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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는 여자

만우절 블방의 진리

by 비말 2023.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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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의 여유

블로그에서 '블방의 진리 I' 을 작성하던 날이 언제였던지 기억에도 없는데 암튼 그 날 그 글을 작성할 때만 해도 엄청 진지하고 머리 아프게 고심했던 기억은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기는 거지만 그 땐 그랬습니다. 영어로 놀던 이들이야 어차피 동양의 어느 작은 나라에서 온 여자가 '나 엘리언이야, 달에서 왔어!' 하는 게 재미있기도 신기하기도 해서 자꾸 말도 시키고 '후 불면' 날아갈 것 같은데 끝까지 살아남는 게 의외였던지 더러는 도와주고 싶어하고 혹은 짓밟아 버리고 싶어 하면서 제 주위를 늘 뱅뱅 돌기들도 했습니다.

낼모레가 만우절인데 블방의 진리라는 제목을 찾아놓고 거짓말같은 현실앞에 혼자 허허대며 웃습니다. 내가 육십의 중반을 넘긴 나이라니 글방 글친구님들께는 죄송하지만 저로서는 참 많이도 살았습니다. 25, 41, 61 그 나잇대가 제게는 다 고비였던 것 같았는데 71.. 그리고 그 후를 계획하려 합니다.

매년 봄이면 함께 하던, 쟈스민 석류꽃 핸엔 칡스

블로그 글방에서 한글로 첫 글을 쓰면서도 설렘과 걱정에 '훅훅' 숨까지 들이쉬고 내쉬면서 몇날 몇 일을 잠못 들고 뒤척이기도 했던 날들이 생각납니다. 혹 누군가가 '나와 친구 맺기' 하자면 어떻게 하지? 그러던 시간들이 흐르고 흘러 어느 날엔가는 '친구 맺기 안해줬다' 고 다 떠나버리면 어쩌지? 하기도 했더랬습니다. 어린 날 언니 오빠들 앉은뱅이 책상앞에서 만나지던 책꽂이의 책 제목들처럼 미지의 세상이었습니다. 향긋한 한방차 밥그릇에 부어 마시면서 지난 날 블로그 촛짜 시절의 당찬 포부 (?) 를 혼자 훔쳐보다가 사래가 걸립니다. 만우절의 거짓말 같은가? 그래도 20년 넘게 블로그가 아직은 다른 이름으로 불릴 때부터 지금까지 답글과 댓글과 공감은 98% 정도는 여직도 지키며 해 나가고 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많은 친구님들과 죽고 못사는 사이 만들고 싶고

*친구만들기 칸은 '0' 으로 (그래도 누군가 날 친구 삼아주면 행복하고)

*내 블로그 글방을 찾아주시는 친구님들께는 800 자 칸 꽉꽉 채워서 '감사 표시' (답글로)

*내 블로그 글방에 오셔서 흔적 남기신 친구님들께는 꽁지잡고 가서 '댓글과 추천'

*남녀노소 학연 지연.. 지역구 묻고 따지지말고 차별않고 반갑고 따뜻한 글로 맞아 드리기

한방차 담는 찻잔이 너무 작아서 밥공기에

댓글, 답글은 간단, 요약, 명확, 정확~ 그렇게 하기로 맘 먹었는데 비말이 글이 '이해불가' 라 시는 분들이 많아서 설명하다 보니 자꾸 길어져 서로가 지치고 (그게 아직도 그러는 것 같아 요즘 고민 중입니다) 딱 한마디로, 딱 한줄로 정의되는 말을 찾지를 못 해서 버벅대는데 요즘은 엄청들 잘 하시지요? 한 줄 신공도 두 줄 선방도 잘 날리시는 블로거님들.

옛 성인들이 흘리고 가신 글즐 말줄 따라 다니며 새벽 이슬 맞으며 열심히 맘에 담으며 블방 대선배님들 후배님들의 쓸만한 글들~ 마음을 만져주는 글들 쫓아 다니며 둥글다는 지구봉을 뱅뱅 돌리며 함께 돌아갑니다. 만우절 거짓말같은 말인 줄 알면서도 블방의 진리를 탐하게 됩니다.

아직은 오둠속에서 하얀 카라꽃이

맘이 빠른 사람, 여린 사람들, 사람 냄새나는 사람들.. 내 나라 말이 글이 이렇게 따듯하고 아름다운 줄 애진즉에 알았더라면.. 사람사는 동네에서 글 한자 마음 하나 꺼집어내 짜집기할 때마다 동그라미 그려 눈 코 입 새겨넣고 만들어지는 얼굴 품성 느낌 모습들이 참말로 좋더랍니다.

누군가는 멋대로 맘데로 부풀대로 부풀어 오른 풍선같은 내 맘에 손톱 끝으로 콕 찝어 구멍을 내어 바람을 빠져나가게도 하고 누군가는 쭈글 쭈글 바람 빠져 늘어진 내 맘에 낑낑대며 펌프질 해 조금씩 부풀려 주기도 하고.. 머리 어깨 무릎 발 마음까지도 빌려주며 응원해 주시더랍니다.

블방의 진리는 한방차 향기로

아직은 멀 것같던 10년 20년 세월이 꿈같이 흘러왔 듯이 또 다른 한 살이 더 보태진 날들에도 변함없는 마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살아온 오늘이 어제가 되어 있을 그 날이 오면 '어제보다는 오늘이 좋네!'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차 한잔의 여유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떠난 이도 여직 그립고~ 떠날 이도 못내 그립고~ 남겨질 이도 벌써 그리워 지는 시간들 입니다. 만우절에나 있을 법한 블방의 진리로 오늘도 혼자 안간힘 써대며 비말이는 비밀도 아닌 글을 비밀스럽게 올립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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