볶던 짝꿍도 어느 날 부터는 '니 맘대로 해라!' 며 혼자 골프장엘 다녀오면서 마눌 약 오르라고 '누구 누구들은 실력이 늘어 엄청 잘 치던데..' 해도 그러든가 말던가 하며 버티고 있었습니다.

춥다고 덥다고 아프다고 이리 빼고 저리 빼면서 블방질로만 달리고 달리다가 두 달여만에 골프웨어가 아닌 방한복 입고 나갔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었던지 날씨가 훈훈하다 못해 좀 더웠습니다.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하얗고 잔디는 초록으로 사방이 봄볕입니다.

힘을 못 써는지 맥을 못 써는지 공이..

몸이 뜨거워 가뿐하게 입고 나간 넘편은 그래도 덥다고 모자까지 벗어 던지는데 목티에 목양말에 털조끼까지 입고는 '더우면 조끼 벗어!' 하는데도 고집 피우며 끝끝내 달립니다. 가뜩이나 며칠을 얼고 떨은 뼈들이 뻐거덕 소릴내는데 오늘 따라 제 골프채들은 하나도 없습니다. 주로 Par 3는 6번으로 치는데 남자 5번이 여엉 말을 안듣습니다.

얼마만에 나왔는데 혹여라도 잘 안맞는다고 다음번엔 안나온다고 할까봐 넘편이 쓰잘떼기없이 슬쩍 발로 차서 제 공을 홀컵 가까이에 가져다 놓습니다. '자꾸 그러면 '나 골프 안쳐~' 빽 소릴지러자 '알았어! 그래도 이왕 해준 건 그냥 치랍니다. 하늘의 해는 골프공처럼 둥글게 해무리를 만들어 냅니다. 블루 스카이 그린 골프코스가 상큼합니다.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하얗고 해는 빛나는데

희안한 게 하던 짓도 멍석 깔아주면 못 한다고.. 저는 생각지도 않은 기회가 오면 당황해서 더 못하고 맙니다. 일도 공부도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그냥 오랜 동안 혼자서 몸에 맘에 맞게 해나가는 것만을 정석으로 생각합니다. 넘편 가끔하는 말이 '달리 언챙이냐?' 그러면서 놀리지만요. 비도 왔고 눈도 내렸고 바람도 지나간 골프코스는 '왔어, 비말아?' 반기는데 홀로 외롭게 피어난 민들레는 홀씨만 날리면서 '멀리 멀리 퍼져라' 퐁당 퐁당인데 하늘의 구름은 솜사탕 장수 아저씨가 머신에서 말다가 만 솜사탕처럼 뭉쳤다 퍼졌다 난리굿을 해댑니다.

블루 스카이 그린 골프코스 민들레는 홀씨되어

오랫만에 만난 몇몇의 색깔별 (흑색, 백색, 갈색) 골프 친구 (?) 들은 반갑다고 끌어 안으려 다가서는데 공교롭게도 그 때 기침이 나와서 다들 멈칫합니다. 냄새에 약하고 기관지가 좀 약하다 보니 갑자기 뭔가 앞을 가로 막으면 생기는 증상이기도 합니다. 사람 차별이나 인종차별 그런 거 전혀 않하는 비말이는 누군가 헷꼬지를 하기전까지는 아주 잘 지냅니다.

사진 만드는 걸 스쳐 지나던 넘편이 보고는 '허리통이 없네?' 하며 놀립니다. 할매가 허리통 있어 뭐하게 잘록한 거 보다는 통통한 게 덕 스럽다는 마눌말에 피식 웃고 맙니다. '노병님이 자기 칭찬하시네?' 했더니 어제 종일 해벌레해 다니더니 오늘 아침은 올만에 데리고 나간 마눌 지쳐 할까봐 은근 신경을 썼던지 코를 골며 해가 떠도 못 일어나더니 늦은 아침을 먹고 사무가 바쁩니다.

Blue Sky & Golf Course 비말이는 Splash

은퇴하고도 전처럼 사람들과 잘 안어울리고 혼자 독야청청할까 걱정했는데 요즘은 도로 뜯어 말려야 할 판입니다. 80살도 넘어 보이는 영감님이 무거운 걸 자동차에 실으면서 끙끙대 도와 주고 왔다고 하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이제 환갑된 남자라며 '노인 흉내낸 그 넘' 못된 거시기라며 성질을 내기도 합니다.

오랫만에 다녀온 골프가 조금은 힘들었던지 등허리가 뻐개질 듯 아파 사랑빤쓰 2장 붙이고 얼리브 2알 먹고 초저녁부터 자고 일어났더니 머리속도 맑고 하늘색 하양색 초록색이 눈앞에서 Blue Sky Green Golf Course를 아직까지 담아냅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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