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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짓는 여자

카사딜리아 부침개

by 비말 2023.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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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요일이면 전을 부치는 여자

17시간의 시차를 손가락 사이에 두고 넘나들면서~ 어쩌다 멀고 먼 남의 나라 땅에 앉아 고국의 가을을 탐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비오는 날에는 녹두 빈대떡이나 돼지수육이 제격이라고들 하셨는데 찬 성질인 녹두도 돼지고기도 썩 내키지않아 냉동 바지락과 냉장고 야채들로 부침개 뒤집기로 승부수를 냅니다. 물론 미국 캘리포니아의 비말이 동네는 비가 내리는 날은 아닙니다.

비말네 뜨락 호박넝쿨과 하얀붓꽃 아이리스

 

어느 봄날의 비말네 뜨락 호박이 넝쿨을 뻗고 아이리스 붓꽃이 '봄은 꿈나라~' 그러면서 봄볕에 꽃을 피웁니다. 블님들 대화란 댓글에서 어제 오늘 비소식이 있다시는 말씀에 가을비 우산속 잔잔한 가을노래들과 함께 첨버덩 가을속으로 마음을 담가놓고 부지런히 몸맘을 움직입니다.

애호박 전이라고 불러주면서 양념간장에 풍덩

 

위의 호박줄기에서 난 호박은 아니겠지만 암튼 호박전도 뒤집기 한판 승부로 여전사의 부침개 뒤집기로 노랑노랑 구워졌습니다. 일년 365일 준비된 비말네 양념 간장도 있고요.

한국돈으로 몇년 전에는 이 만큼에 2,400 원 ($2)

 

예전 같지않아 파값도 너무 비싸 10단에 $1 아니고 1단에 $1 된 요즘이라 파전은 무리라면서도 2단으로 파전을 만들어봅니다. 불과 몇년 전인데 이 파들이 $2 (2,400원) 어치 였습니다. 지금은 달러 환율도 올라 좀더 비싸겠지만요.

조개 햄 호박 파 부추 당근 양파 깻잎 밀가루

 

조개 햄 호박 파 부추 당근 양파 깻잎.. 있는 거 없는 거 다 소환해 승부수를 띄웁니다. 예전 오십년도 훨씬 더 전에 사촌 올케가 잠깐 시장통에서 식당을 하면서 부침개도 반찬으로 내셨는데 어느 날 놀러 갔다가 재미로 시작한 부침개 뒤집기~ 몇 시간을 붙잡혀 콩쥐같이 전부치기를 해냈는데 칭찬에는 고래도 춤춘다고 손님들이 '어린 게 야무지게 잘 한다' 칭찬들 하시니 힘든 줄도 모르고 해 냈던 게 지금도 소용에 닿게 잘 써먹고 있습니다.

보통 만들면 이렇게 열판은 부치는데 딱 한판만

 

비록 네 비쥬얼은 뽐낼 것이 없으나 네 맛은 먹어줄 만 했노라~ 손이 커서 뭐든 한꺼번에 많이하는 비말이도 이젠 늘근지지배~ 몇 장만 뒤집습니다. 짝꿍은 '좀 더하면 밥반찬으로도 괜찮은데..' 먹을만 했다는 칭찬.. 귓전으로 흘러 보냅니다. 뭐든 시작만 하면 승부사를 내려는 건 젊을 때나 하는 거지~ '나 힘들어!' 오늘 아침은 짝꿍이 식사준비를 한다면서 문까지 닫아놓고는 키친 근처에도 못 오게 합니다. '블방답이나 줘!' 언젯적 마눌블로그 놀이까지 챙기는 열혈남편이 됐던지 웃낍니다.

넘편의 노오랗게 꽃피운 카사딜리아와 마눌 부침개

 

노오랗게 꽃을 피운 카사딜리아가 치즈와 햄과 파만으로도 이미 맛나 보입니다. 그 위에 양상치와 이런저런 소스를 얹고 연한 커피와 함께 먹으니 간편식으로 속도 편합니다. 파전인지 호박전인지 준비된 재료가 열악해 너무 많은 걸 뒤섞어 국적 불분명한 퓨전 부침개가 됐지만 바삭하고 고소한 게 맛은 좋았습니다. 담번엔 할랴피뇨 많이 넣고 고추 부침개를 계획해 봅니다. 비요일 양복입은 신사의 비애보다는 가을비 우산속 사랑송이 더 나을 것 같다며 부침개 큰 거 한쪽 떼어 입에 넣고 오물거립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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