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Special 마켓을 돌며
제게 뭐냐고요? 마켓 장 (Market) 보고 온 영수증 (receipt) 들 입니다. $100 (십 이만원) 이 아닌 $1,000 (백 이십만원) 이 넘는 거네요. 아무거나 허투로 돈을 써는 넘편이 아닌지라 혼자 밖엘 나갈 때면 제 지갑속의 현금들까지 몽땅 털어 '혹시 모를 일에 대비' 해서 넘편 지갑에 옮겨 줍니다. 치과에 가게 되면 한국 마켓들이 많으니 몇 가지 당장 필요한 것들만 사고 나중에 같이 가자고 했는데..
새벽부터 부시럭거리는 마눌 눈치 보면서 '내가 뭘 잘못 사왔어?' 금방까지 코골며 자다말고 실눈으로 비몽사몽 묻습니다. '아니, 그냥 주무셔!' 그래도 뭔가 찝찝한지 '물어봐, 내가 말해줄께!' 폰카까지 들이대며 새벽을 달리는 마눌이 암만해도 심상치 않은가 봅니다. 요며칠 저도 좀 지쳐 몸상태가 살짝 가라앉는데 날씨까지 사계를 달리며 24시간이 실시간으로 변화무쌍하니 조금은 이마에 실핏줄도 세우고 있나 봅니다.
한국 마켓 (Korean Market) 에 가야 된다면서 틈만 나면 컴앞에 앉아 품목들을 싸그리 읽어냅니다. 오늘의 세일 (Today's Speacial) 품목에서 부터~ 한남, 아리랑, 에이치 (H), 시온 마켓들을 두루 케이블선 타고 마우스로 달리다가 '엘에이는 세일 하는데 여긴 아니네!' 못 마땅하면 또 한소리 해대면서요. '배추값이 많이 내렸는데 힘들어서 않되겠지?' 마눌 걱정하며 위하는 척 하면서 세일 품목들 일일이 소리내어 읽어줍니다.
'아, 모리 아포! 나 허리 아파서 김치 못 담궈!' 하면서도 '얼만데?' 묻습니다. 신이 나서 '어바인 (Irvine) 엘에이 (LA) 부엔나팍 (Buena Park) 가든 그로브 (Garden Grove)' 한국마켓 있는 곳은 다 들먹이려나 봅니다. '알았어! 좀더 있으면 배추도 무우도 값이 더 내릴꺼야!' 그러면서 '나, 답글들 드려야 하는데..' 넘편, '그렇게 해!' 그러면서 상황 종료가 된건 줄 알았는데 이틀 동안 $1,000 (백 이십만원) 도 더 넘는 돈을 마켓에 바치고 온 겁니다. 죽 한 그릇 먹고 나가서 치과 상담하면서 신경써고 저 많을 곳들을 돌아다니며 한번도 아닌 이틀 동안에 같은 일을!
한국 드라마 보다보면 더러 입맛이 다셔지는 오랜 추억의 음식들 앞에서 '맛 있겠네!' 한 마디하면 '나중에 한국마켓 가면 사오면 되지, 뭐!' 그냥 그러고 끝나는데 '뜬금없이~ 다 늦게사~ 왜?' 그런 걸 다 기억해 뒀다가 사오는지? 그래도 엄청 감사한 일이지요 마눌 생각해주는 넘편이 그럴 땐 내 편같고 '알기는 하네!' 은근 고맙기도 하더랍니다.
두 달 가까이 강쥐 바둑이 돌보느라 패턴도 리듬도 다 깨져 몽롱한 상태에서 오래전에 해넣은 임플란트 (Implant) 가 통째로 빠져버린 넘편은 놀래서 먹던 걸 삼키지도 못하는 마눌한테 쿨하게 '괜찮아 그냥 끼우면 돼' 그럽니다. 조금더 젊을 때는 말은 못하고 '웩웩' 토까지 해댔던 마눌인지라 미리 자기가 알아서 자릴 피해 줍니다. 이젠 늙어 그 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이빨없는 강쥐 먹여 살리려다 큰일 나겠네!' 마눌도 쿨하게 한 마디 합니다.
다친데도 많고 아픈데도 많지만 울엄마 말씀처럼 '삭신들은 좋게 태어나' 아직 치아도 남의 것 하나 없이 온전한 내 것이고 치과는 자주 안가도 끄떡없고 먹기 싫은 것만 아니면 다 소화시켜 내면서 그나마 오복중에 하나만은 확실하다는 마눌이 그제서야 안심하고 넘편을 놀립니다. '세상 좋은 것 맛난 것 다 먹고 컸는데 대체 뭔 일이래?' 그러길래 작작 좀 드시지~ 32인치 허리통이 40인치 가까이 될 때까지 입을 안쉬니~ 해 가면서 살살 약도 올립니다. '이럴 땐 가난한 울부모가 도리어 고마우시네!' 못 먹이고 못 입혀서 소식이고 다이어트 안해도 되고 쵸코렛도 단과자들도 싫어라 하니.. 해 가면서요.
한창 놀리면서 얌냠 씹어 넘기는데 넘편은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가 봅니다. '바둑이 밥 너가 씹어줘!' 그러는 일이 흔치 않은데~ '왜 그래요?' 묻자 '으응, 괜찮아!' 전혀 안 괜찮은데 또 숨겨 더 큰 사고낼 것 같아 '어디봐!' 목청톤을 한 옥타브 올려 묻습니다. '보면 너 밥 못 먹어, 그냥 너나 먹어!' 비위 약한 마눌이긴 하지만 설마 빠진 치아보고 까무러칠까~ 아직도 스무 살 꽃띠인 줄 아나보다. '나 낼모레면 칠십이야, 이미 다 늘거빠진 할매!'
십 수년 잘 사용했으니 '뭐 그럴만도 하지!' 하면서도 걱정입니다. 겉은 멀쩡해서 나이 어린 외국인 녕감들 조차 'Hey Bro~' 그러며 함부로 한다면서 말트고 친해지기전에 나이부터 묻고 따진다는데~ 치과에 갔다 바친 돈이 얼만데 끝도 없습니다. 몇 달전에도 오래전 알다가 다시 만나진 지인 (한국인) 치과에 이백만원 가까이 상납하고 왔는데! 그러길래 좀 조심해서 드시지.. 맨날 천날 '난, 괜찮아!' 그럽니다. 마눌 눈치보며 살기도 만만찮은데 말입니다.
암만 한국의 만나이 제도가 도입돼 올라가던 나이가 멈췄다고는 해도 이젠 빼도 박도 못하는 기본 나이 칠십이 넘었는데 말입니다. '아직도 못 찾았어?' 자다 또 묻습니다. '뭐 찾는 게 아니라니까!' 긍데, 뭔가가 눈에 띕니다. '나, 이건 못 본것 같은데?' 벌떡 일어나 '뭔데?' 그러더니 영수증을 낚아채고는 샅샅이 뒤집니다. 이쯤에서는 마눌이 또 상황 종료벨을 울려야 끝이 납니다. '내가 아침에 찾아볼께 어차피 냉장고들 다시 정리해야 하니까' 그러면 또 누워 금방 코를 골아 댑니다.
아, 이게 바로 '늙어간다' 는 거구나~ 혼잣말로 옹알이 해대면서 이왕 사온 거 '맛나게 먹자!' 헌데 치과는 또 언제 갈 건가? 얼릉 다녀와야지 조금더 날짜가 있으면 또 마켓들 다 털어올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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