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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근소녀 일탈기

Today's Special 마켓을 돌며

by 비말 2023. 2. 10.

Today's Special 마켓을 돌며

제게 뭐냐고요? 마켓 장 (Market) 보고 온 영수증 (receipt) 들 입니다. $100 (십 이만원) 이 아닌 $1,000 (백 이십만원) 이 넘는 거네요. 아무거나 허투로 돈을 써는 넘편이 아닌지라 혼자 밖엘 나갈 때면 제 지갑속의 현금들까지 몽땅 털어 '혹시 모를 일에 대비' 해서 넘편 지갑에 옮겨 줍니다. 치과에 가게 되면 한국 마켓들이 많으니 몇 가지 당장 필요한 것들만 사고 나중에 같이 가자고 했는데..

새벽부터 부시럭거리는 마눌 눈치 보면서 '내가 뭘 잘못 사왔어?' 금방까지 코골며 자다말고 실눈으로 비몽사몽 묻습니다. '아니, 그냥 주무셔!' 그래도 뭔가 찝찝한지 '물어봐, 내가 말해줄께!' 폰카까지 들이대며 새벽을 달리는 마눌이 암만해도 심상치 않은가 봅니다. 요며칠 저도 좀 지쳐 몸상태가 살짝 가라앉는데 날씨까지 사계를 달리며 24시간이 실시간으로 변화무쌍하니 조금은 이마에 실핏줄도 세우고 있나 봅니다.

 

Market Receipt (마켓 영수증)

한국 마켓 (Korean Market) 에 가야 된다면서 틈만 나면 컴앞에 앉아 품목들을 싸그리 읽어냅니다. 오늘의 세일 (Today's Speacial) 품목에서 부터~ 한남, 아리랑, 에이치 (H), 시온 마켓들을 두루 케이블선 타고 마우스로 달리다가 '엘에이는 세일 하는데 여긴 아니네!' 못 마땅하면 또 한소리 해대면서요. '배추값이 많이 내렸는데 힘들어서 않되겠지?' 마눌 걱정하며 위하는 척 하면서 세일 품목들 일일이 소리내어 읽어줍니다.

 

고추장 된장은 왜 한꺼번에 3개씩이나?

'아, 모리 아포! 나 허리 아파서 김치 못 담궈!' 하면서도 '얼만데?' 묻습니다. 신이 나서 '어바인 (Irvine) 엘에이 (LA) 부엔나팍 (Buena Park) 가든 그로브 (Garden Grove)' 한국마켓 있는 곳은 다 들먹이려나 봅니다. '알았어! 좀더 있으면 배추도 무우도 값이 더 내릴꺼야!' 그러면서 '나, 답글들 드려야 하는데..' 넘편, '그렇게 해!' 그러면서 상황 종료가 된건 줄 알았는데 이틀 동안 $1,000 (백 이십만원) 도 더 넘는 돈을 마켓에 바치고 온 겁니다. 죽 한 그릇 먹고 나가서 치과 상담하면서 신경써고 저 많을 곳들을 돌아다니며 한번도 아닌 이틀 동안에 같은 일을!

한국 드라마 보다보면 더러 입맛이 다셔지는 오랜 추억의 음식들 앞에서 '맛 있겠네!' 한 마디하면 '나중에 한국마켓 가면 사오면 되지, 뭐!' 그냥 그러고 끝나는데 '뜬금없이~ 다 늦게사~ 왜?' 그런 걸 다 기억해 뒀다가 사오는지? 그래도 엄청 감사한 일이지요 마눌 생각해주는 넘편이 그럴 땐 내 편같고 '알기는 하네!' 은근 고맙기도 하더랍니다.

 

난, 명란젓보다 창란젓이 더 좋던데!

두 달 가까이 강쥐 바둑이 돌보느라 패턴도 리듬도 다 깨져 몽롱한 상태에서 오래전에 해넣은 임플란트 (Implant) 가 통째로 빠져버린 넘편은 놀래서 먹던 걸 삼키지도 못하는 마눌한테 쿨하게 '괜찮아 그냥 끼우면 돼' 그럽니다. 조금더 젊을 때는 말은 못하고 '웩웩' 토까지 해댔던 마눌인지라 미리 자기가 알아서 자릴 피해 줍니다. 이젠 늙어 그 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이빨없는 강쥐 먹여 살리려다 큰일 나겠네!' 마눌도 쿨하게 한 마디 합니다.

다친데도 많고 아픈데도 많지만 울엄마 말씀처럼 '삭신들은 좋게 태어나' 아직 치아도 남의 것 하나 없이 온전한 내 것이고 치과는 자주 안가도 끄떡없고 먹기 싫은 것만 아니면 다 소화시켜 내면서 그나마 오복중에 하나만은 확실하다는 마눌이 그제서야 안심하고 넘편을 놀립니다. '세상 좋은 것 맛난 것 다 먹고 컸는데 대체 뭔 일이래?' 그러길래 작작 좀 드시지~ 32인치 허리통이 40인치 가까이 될 때까지 입을 안쉬니~ 해 가면서 살살 약도 올립니다. '이럴 땐 가난한 울부모가 도리어 고마우시네!' 못 먹이고 못 입혀서 소식이고 다이어트 안해도 되고 쵸코렛도 단과자들도 싫어라 하니.. 해 가면서요.

 

냉장고 2 개가 가득 찼는데~ 갑자기 왜 이러실까?

한창 놀리면서 얌냠 씹어 넘기는데 넘편은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가 봅니다. '바둑이 밥 너가 씹어줘!' 그러는 일이 흔치 않은데~ '왜 그래요?' 묻자 '으응, 괜찮아!' 전혀 안 괜찮은데 또 숨겨 더 큰 사고낼 것 같아 '어디봐!' 목청톤을 한 옥타브 올려 묻습니다. '보면 너 밥 못 먹어, 그냥 너나 먹어!' 비위 약한 마눌이긴 하지만 설마 빠진 치아보고 까무러칠까~ 아직도 스무 살 꽃띠인 줄 아나보다. '나 낼모레면 칠십이야, 이미 다 늘거빠진 할매!'

십 수년 잘 사용했으니 '뭐 그럴만도 하지!' 하면서도 걱정입니다. 겉은 멀쩡해서 나이 어린 외국인 녕감들 조차 'Hey Bro~' 그러며 함부로 한다면서 말트고 친해지기전에 나이부터 묻고 따진다는데~ 치과에 갔다 바친 돈이 얼만데 끝도 없습니다. 몇 달전에도 오래전 알다가 다시 만나진 지인 (한국인) 치과에 이백만원 가까이 상납하고 왔는데! 그러길래 좀 조심해서 드시지.. 맨날 천날 '난, 괜찮아!' 그럽니다. 마눌 눈치보며 살기도 만만찮은데 말입니다.

 

손 큰 마눌도 이렇게는 장 안보는데 당신이 아프시니 마눌 굶어 죽을까 걱정 되시나?

암만 한국의 만나이 제도가 도입돼 올라가던 나이가 멈췄다고는 해도 이젠 빼도 박도 못하는 기본 나이 칠십이 넘었는데 말입니다. '아직도 못 찾았어?' 자다 또 묻습니다. '뭐 찾는 게 아니라니까!'  긍데, 뭔가가 눈에 띕니다. '나, 이건 못 본것 같은데?' 벌떡 일어나 '뭔데?' 그러더니 영수증을 낚아채고는 샅샅이 뒤집니다. 이쯤에서는 마눌이 또 상황 종료벨을 울려야 끝이 납니다. '내가 아침에 찾아볼께 어차피 냉장고들 다시 정리해야 하니까' 그러면 또 누워 금방 코를 골아 댑니다.

아, 이게 바로 '늙어간다' 는 거구나~ 혼잣말로 옹알이 해대면서 이왕 사온 거 '맛나게 먹자!' 헌데 치과는 또 언제 갈 건가? 얼릉 다녀와야지 조금더 날짜가 있으면 또 마켓들 다 털어올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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