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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여행

5시간 아쉬운 여정

by 비말 2023.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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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센 화산국립공원 Lassen Volcanic National Park

리노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셔틀버스에 올라타고 컴으로 예약한 렌트카 회사로 이동합니다. 이미 컴퓨터로 다 된거라 결재만 하고 열쇠를 받아 운전에 좀더 능한 (?) 짝꿍이 시동을 겁니다. 아직은 해가 있어 시야가 확 틔이고 아스팔트가 매끄럽게 펼쳐진 고속도로같은 느낌의 뻥뚫린 산길 들길 도로를 달립니다. 화산 폭발이 자주 있었다는 곳곳엔 돌들이 조금 색달라 보이기도 했고요.

기분좋게 1 시간 반을 달리고 달려~ 예약해 둔 호텔에서 방 열쇠를 받아들고 이층으로 오릅니다. 말이 호텔이지 싸구려 모텔같은 곳이었지만 물은 진짜 좋았습니다. 아마도 산에서 흐르는 온천수였던 것 같습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네바다주가 바로 옆동네인데도 천리만리 이국땅에 온 느낌이었습니다. 같은 주에 있는 라스베가스에는 여러번 갔지만 초행길 리노는 같은 듯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도로변 밑의 돌들이 심상치 않아서 찰칵~

한 길로만 쭈욱 곧게 뻗은 프리웨이를 달리면서 오랫만에 느끼는 스맛폰 카메라의 편리함에 룰랄라~ 캘리포니아주에서 네바다주로 눈 깜빡할 새의 순간 이동이었는데 참으로 많이도 걱정하고 떨었습니다. Reno To Lassen~ 이런 저런 표시판들이 엊갈리면서 해는 서산에 걸치고 남 (지인 부부) 의 속도 잠깐 잊은 체 '우와~' 주책없이 탄성이 흘러나옵니다.

짧은 여정이었지만 6개월여 동안을 마음 졸였다는 지인들과 단 며칠이었지만 맘고생 몸고생한 우리들은 말도 하기 지칠만큼 급 피로해져 고개만 까딱하고는 각자의 방문에 키를 꽂고 들어갑니다. 싱글 침대들이 2 개 놓인 작은 방안에는 없는 거 빼고 다 있었지만 하룻밤 묶을 곳 대충 씻고 침대에 구겨지 듯 눕습니다. 이불들은 옆으로 치우고 하얀 시트만 덮고는.. 잠자리가 바꿔서인지 밤새 꿈속에서 시달리다가 잠도 못잔 것 같았는데 눈을 뜨니 벌어진 커튼 사이로 창을 뚫고 한 여름 7월 끄트머리에 앉은 달력의 숫자들이 햇살에 비춰는 아침, 우리집 제 방이 아니었습니다.

비말네 뜨락 서쪽 노을이 아닌 진짜 (?) 석양녘

얼마 후 아침식사 하러 가자며 건너 온 지인부부는 뜬금없이 자기들이 자동차를 가져 가겠답니다. 뭔 애기를 하는지.. 아마 어제 아들과 통화가 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나 봅니다. 조금은 황당했지만 몇 시간 후에 만나기로 했으니 우린 다른 렌트카를 빌리거나 택시나 버스를 타면 될거라는 생각에 그러기로 하고 아침 식사전에 아들 있는 곳으로 먼저 사전 답사 (?) 를 가기로 합니다. 지리를 모르는 건 우리도 매일반이지만 (군대간 아들 면회 간다는 느낌이면 되시겠습니다) 아침 햇살이 황금빛으로 엊저녁 노을처럼 번지는 들녁을 달리면서 잠시 모든 걸 잊고 즐겁습니다.

엊저녁 석양과 오늘 아침 먼동이 다른 듯 같은

오늘 무슨 일이 벌어질지 한치앞을 상상도 못하면서요. 정문에 나이든 백인 남자는 아침부터 온 낯선 이방인들을 반기며 친절했습니다. 이런 저런 설명과 함께 '이 분들이 영어가 익숙치 않으니 나중에 오면 잘 좀 해달라는 부탁도 잊지않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는 건 나중에 알았지만요) 조금 편해진 느낌인 지인들과 식당을 찾아 나섰지만 주말아침이라 아직은 문을 열지않아 모텔로 다시와 건너 그로서리 마켓에 들어가 빵과 우유를 사들고 와 커피는 모텔 사무실에서 한잔씩 (저만 빼고) 타들고 이층을 다시 오릅니다.

후훅~ 불면 내려 앉을 것 같은 집들이 많았습니다

어느 한 때는 누군가들의 보금자리로 일터로 혹은 창고 였을 집들이 여기저기 버려진 듯 툭툭 튀어나옵니다. 사람도 집도 늙으면 슬픕니다. 다 낡아 바람불면 그대로 주저앉을 것 같은 집들이 간간히 숲속 나무들에 숨겨진 듯 놓여 있었는데 1880년대 서부 영화속 초원의 집 로라가 뛰어나올 것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1800년대 중후반의 설화같은 그 동네가 시작된 이야기들은 나중에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다시 공부해 알아졌는데 다시 한번 제대로 여행짐 챙겨 자동차로 오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크고 작은 감옥이 있는 주위에는 멀리서 가까이서 면회를 오거나 와서 아예 주저앉은 가족들이 동네를 이뤄고 살았던 건지 낮에 미아가 되어 걷는 동안 간간히 만난 사람들이나 술집 (술과 음료를 파는) 에서 귀동냥한 것들입니다. 아직은 출발이 좋았던 한 두 시간쯤 전.

1800년대 어느 시점에서 시작된 역사의 현장

서부의 금광 개발로 최초의 유럽 정착민, 윌리엄 노블 (William) 과 피터 라센 (Peter Lassen) 이 그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그 시대에 만든 (1851년) 도로들이 아직도 군데군데 있다는데 관광 온게 아니니 일단은 건너뜁니다. 최소한 4개의 인디언들, 야나 (Yana), 야히 (Yahi), 아티수게위 (Atsugewi), 마아이두 (Maidu) 등이 살았던 지역이라는데 그들은 날씨가 따뜻하면 사냥을 주로 하고 도자기보다는 바구니를 더 많이 사용하였다는데 루미즈 박물관에 그들이 사용한 돌, 칼, 금속 모조품들이 전시되어 있다고도 합니다.

한 일주일 쯤 숙박하면서 돌아본다면 좋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달래면서 20킬로 걷는 길까지는 신이나 있었습니다. 물론 짝꿍은 그 때 이미 발에 물집이 잡혔다지만요. 운동화 챙기는 걸 저도 깜박했네요, 둘다 마눌 쓰러질까 걱정만 하느라~

눈앞에 두고도 스쳐 지나온 곳이 아쉬웠네요

라센 화산 국립공원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북쪽에 위치한.. 라센화산 중 가장 높은 라센 픽은 1914 ~ 17년 까지 여러번 화산폭발을 했고 1915 년 폭발은 가장 큰 것으로 주변을 모두 황폐화 시켜 화산재가 200 마일까지 비처럼 내렸다고도 했는데 걷는 도로변 옆이나 아래는 암석이나 파진 웅덩이에 지금이라도 부글부글 화산석들 사이로 물이 끓어 오를 것도 같아보였습니다.

 

Published on Jul 30, 2013/ Lassen Volcanic National Park

By: Jacob Paraffin/ 유튜브에서 빌려온 동영상

5시간여 여정들이 이젠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저희가 간 곳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곳들인데 안타깝게도 가 보지도 못 하고 온 곳들~ 집에 돌아와 인터넷 검색으로 다시 봅니다. 20 년만의 나들이에 잠깐 정신줄 놓고 다시 돌아와 보니 세상이 너무 달라져 보여 또 한번 깜빡 속고 맙니다. 맛난 것들 많이 먹고 정신 챙기면서 살아야지~ 죽을 날 기다리던 사형수가 어쩌면 무죄 방면될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진 사람처럼 들떠기도 합니다.

끝도 없이 펼쳐진 초원은 말이 없었습니다

조금 빗나간 5시간의 아쉬운 여정이었지만 지나간 날들은 나쁜 기억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변화시키는 능력을 발휘합니다. '어제는 추억 내일은 희망 오늘은 선물' 이라는 그 말을 다시 입안에서 주문처럼 외웁니다. 5시간 여를 무작정 걸은 것만은 아니고 이런저런 관광 (?) 도 많이 하고 평생에 남을 추억들도 챙긴 리노행이었습니다. 꽤 많은 동네들, 빌리지라는 이름을 가진 곳들을 많이 스쳤는데 수잔빌과 라센은 물이 진짜로 부드럽고 좋았습니다. 우리가 가져간 일부의 물은 공항에서 뺏겨 아쉬웠는데 무겁기만한 거 잘 뺏긴 것같기도 했고요. 음식도 가져가 별로 사 먹을 기회는 없었지만 이담에 다시올 기회가 생기면 골드카드 (?) 하나만 들고 와야 겠다고 짝꿍한테 말하자 '피식' 웃었습니다.

*부분 설명글들은 인터넷 역사관에서 발췌해 와 줄여서 편집해 올렸습니다. 많은 사진들을 빼고 글들을 다시 써놓다 보니 상당부분 정신 사나운 곳도 있으실 텐데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작정하고 여행 다녀온 것이 아니어서 먼저 다녀오고 나중에 인터넷 검색으로 도움을 받았습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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