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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속의 글들

내 머리속에 미친 생각들

by 비말 2023.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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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텐 너머로 아침이 보인다

 

'꽤에엑~' 기적을 울리며 기차가 지나가는 마을, 노천명님의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산문시 (詩) 속에 나온 글을 새벽녘 떠올리면서 침대에 억지로 라도 몸을 묶어 요리 뒹굴 조리 뒹굴 꼼지락대며 시간을 늦췁니다. 우리 동네는 멀리서 기적소리만 들리는데.. 기차는 아니고 전철이겠지만 말입니다. 젊을 때는 잠 못 이뤄는 밤도 많았지만 어릴 때 소풍전 날처럼 그 만큼은 아니었지요. 이제 나 들어 하던 일도 손놓고 남들 눈치도 않보면서 하루 하나씩 만들어내는 블방 포스팅이 최고로 바쁜 일과중의 하나로 해야할 사명처럼 매일을 달궙니다.

울집 바둑이가 매일 지키미하는 호박밭도, 꽃도 보기전에 가시 때문에 잘라져 나가는 장미나무도, 마당을 가득 채워 키높이하며 올려다 볼 수 있는 하늘도, 이름있는 여인 비말이는 혼자만의 열심으로 몸짓 손짓으로 지난 글 사진들을 찾아 다듬고 붙이고 떼내어 버리면서 기억도 추억도 더러는 새롭게 만나집니다. 이따 아침이오면 젤로 먼저 블라인드를 올리고 커튼을 제치면 창밖의 아이들과 만나지면서 또 다른 하루가 새 역사로 만들어 지겠지요. '커튼 너머로 아침이 보인다' 그러면서요.

아침이 밝아오는 커튼 너머 창밖엔

어린 날 고향은 꿈에서도 잘 안 만나지는데 한글 블로그를 시작하고 부터는 매일이다시피 만나집니다. 고만고만한 울동네 쪼무래기들이 담벼락에 붙어 한 줌도 않되는 햇살 때문에 밀고 당기며 엄마들이 악써서 불러 들이기까지 몸쌈들을 해대던 그 곳에 벽화가 그려지고 지구를 돌아 세상끝 사람들이 다모여 들어 사진들을 찍고 만들고 올리고 블로깅놀이에 심취해 있었습다. 덕분에 공짜로 저는 어린날 추억의 장소로 순간 이동을 해대며 공자 여행을 즐깁니다. 커튼 사이로 보이는 아이들 중에는 그 60여년 전에 만났던 풀꽃나무들도 있습니다.

하얀 아이리스, 진홍색 석류꽃, 핑크빛 제라늄들이

뜬금없이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시던 박경리 선생님의 글을 떠올리면서 박경리기념관, 유치환 청마문학관 동피랑 벽화마을, 해저터널, 거북선 이순신장군, 4월 28일 충무공 탄신일 건너본 적도 없지만 부산-거제-통영을 이어준다는 '거가대교' 온갖 것들을 주먹만한 머리통에 올리며 주름 펴진 뇌로 그네를 탑니다. 글로는 말로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그래싸면서도 절대로 용납이 않되는 사람들과는 연을 끊을 준비도 합니다. 인연도 악연도 너무 무한 질주하면 서로에게 폐가 되니요.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그런 글도 생각나지만 김춘수님은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헌데 지금 저는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고 싶은 건 아닌지라 '사랑하고 미워하는 그 모든 것' 은 자기할 탓이라 믿으며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된다' 그 느낌만을 간추려 냅니다. 한번도 만난적도 없던 사람들이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고 별이 돼 주는 세상.. 나도 꽃이 되고 별이 됩니다.

삼겹의 커튼들이 촤르르 열리는 순간

'기림을 온 베르빡에 기리노이 볼끼 쌔삐릿네' 뭔 말이래? 내 고향말이 문득 프랑스어를 소리나는대로 한글로 적은 듯 내 눈에 비춰집니다 '그림을 온 벽에 그려 놓으니 볼게 많다' 는 통영 사투리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어릴 때 입안에서만 놀던 말들이 글로 되어 보여지니 알은바 없다면서 '뭔 글이래?' 그러다가 다시 입안에서 입밖으로 소리내어 읽어봅니다.

동피랑 언덕이 얼마나 아프고 힘들고 춥고 배고픈 기억이었던지 80 중간도 넘기신 언니의 몇 십년 주치의께서는 '그 좋은 고향에서 왜 서울로 오셨데요?' 물으셨답니다. 알짜베기 땅에 병원 건물과 이런 저런 부를 쌓고 있으신 그 의사샘은 라면으로 하루를 떼우시며 부를 축척하신 아버지 덕분에 배고픔은 모르셨으니 늘 시적이고 온화합니다.

황금색에 정신줄 놓던 어느날 금사시 은사시

이제 사람들은 아름다운 통영항 전경과 잉크빛 바다만을 기억하는 내 나고 자란 유년의 고향을 미국 시간 새벽 4시에 언니와 통화를 하고 '예배 갔다오다 다마내기가 싸서 좀 샀는데..' 너무 무거워 집에 가서 다시 전화 하시겠다시며 '띠이~' 전화는 끊깁니다. 70 중반에 다마내기 (양파) 자루, 성경책 든 가방, 핸드폰~ 아직 60살 금에 채 발도 걸치지 못한 '나 보다도 훨씬 젊게 사시네!' 그러던 어느 날도 떠올리면서 생각은 시이소오에도 앉고 바람결에 그네도 타고 불빛에 번지기도 하면서 두더지 잡기 뽕망치 놀이를 합니다.

하루살이 아이리스는 하루를 살아내고

어둠속에서 더듬거리며 점자 찍듯 만져지던 자판기가 걷어올린 블라인드를 지나 은사시 금사시 삼중 커텐을 비집고 햇살에 빗살놀이를 하며 '아야, 날 밝았다!' 넌저시 말을 건넵니다. 황금빛 찬란하게 안장 높이 차고서~ 이미 빛바랜 생각들은 빛의 속도로 사라지고 뭔 말인지도 모를 글들만이 커튼 너머 창밖의 아이들과 만나집니다. 아이리스, 석류꽃 카라, 쟈스민, 어딘가에는 호박꽃도.. 키다리 아저씨집 뜨락의 나무에 앉은 어린 아이가 되어 세상을 다시 만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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