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같이 산다는 것이다
새벽 추워서 눈을 떴던 날이 엊그제인데 커튼과 유리문 스크린 너머로 보이는 뜨락은 '더워서 죽겠다' 그런 느낌입니다. 호박은 넝쿨째 아무 곳에나 기대면서 기어 오릅니다, 번죽들도 참 좋습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어쩌면 방향 감각도 잊은 체 먹고 자고 까이고 자빠지면서 오뚜기처럼 벌떡 일어나는 호박꽃 사랑입니다.
생의 감각 (김광섭)
여명 (黎明) 의 종이 울린다. 새벽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는 것이다.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The bells of the dawn ring; The morning stars twinkle; Men live together. The cocks crow; The dogs bark.
오는 사람이 있고 가는 사람이 있다.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가는 사람이 다 내게서 간다./ Men come and go; Come toward me, Go away from me.
아픔에 하늘이 무너지는 때가 있었다. 깨진 그 하늘이 아물때에도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 푸르런 빛은 장마에 황야처럼 넘쳐 흐르는 흐린 강물 위에 떠 갔다./ The sky has fallen in pain; The green light has gone to the wild Over the dark, flooded river.
나는 무너지는 둑에 혼자 서 있었다. 기슭에는 채송화가 무더기로 피어서 생의 감각을 흔들어 주었다./ I stood alone on a crumbling dike; Sun plants were in full bloom, Shaking the senses of life.
생의 감각 (感覺) Senses of Life/ 김광섭 시인 (1905 ~ 1977)
Korea's Golden Poems 한국의 명시 (76 ~ 77 쪽)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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