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바랜 편지를 들고

내일은 뭘로 먹어

비말 2025. 4. 3. 05:45

엊저녁 미뤄둔 한국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4편을 최종회까지 앉은 자리에서 봅니다. 가만히 그림같이 앉아보기만 한건 아니고.. 먹으며 울고 웃으면서 이바구도 나눠고 병든 달구Saeggi처럼 졸기도 합니다.

옛 비말뜨락-뽕나무- 잎무침과 고구마콩밥
옛 비말뜨락의 뽕나무잎무침과 고구마콩밥

 

넘편 소리없이 쿨쩍거리는 마눌을 훨껏보더니 '우리 낼 아침은 뭘로 먹어?' 합니다. 저녁도 굶었는데 내일 아침 걱정이라니~ '뭐 먹고 싶어요?' 그런 건 아니라면서도 '뽕나무 잎이 많이 자랐던데..' 합니다. 예전집에서는 뽕잎밥도 뽕나물무침도 뽕닭구이도 많이 해 먹었는데.. 아직은 뽕잎들이 더 커지길 기다립니다.

오늘아침 비말뜨락-뽕나무-며칠은 더 있어야
오늘아침 비말뜨락, 뽕나무 며칠은 더 있어야

 

지난번 무우 한 박스를 사와서는 도저히 다 해치울 기운이 없어서 그냥 깍뚝썰기로 팩에 넣고 냉장고에 얼려뒀던.. 무우와 브로콜리를 넣고 통영멸치로 간을 맞춰면서 찌개인 듯 조림으로 했는데 식은 밥만 한 그릇 남짓 남았길래 누렁지를 만들어 끓입니다.

얼려뒀던 무우-통영멸치-브로콜리-누렁지
얼려뒀던 무우롸 통영멸치, 브로콜리, 누렁지

 

이 맘때면 깍뚜기처럼 등장하는 옛비말네 키친 유리창밖 사진입니다. 아침먹고 설겆이후에 '오늘은 뭘 할까?' 일 계획 세우며 서성이던 창가.. 유카나무, 자카란다나무, 무화가 나무가 열 일하던 봄이오는 길목.

봄을 여는 어느 날-키친창가 옛집-비말뜨락
봄을 여는 어느 날, 키친창가 옛집, 비말뜨락

 

아침 산보길에서 탐스럽게 달린 이웃집 오렌지를 보면서 비말네 거랑 좀 달라보여 한참을 서성이니 백인 할아버지가 수상한 낌새를 느끼셨던지 문을 열고 나옵니다. '하이~' 인사를 하니 '오, 유..' 마음대로 따가라시는데 딱 3개만 가져옵니다. 이렇게 맛날 줄 알았으면 좀더 따올 껄..

이웃집 오렌지가-제주 밀감같이-맛납니다
이웃집 오렌지가 제주 밀감같이 맛납니다

 

폭싹 속았수다~ 그 뜻이 무엇이든 간에 엄청 속은 느낌입니다, 기분좋게! 내가 저 엄마가 돼야 하는 나이인데 나는 저 딸이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울엄마가 많이 보고 싶어서요.

딸넴을 앞으로-백번 더 봤으면 하는-애순이
딸넴을 앞으로 백번 더 봤으면 하는 애순이

 

너무나 어렸고, 여전히 여린 그들릐 계절에 미안함과 감사, 깊은 존경을 담아. 폭싹 속았수다. 눈이 짓물리게 숨어 울다가 함께 웃다가 눈치보면서 등을 돌린 체 같이 웁니다. 나이드니 좋은 게 녕감 할매가 남녀의 선을 넘고 금을 밟으며 비슷해 지는 겁니다.

폭싹 속았수다-수고 하셨습니다-마이 울었네
폭싹 속았수다 '수고 하셨습니다' 마이 울었네

 

다음 주 쯤에는 뽕나무 가지치기도 해주고 뽕잎도 뜯어 뽕밥과 뽕잎무침을 해볼까 합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을 말라셨지만 그 걱정을 않하는 시간은 지구별을 떠난 후가 아닐까 싶습니다.

비말 飛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