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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짓는 여자

콩쑥개떡 팜츄리

by 비말 2024.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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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한 캘리포니아 하늘

한 해를 보낸지도 벌써 한 주가 다 되고 시간이 참으로 빠릅니다. 24시간을 쪼개 써는 것도 모자랄 정도로 바빠게 살면서도 딱히 제대로 해놘 것은 없는데 몸맘이 둥둥 떠다니면서 앉을 자릴 찾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엊저녁 잔뜩 먹어 생각이 없다는 콩쑥개떡을 하나씩만 먹자고 꼬시는 짝꿍말에 넘어가 아침 잘 먹고 입가심으로 커피와 함께 하나씩을 먹습니다.

캘리포니아 하늘, 팜츄리
흰구름 떠도는 캘리포니아 하늘아래 팜츄리

캘리포니아 비말네 동네 하늘이 겨울날씨 답지않게 하아얀 뭉개구름과 파아란 하늘이 해맑은 날입니다. 팜츄리 하나가 키 자랑을 하는 동네 어귀를 지나 자동차로 냅다 달립니다. 토요일이라 거리는 한산하고 콧끝을 스치는 바람은 겨울답게 싸아합니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변화무쌍한 캘리포니아 날씨와 비.바람

팜츄리들이 양옆으로 줄을 서서 사열대처럼 자동차길을 내주는 도로를 지나면서 차창문을 조금 열었더니 콧끝으로 훅하고 찬바람이 스며듭니다. 자동차 시트가 따뜻해서 몰랐는데 바깥 온도는 화씨 52도 (섭씨 12도) 정도라 좀은 추운 편입니다. 한국의 서울은 영하 10도가 되기도 했다는데 엄살 그만 떨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쯤 달리다가 자동차가 잠시 서는 동안 하늘을 보니 심상치가 않습니다. 밝게 빛나던 해가 구름속에 갇히면서 사방이 어둑컴컴해 지는데 날씨 변화에 익숙치않은 캘리포니안들은 갈팡질팡 자동차가 늦장을 부립니다. 우리 한국의 서울 도로라면 더 빨리 속도를 내고 달렸을 텐데~ '아참, 답답해라~' 짝꿍이 한 마디 합니다.

비바람에 자동차가 멈춰선다
갑자기 부는 바람에 비가 눈처럼 휘날린다

종내에는 비를 동반한 세찬 바람이 불면서 눈송이가 날리 듯 비를 흝뿌립니다. 거의 허리케인 수준이라 앞이 안보이는데 잘 모르는 동네라 조금 당황도 됩니다. 걱정말라는 짝꿍도 살짝 긴장이 되는지 '괜찮아! 괜찮아?' 자기 자신한테 저한테 주문처럼 말을 겁니다. 울집 창안에서 기다리던 비를 하필이면 낯선 동네 산길에서 만나게 됐습니다.

팜츄리와 하늘
팜츄리 위 하늘엔 뭉개구름이 떠돌고 변덕을

한창을 돌아서 익숙한 옛 우리 동네 가까운 곳으로 나오자 눈에 익은 팜츄리와 마켓들이 보입니다. 마침 비도 바람도 그치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해맑고 화창한 하늘에 뭉개구름이 떠돕니다. 마켓옆에 세워둔 노숙자 구루마가 비에 젖어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데 입은 옷은 눈위에 굴려도 될 만큼 두툼한 누비코트에 오전부터 술에 취한 건지 마약에 취한 건지 세상사 돌아가는 사정에는 별 관심도 없는 듯 '잔돈 있니?'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낚아챕니다. 저도 얼른 $1 한장을 줬는데 짝꿍은 모른 체 합니다.

콩쑥개떡, 진우푸드
JINWOOFOOD에서 만든 콩쑥개떡과 커피

진우푸드 (JINWOOFOOD) 에서 만들었다는 '콩쑥개떡' 을 전에 시어머니 계실 때 사다 주셨는데 맛은 있었지만 그 돈이면 다른 걸 해먹겠다는 둘의 마음이 같아 그 맛을 잊고 있었는데 지난번 둘째 시누이가 자기네 동네에서는 한 팩에 30불을 하는데 20불 밖에 않한다고 억지로 (?) 두 팩을 안기는데 오누이가 '하나만 두개' 하고 서로 떠다 안기길래 '두 개 다 할께요!' 보다 못한 성질 급한 비말이가 두 팩을 다 가져왔습니다. 다른 걸로 사주면 될 껄 왜들 그러시는지~

1.92 kg에 30개가 들었는데 콩고물도 쑥도 콩도 입안에서 녹았습니다. 생강 대추차로 먹을까 했더니 커피로 하자고 해 이른 저녁으로 짝꿍은 7개에 등달아 저도 3개를 먹었는데 배가 불러서 둘다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뒤척이기도 했습니다. 하늘의 변화무쌍함도 허이케인 수준의 비바람도 다 잊은 체 먼지 하나없이 말끔한 도로와 봄색 그대로인 팜츄리들을 보면서 콧노래까지 부르며 달려오던 길을 다시 달려 집으로 가면서 콩쑥개떡 3개씩 먹자고 했더니 짝꿍은 피식 웃습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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