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요일이면 전을 부치는 여자
17시간의 시차를 손가락 사이에 두고 넘나들면서~ 어쩌다 멀고 먼 남의 나라 땅에 앉아 고국의 가을을 탐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비오는 날에는 녹두 빈대떡이나 돼지수육이 제격이라고들 하셨는데 찬 성질인 녹두도 돼지고기도 썩 내키지않아 냉동 바지락과 냉장고 야채들로 부침개 뒤집기로 승부수를 냅니다. 물론 미국 캘리포니아의 비말이 동네는 비가 내리는 날은 아닙니다.
어느 봄날의 비말네 뜨락 호박이 넝쿨을 뻗고 아이리스 붓꽃이 '봄은 꿈나라~' 그러면서 봄볕에 꽃을 피웁니다. 블님들 대화란 댓글에서 어제 오늘 비소식이 있다시는 말씀에 가을비 우산속 잔잔한 가을노래들과 함께 첨버덩 가을속으로 마음을 담가놓고 부지런히 몸맘을 움직입니다.
위의 호박줄기에서 난 호박은 아니겠지만 암튼 호박전도 뒤집기 한판 승부로 여전사의 부침개 뒤집기로 노랑노랑 구워졌습니다. 일년 365일 준비된 비말네 양념 간장도 있고요.
예전 같지않아 파값도 너무 비싸 10단에 $1 아니고 1단에 $1 된 요즘이라 파전은 무리라면서도 2단으로 파전을 만들어봅니다. 불과 몇년 전인데 이 파들이 $2 (2,400원) 어치 였습니다. 지금은 달러 환율도 올라 좀더 비싸겠지만요.
조개 햄 호박 파 부추 당근 양파 깻잎.. 있는 거 없는 거 다 소환해 승부수를 띄웁니다. 예전 오십년도 훨씬 더 전에 사촌 올케가 잠깐 시장통에서 식당을 하면서 부침개도 반찬으로 내셨는데 어느 날 놀러 갔다가 재미로 시작한 부침개 뒤집기~ 몇 시간을 붙잡혀 콩쥐같이 전부치기를 해냈는데 칭찬에는 고래도 춤춘다고 손님들이 '어린 게 야무지게 잘 한다' 칭찬들 하시니 힘든 줄도 모르고 해 냈던 게 지금도 소용에 닿게 잘 써먹고 있습니다.
비록 네 비쥬얼은 뽐낼 것이 없으나 네 맛은 먹어줄 만 했노라~ 손이 커서 뭐든 한꺼번에 많이하는 비말이도 이젠 늘근지지배~ 몇 장만 뒤집습니다. 짝꿍은 '좀 더하면 밥반찬으로도 괜찮은데..' 먹을만 했다는 칭찬.. 귓전으로 흘러 보냅니다. 뭐든 시작만 하면 승부사를 내려는 건 젊을 때나 하는 거지~ '나 힘들어!' 오늘 아침은 짝꿍이 식사준비를 한다면서 문까지 닫아놓고는 키친 근처에도 못 오게 합니다. '블방답이나 줘!' 언젯적 마눌블로그 놀이까지 챙기는 열혈남편이 됐던지 웃낍니다.
노오랗게 꽃을 피운 카사딜리아가 치즈와 햄과 파만으로도 이미 맛나 보입니다. 그 위에 양상치와 이런저런 소스를 얹고 연한 커피와 함께 먹으니 간편식으로 속도 편합니다. 파전인지 호박전인지 준비된 재료가 열악해 너무 많은 걸 뒤섞어 국적 불분명한 퓨전 부침개가 됐지만 바삭하고 고소한 게 맛은 좋았습니다. 담번엔 할랴피뇨 많이 넣고 고추 부침개를 계획해 봅니다. 비요일 양복입은 신사의 비애보다는 가을비 우산속 사랑송이 더 나을 것 같다며 부침개 큰 거 한쪽 떼어 입에 넣고 오물거립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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