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견화 피거든 꽃싸움하자
한 용운님의 시집 '님의 침묵' 을 찾지도 않았는데 찾아집니다. 이미 떠나신 한 용운님의 침묵을 깨워봅니다. 블님들께서는 부처님 오신날이라 하여 절에도 다녀 오시고 연등에 불도 댕기시는데 예수님 탄생일도 아닌데 성경 얘기도 하고 찬송가도 부르면서 혼자 삐걱거리다가 '절이면 어떠하고 교회면 어쩌랴~'
열심히 성경책들고 주일날 교회에 가려면 짝꿍 '나중에 나랑 같이 성당에 가자' 며 붙잡아 앉히기도 했던 날들을 잠시 떠올리기도 하면서 침묵보다 묵비권을 행사하던 그 어느 날들도 떠올립니다. 비말네 뜨락에서 별 환영을 못받던 부겐빌리아 꽃이 해마다 색깔을 바꿔면서 꽃싸움을 합니다.
말 없이 치고박고 자리 다툼하면서 한 나무 가지에서 변심하는 그녀들을 보면서 '하얀것은 꽃이요 분홍은 꽃받침대' 라고 하는데~ 나는 분홍 진분홍 자주 보라 진홍색으로 맘 변해가는 그녀들을 꽃이라 부릅니다. 하얀 이뿌지도 않은 꽃이라는 그 속심은 그녀의 진심일거라 우겨대면서요.
꽃싸움
당신은 두견화를 심으실 때에 '두견화 피거든 꽃싸움하자' 고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꽃은 피어서 시들어가는데 당신은 옛 맹세를 잊으시고 아니 오십니다. 나는 한 손에 붉은 꽃수염을 가지고 한 손에 흰꽃수염을 가지고 꽃싸움을 하여서 이기는 것은 당신이라 하고 지는 것은 내가 됩니다.
그러나 정말로 당신을 만나서 꽃싸움을 하게 되면 나는 붉은 꽃쑤염을 가지고 당신은 흰꽃수염을 가지게 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나에게 번번히 지십니다. 그것은 내가 이기기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나에게 지기를 기뻐하는 까닭입니다.
번번히 이긴 나는 당신에게 우승의 상을 달라고 조르겠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빙긋이 웃으며 나의 뺨에 입 맞추겠습니다. 꽃은 피어서 시들어 가는데 당신은 옛 맹세를 잊으시고 아니 오십니다.
꽃싸움' 한 용운 (님의 침묵 중에서 27쪽)
20 몇 년 동안을 지켜 보아도 알 수 없는 부겐베리아 '꽃과 꽃받침대' 입니다. 침묵은 금이라는 듯 입 앙다물고 앉은 그녀의 입을 벌려 '말하라' 재촉할 수는 없어 남이 해놘 인터넷 검색기를 돌리다가 맙니다. '아, 구찮다' 나만의 부지런도 누군가들한테는 민폐가 되려니.. 스님이시면서 나라를 위해 몸맘 다 바치시고 자식도 있으시고 시인도 되시니 오늘의 주인공 한 용운님을 위해 비말네 부겐베리아 꽃나무들은 붉은 것이 꽃인들 어떠하랴~ 그러면서 숙제를 마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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