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밥짓는 여자

Pine Nut 잣죽과 단풍

by 비말 2023. 12. 7.
320x100

찹쌀 잣죽먹고 옆동네 가을구경

계절이 바뀌면서 몸도 맘도 '아파라' 하는 요즘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화내고 열내는 이들도 많아져 사람들 많이 모인 곳에 가는 게 좀 꺼려지기도 하고요. 어제는 점심으로 Pine Nuts 잣죽을 끓여먹고 지난번 스쳐 지나온 옆동네를 걸으면서 나무 딱 세 그루만 폰카로 찍고 두어 시간쯤 걷다 왔습니다.

Pine Nut 나무도 아닌데 메인이 되고~

점심으로 밥만 먹는 것도 그렇고 반찬도 마땅찮아 지난번 한번 끓이고 남은 잣을 몽땅 갈아서 찹쌀가루와 함께 잣죽을 끓였습니다. 생각보다 많아 냄비에 하다가 사방팔방으로 다 튕겨져 나오니 놀래서 속이 깊은 큰 솥에 다시 붓고 끓였습니다.

찹쌀 잣죽먹고 옆동네 가을단풍 나들이

Pine Nuts '파인 넛' 이라 읽고 갑자기 소나무를 생각해 내면서 '소나무 잣죽' 이라 제목을 붙인 걸 보고 등뒤를 돌아가던 짝꿍이 '바보니?' 합니다. 잣나무에서 나온 열매가 잣죽이겠지 어찌 소나무 잣죽이 되느냐며 웃습니다. 이젠 비말이 머리만 믿고 뭔 일을 하다가는 큰일나겠다 시퍼서 인터넷 챗 GPT가 앞에서 알짱거리면 못 이기는 체하며 도움을 받기로 합니다.

몇 백년은 되었을 것같은 포스의 나무

멤버로 가입한 적도 없는데 요즘 울집 컴퓨터가 열 일을 하는지 자꾸 챗 GPT가 앞장서서 꼬십니다. 그래서 'Pine nuts' 을 넣었더니 몇 초만에 답을 줍니다. 이러니 누군들 머리 써고 생각을 하며 긴 시간 포스팅글 쓰겠다고 연연해 하겠습니까? Searching for: 한국어로 번역 좀 해줄 수 있습니까? 했더니 번역 해준 게 '마음에 드느냐?' 고 까지 친절하게 물어도 줍니다. 말귀 못 알아듣는 사람보다 나은 것도 같습니다.

단풍색이 들었지만 단풍나무는 아니고

*Pine nuts have been consumed by humans for thousands of years. According to the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nly 29 species of pines provide edible nuts, while 20 are traded locally or internationally1. Pine nuts have been harvested from wild trees for far longer. Pine nuts produced in Europe mostly come from the stone pine (P. pinea), which has been cultivated for its nuts for over 5,000 years.

솔의 종류 중 29종만이 식용으로 사용되며 20종은 지역적 또는 국제적으로 거래됩니다. 솔씨는 수천 년간 인간에 의해 소비되어 왔으며 유럽에서 생산되는 솔씨 대부분은 솔나무 (P. pinea) 에서 생산되며, 이는 5,000년 이상 동안 열매를 생산하기 위해 재배되어 왔습니다 (인터넷 챗 GPT가 알려준 내용들 입니다).

햇살이 나무잎 사이로 눈을 감깁니다

바로 옆동네지만 자동차로만 스쳐 지나는 길이라 익숙치가 않은데 모르는 동양인들이 자기네 동네를 누비고 다니는 게 못 마땅한 건지 간혹 스쳐지나는 집앞에서 인상을 팍팍 써대는 외국인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비단결같이 착한 성격도 못 되는지라 아차 성깔부리다가 총맞을까 살짝 겁도 나서 억지로 '하이' 웃으며 얼른 지나갑니다. 죽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안죽고 남은 삶 옛날처럼 누워서 밥만 축내고 옆사람 고생 시킬게 더 무서워서요.

금방 하늘색이 바뀌고 노을이 물듭니다

아직 완전한 단풍이 든 건 아니었지만 노을이 살짝 번지는 하늘과 함께 붉게 노랗게 물들어가는 오래된 나무들이 멋져 보였습니다.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나무들이었지만 올 가을 최고의 가을색이라며 흡족해 하면서요.

잣죽은 고소하고 풍부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며 영양가가 높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라고 합니다. 인터넷에 잣죽 만드는 방법이 다양했지만 비말이는 지맘대로 쿡~ 잣을 믹서에 갈고 찹쌀가루 있는 걸로 끓여 만들어 먹었습니다. 찹쌀 잣죽먹고 옆동네 가을구경으로 Pine Nuts 가 잣나무도 소나무도 아닌 남의 동네 나무들로 가득 채워진 오늘의 포스팅이 돼 버렸습니다.

비말 飛沫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