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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속의 글들

한 용운님의 침묵

by 비말 2023.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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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견화 피거든 꽃싸움하자

한 용운님의 시집 '님의 침묵' 을 찾지도 않았는데 찾아집니다. 이미 떠나신 한 용운님의 침묵을 깨워봅니다. 블님들께서는 부처님 오신날이라 하여 절에도 다녀 오시고 연등에 불도 댕기시는데 예수님 탄생일도 아닌데 성경 얘기도 하고 찬송가도 부르면서 혼자 삐걱거리다가 '절이면 어떠하고 교회면 어쩌랴~'

한 용운님께서 침묵을 깨우시며 '꽃싸움' 하자십니다

열심히 성경책들고 주일날 교회에 가려면 짝꿍 '나중에 나랑 같이 성당에 가자' 며 붙잡아 앉히기도 했던 날들을 잠시 떠올리기도 하면서 침묵보다 묵비권을 행사하던 그 어느 날들도 떠올립니다. 비말네 뜨락에서 별 환영을 못받던 부겐빌리아 꽃이 해마다 색깔을 바꿔면서 꽃싸움을 합니다.

부겐베리아 꽃나무는 세월 다라 꽃색을 바꿥니다

말 없이 치고박고 자리 다툼하면서 한 나무 가지에서 변심하는 그녀들을 보면서 '하얀것은 꽃이요 분홍은 꽃받침대' 라고 하는데~ 나는 분홍 진분홍 자주 보라 진홍색으로 맘 변해가는 그녀들을 꽃이라 부릅니다. 하얀 이뿌지도 않은 꽃이라는 그 속심은 그녀의 진심일거라 우겨대면서요.

두견화 대신 비말네 뜨락의 부겐베리아 꽃나무로

꽃싸움

당신은 두견화를 심으실 때에 '두견화 피거든 꽃싸움하자' 고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꽃은 피어서 시들어가는데 당신은 옛 맹세를 잊으시고 아니 오십니다. 나는 한 손에 붉은 꽃수염을 가지고 한 손에 흰꽃수염을 가지고 꽃싸움을 하여서 이기는 것은 당신이라 하고 지는 것은 내가 됩니다.

꽃인 하얀색은 꽃으로도 안 쳐주니 꽃받침이 꽃 노릇

그러나 정말로 당신을 만나서 꽃싸움을 하게 되면 나는 붉은 꽃쑤염을 가지고 당신은 흰꽃수염을 가지게 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나에게 번번히 지십니다. 그것은 내가 이기기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나에게 지기를 기뻐하는 까닭입니다.

바람결에 날릴 때면 종이꽃, 조화같은 부겐베리아

번번히 이긴 나는 당신에게 우승의 상을 달라고 조르겠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빙긋이 웃으며 나의 뺨에 입 맞추겠습니다. 꽃은 피어서 시들어 가는데 당신은 옛 맹세를 잊으시고 아니 오십니다.

꽃싸움' 한 용운 (님의 침묵 중에서 27쪽)

비말네 뒷문쪽에서 혼자 피고 지던 부겐베리아

20 몇 년 동안을 지켜 보아도 알 수 없는 부겐베리아 '꽃과 꽃받침대' 입니다. 침묵은 금이라는 듯 입 앙다물고 앉은 그녀의 입을 벌려 '말하라' 재촉할 수는 없어 남이 해놘 인터넷 검색기를 돌리다가 맙니다. '아, 구찮다' 나만의 부지런도 누군가들한테는 민폐가 되려니.. 스님이시면서 나라를 위해 몸맘 다 바치시고 자식도 있으시고 시인도 되시니 오늘의 주인공 한 용운님을 위해 비말네 부겐베리아 꽃나무들은 붉은 것이 꽃인들 어떠하랴~ 그러면서 숙제를 마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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