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샐러드볼
미국식도 한국식도 아닌 비말이 짝꿍이 원하는 식으로 샐러드를 만들어 봅니다. 딱히 맛을 내 줄만한 과일도 채소도 없이 '옛날식 사라다~' 하는 말에 생각나서 시작은 했는데 아무 생각도 없어 우선 멈춤을 합니다.
엊저녁 산책길에서 만나졌던 하늘도 구름도 해도 나무도 예전 집 뜨락의 꽃말이 '순수함과 겸손' 이라던 하얀 카라꽃도 동쪽에서 만나지던 먼동도 24시 안에서 빙그르르 맴을 도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4월의 또 다른 하루입니다.
빛어스름 해그늘에
4월 다른 하루가 저무는 서산너머 조금남은 기운으로 온 몸맘을 쥐어짜는 해가 해무리를 만들어내며 '나도 좀 봐줘' 합니다. 오래전 캡쳐해 둔 정호승님의 詩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를 눈으로 읽다가 오늘의 블방 우물가에 올려봅니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정 호승 詩)
하늘색 도화지가 이름없는 화가의 붓터치로 스쳐간 것처럼 빛 어스름 해 그늘에 투닥이고 사그라지면서 상채기낸 것 마냥 할퀸 자국 투성입니다. 캘리포니아 늦봄이 상처입은 꽃잎처럼 시들어 가면서 저들만의 향기를 품어내는 것 같습니다.
* 다양한 치즈를 블렌딩하여 만든 제품 '멕시칸 스타일 블랜드 치즈' 는 보슬보슬한 텍스처와 풍부한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로 몬테레이 잭 치즈, 체다 치즈, 케소 케사디야 치즈, 아사다로 치즈를 섞어 만들어진 건데 피자, 스파게티, 그라탕 등에 사용한다는데 저는 별로라지만 짝꿍은 치즈맛이 좋다고 합니다.
* 캘리포니아 주변에서는 치폴레 (Chipotle) 와 같은 미식가들이 사랑하는 음식점도 많은데 비말네는 밖에서 줄서서 기다리며 내 돈내고 눈치밥먹는 걸 별로라해서 그냥 집밥으로 주로 합니다. 치폴레는 간단하고 저렴한 메뉴로 유명하며, 부리토, 볼, 타코, 샐러드 등 치즈 듬뿍넣고 만들어진 입맛 돋궈는 다양한 음식들이 많습니다.
양푼속 사라다밥
젤로 작은 스테인레스 볼에 싹뚝깍뚝 모양도 정성도 없이 힘없는 칼질로 지 맘대로 지 뜻대로 잘라져 들어가 앉은 사과, 배, 바나나, 당근, 오이, 꿀, 케찹, 마요네즈, 치즈.. 샐러드 볼안에서 '다음은 뭘로?' 차례를 기다립니다. 전 세계인이 모여사는 캘리포니아 '샐러드 볼' 세계 각국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다문화' 딱 그 느낌입니다.
캘리포니아는 세계적으로 작황이 좋기로 유명한 농산물 생산지로, 샌프란시스코 주변 지역은 '전 세계의 샐러드 볼 (The World’s Salad Bowl)' 이라고 불리기도 한다지요. 양푼속 사라다에 찹쌀밥까지 옮겨 앉히고 엎치락 뒤치락 짝꿍 입맛에는 딱이라는데 저는 따뜻한 계란국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맛나게 먹었습니다.
코스코에서 사온 커클랜드 시그니춰 멕시칸 스타일 치즈~ 전엔 황금색으로 된 치즈를 매번 사다 사용했는데 요즘은 가격 때문인지 아예 나오지도 않더라고요. 멕시칸 스타일 치즈는 지퍼백에 나눠 냉동실에 보관 해두고 먹을 만큼만 냉장고에 두면 다양한 요리를 만들 때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이번엔 치즈를 좀 많이 넣어 제 입맛은 못 잡았지만 짝꿍은 먹을만 했다고 하니 반은 성공입니다. 담번엔 야채도 넣고 새콤달콤 비말이 입맛까지 잡는 캘리포니아 샐러드볼을 만들어 볼까합니다. 양푼속 사라다밥이 조금 단맛이 더 나서 신김치를 먹겠다니까 짝꿍이 '먹을만 하니 먹어봐!' 말리기에 그냥 먹었습니다. 40년 넘게 가깝게 산 타국살이 그 세월도 한국식 우리 입맛은 바꿔지를 못 하나봅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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