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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여행

20년만의 외출

by 비말 2023.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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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노행 비행기를 타고

여행 계획이 갑자기 생겼는데, 설레거나 즐겁게 다녀올 그런 여행은 아니었습니다. 지인께서 아드님을 반 년만에 만나러 가시는데 영어도 않되고 몇 달을 밥도 못 드시고 잠도 설치셨다는데 마음은 도와드리고 싶지만 저 역시 바깥 세상을 날아본 지가 언젠지 겁나는 세상밖이라 함께 걱정만 했습니다. 밤잠 설쳐 스케즐 짜고 머리 좀 아파야 하는 건 맞지만 계획되고 바라던 건 아니라 한 이틀 동안 고민이 좀 많았습니다. 이런저런 망설임들.. 교통 사고 후 제가 비행기를 처음 타는 두려움과 강쥐바둑이 때문이었습니다. 20년만 그것도 멀리 걸어본 거라고는 동네 한바퀴와 가까운 산에 오를 정도였는데 말입니다.

리노행 비행기를 타고 20년만의 비행기 여행

걱정하시는 지인께는 컴퓨터로 비행기 예약까지 다 해 드리고 렌트카까지 예약해 놓고 가시는 곳에서도 다른 도울 분을 바로 연결해 드리겠다 해도 막무가내시라 억지로 목숨걸고 (?) '그러자' 며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한 시간여 리노행 비행기를 12시간 이상 걸리는 서울 인천가는 것 보다 더 걱정스런 마음으로 올라타며 20년만의 외출이 시작되었습니다.

시작은 두렵고 떨림이었지만 오랜 동안 잊고 살던 수 많은 세상 이야기들을 만났고 함께 할 수 있어 '좋은 일' 하며 복받는 마음 (?) 이 되기도 했습니다. 내 고국 인천행 서울로 날아가는 아시아나 그 색동은 아니었지만 비슷한 느낌으로 사고 이후에 처음으로 비행기 트랩에 올라서고 다들 (저희 둘과 지인 부부) 다른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비몽사몽 이몽들을 꾸면서 걱정반 셀레임반으로 비행기가 날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비행기가 날자 그 짧은 시간 안에서도 콜라와 오렌지 쥬스를 챙겨주며 승무원들도 무척 친절했습니다.

태극기가 펄럭이고 조지아 오키프가 기다리던

공항에 내리자 젤로 먼저 눈에 띄고 반가왔던 것은 우리나라 태극기였습니다. 미국의 여류화가, 그녀의 그림보다 더 좋아하던 조지아 오키프 소식도 만나고.. 시간 때문에 직접 가서 볼 수는 없었지만요. ‘미스 코스모스’ 라는 소리도 들었던 열아홉 한 시절을 지나 내 나이 스물아홉 서른아홉 기다리던 불혹이 되면 아무것에도 혹하지 않고 원하는 일을 할 거라며 꿈에 부풀 때 알게 된 그녀였습니다.

Lake Tahoe 팜플렛과 슬라머신

이미 집에서 컴퓨터로 비행기 예약도 호텔 자동차 렌트까지도 확인도 된터라 완벽하게 짜진대로 일은 진행되고 게다가 비행기까지도 연착없이 빨리 착륙해 가는 날이 장날이라며 걱정하던 마음이 조금씩 안정되며 또 다른 설레임으로 업 되기도 합니다. 다음엔 계획 잘 세워 리노에 와서 제대로 즐기자며 걱정많은 지인부부 모르게 둘이 눈칫껏 속닥거리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챙겨온 Lake Tahoe 팜플렛과 이런저런 여행 지침서들 입니다.

카운티 축제에서 온갖 꿈들을 다 챙깁니다

우리도 같이갈 줄 알고 자동차 한대만 렌트했는데 갑자기 자기들만 가겠다며 차를 가져가는 바람에 미아가 된 우리는 마침 가까운 곳에 카운티 축제가 있어 한 동안 즐기다가 만나기로 합니다. 어쩐 일로 아들있는 곳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몰라도 될 것들을 자꾸 물어볼 때 눈치 챘어야 했는데.. 그 때는 좋은 마음으로 시작된 그 시간 우리를 칭찬 (?) 하며 그 더운 여름을 맨몸으로 받아내며 즐겼습니다.

봉사활동하면서 우덜 먹을 양식도 챙겨가고

남의 일 봐주면서 도시락을 챙겨 갔더니 도움받는 분들은 미안해 하며 ‘좋은 곳에서 맛나고 비싼 것’ 먹을 텐데 그런다고 몇 번씩이나 혼잣말들을 하기도 했지만 관광온 게 아닌지라 이담에 그리하시라며 우리가 싸간 물과 만두, 동그랑땡을 나눠 드렸더니.. 입맛이 없다시면서도 우리몫까지 다 드시고~ 이왕 돕는 거 우덜 일은 우리가 챙기자고 출발하기전 준비하는 마눌한테 눈부라리며 한 마디했던 넘편도 '잘 했어!' 하는 톡톡거림의 눈빛도 반사했습니다.

굴금한 것도 많았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만나기로 한 장소에 가기위해 택시를 불렀지만 워낙 시골길이라 노는 차도 없어 얼마큼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기에 짝꿍한테 ‘나, 걸을 수 있다’ 면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다는 곳을 향하여 출발.. 약 22마일 거리를 5 시간넘게 걷는 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운동화를 신고 나선 저와는 달리 구두까지 챙겨신은 짝꿍은 그 때 발에 못이 박혀 한 동안 고생도 했습니다. 마눌 쓰러질까 걱정하느라 당신발 아픈줄도 몰랐다네요. 그 날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남은 건 블로그 포스팅으로 다시 만나집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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