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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문예 창작시

자카란다위 새집

by 비말 2025. 5. 24.

바람소리가 조금만 세차져도 세 식구는 마음이 편치않아 키친 창가에 모입니다. 까치발들고 창밖을 보다가 자카란다 나무위의 새집이 무사한 걸 보면 안심하고 각자의 일에 몰두합니다. 새벽참을 먹고 먼동이 사라지면서 황금콩알 하나를 뱉아냅니다.

강쥐 바둑이는 아침을 먹자마자 페리오 문앞에 서서 '문좀 열어주세요!' 애원을 해댑니다. 지가 나가서 자카란다나무밑에 서 있어야 안심된다는 듯 생난리를 칩니다. 자카란다나무를 타고 오르려는 옆집 냥이뇬이 먼저와 자리를 잡고 바둑이를 약올리기도 합니다.

황금콩알을 뱉아내는-비말뜨락 동쪽하늘
황금콩알을 뱉아내는 비말뜨락 동쪽하늘

 

어제 옆집 황금 냥이뇬한테 할키기까지한 강쥐 바둑이는 오늘만은 먼저 나가 기선 제압을 하고 자카란다나무 위 새집도 자기가 지켜내겠다는 결심이 대단합니다. 지난번 앓고난 후 잘 걷지도 못 하면서, 할아버지의 예술적이지 못한 가위질에 하얀털을 다 밀려 민둥숭이가 된 몰골이 여엉 아닌데도 상관없다나 봅니다.

자카란다나무위 새집 지킴이-강쥐 바둑이
자카란다나무위 새집 지킴이 강쥐 바둑이

 

아침 햇살에 새집이 드러나자 그제서야 안심하며 비말뜨락을 제 영토인 양 헤집고 다닙니다. 가끔 어미새가 들락거리면서 바쁘게 오가지만, 새도 바둑이도 웬만큼 친해졌는지 아니면 둘만의 모종의 약속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노터치' 하면서 선넘지않고 금밟지 않으면서 잘들 지냅니다.

크고 넓은 곳 다두고 거기다 새집을 지었니?
크고 넓은 곳 다두고 거기다 새집을 지었니?

 

놀다가 갑자기 뒷뚱거리며 돌테이블 밑에서 악을 써댑니다. '할아버지 얼릉 나 테이블위에 올려주세요!' 하는 신호입니다. 그예 옆집 냥이뇬이 와 앉았습니다. 몇년 전 바둑이는 지가 개인지 고양인지를 모르고 옆집 냥이를 쫄쫄 따라다니다가 몇번 호되게 할퀴고는 둘이 앙숙이 됐습니다. 지켜려는 자와 뺏어려는 자, 살아나려는 자들 사이에서 동물 식물 잉간들이 아귀다툼을 합니다.

늙은 바둑이는 초조하고--젊은 냥이뇬은 느긋
늙은 바둑이는 초조하고 젊은 냥이뇬은 느긋

 

노심초사하며 올려다보고 내다보면서 자카란다 나무위 새둥지에 온 식구가 메달려 하루를 마음 졸입니다. 강쥐 바둑이는 눈이 퀭해져 바로 설 기운도 없는 것 같은데도 냥이뇬 자리 뜰때까지 서서 버팁니다. 집안에도 안들어오고 나무밑을 지키며 옆집 냥이뇬이 근처에만 와도 으르렁 거리면서 짖어대면서 사투를 벌입니다.

모든 일들이 끝난 후 -느 해 5월 키친창 밖
모든 일들이 끝난 후 어느 해 5월 키친창 밖

 

어제불던 바람은 밤새 아무일 없었다는 듯 조용합니다. 별 기척이없는 자카란다위 새집을 올려보며 조심스럽게 스쳐지납니다. 새둥지를 향해 '괜찮니들?' 알은 체도 못하고 왜 하필 거기에 집을 지었느냐고 물어도 묵묵무답이던 어미새의 고민이 내자신의 것으로 되물음하며 ‘그렇겠구나’ 혼자 묻고 답하며 옹알이를 해댑니다.

앞 포스팅 (052325) '새둥지 짓는 닭' 앞에 일어났던 2017년 3월부터 5월까지의 일들이 어제일처럼 재소환돼 뜬금없이 떠난 바둑이와 잊혀진 옆집 냥이와 숨어우는 바람소리들까지 자카란다 나무가지 사이를 스쳐 지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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