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바랜 편지를 들고

말모이 비말모이

비말 2025. 4. 7. 05:17

2019 년 어느 날 '말모이' 무료 영화소개를 보면서 그 뻔한 영화제목에 '정답, 홍당무!' 이구동성으로 둘이 외치면서 컴화면을 조정해 놓고 각자의 침대끝벽에 베개들을 단단히 고이고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돈들여 만든 새 영화를 도둑질해 본 느낌에 찜찜하던 것도 잊고 빠져듭니다. '말은 민족의 정신이요, 글은 민족의 생명이다.' 그 시작은 어찌됐든 그 끝은 창대했습니다. 누군가들의 오랜 세월, 그 노력들이 헛되지 않았음에 감사해 합니다.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말모이들이 비말모이가 돼 줬던 어느 날을 떠올립니다.

비말뜨락에는-새모이가 늘-준비돼 있고
비말뜨락에는 새모이가 늘 준비돼 있고

 

*'말모이'는 엄유나가 감독을 맡고, 유해진, 윤계상의 주연으로 2019년 1월 9일에 개봉된 한국 영화이다. 일제강점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일제에 의해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그 때,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다 탄압당한 '조선어학회 사건' 을 다룬다.

영화 말모이에서-까막눈 판수 (유해진 분)
영화 말모이에서 까막눈 판수 (유해진 분)

 

*1940년대 일제강점기의 경성, 극장매표원으로 일하던 판수 (유해진) 는 해고 당한 뒤 일거리를 찾다 조선 어학회에서 허드렛일을 하게 된다. 까막눈 판수는 그곳에서 사전을 만들기 위한 낱말 (단어) 을 수집하고 있는 사람들의 열정에 동화되기 시작한다.

친일파 아버지에 대한 반감으로 가득찬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 (윤계상) 은 '말모이' 작업에 헌신하지만, 일제는 감시망을 더욱 죄어온다. 과연, '말모이' 작업을 완료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인터넷 위키백과에서).

비말이가-미국에서 도움받았던-낡은 사전들
비말이가 미국에서 도움받았던 낡은 사전들

 

미국 캘리포니아, 이민 초창기는 부지런하게 살아내면서 바쁜 중에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이 만큼 열심이었으면 '여긴 왜 와?' 하는 마음으로 작은 것도 놓치지 않으려 눈부렵뜨며 살아낸 시간들 이었습니다.

독립만세 부르며 비말이 여전사로도 거듭았던 시간들.. 그 꿈꾸던 창대한 끝은 블방동 블방질이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스페인어-영어-주일학교에서 가르치던-한글
스페인어, 영어, 주일학교에서 가르치던, 한글

 

아직은 인터넷이 없던 그 시절 사전은 비말이 절친, 마르고 닿도록 보고 또 보고~ 짝꿍의 고교 동창생은 '사전을 통째로 외우고나면 씹어 먹었다.' 해서 '공갈치고 계시네!' 웃긴다면서 안 믿었는데.. 영어사전을 베고 자면서 꿈속에서라도 입도 열리고 귀도 뚫려줬으면 하는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2025년 -리려던 사전들을-다시 책꽂이에
2025년, 버리려던 사전들을 다시 책꽂이에

 

1,000 쪽 짜리 소설책은 밤을 세고 읽었어도 교과서로 시험공부 제대로 한번 해보지 않았던 한국에서의 학창시절이었습니다. 그런 비말이가 열공하며 입에 금수저처럼 영어달고 태어난 사람들을 이겨먹기도 했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말모이 사전들로 영어공부도 하고, 스페인어도 배우고, 아직까지 블로그에서 한국어로 대화도 나눕니다.

블방질로도-요긴하게 써먹는-말모이 사전
블방질로도 요긴하게 써먹는, 말모이 사전

 

말도 글도 눈과 머리가 잘 보고 듣고 좋은 마음으로 소화를 시켜야 내 것이 되고 남에게 폐가 않되고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돼줄 것 같습니다. 말모이가 좋은 사전으로 거듭나는 그 시간들이 누군가의 목숨을 받친 시간들이기도 했습니다. 그 분들이 힘들게 목숨걸고 만들어 낸 말모이들이 비말모이로 또 한 사람의 눈과 마음을 밝혀냅니다.

닭고기 야채양념 볶음을-흰쌀밥과 함께
닭고기 야채양념 볶음을 흰쌀밥과 함께

 

내.남의 나라 말모이가 제게는 새 삶을 주고 내 나라 한글이 얼마큼 고마운지를 새삼 깨닫게 됐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땐 세종대왕님의 훈민정음을 미워하기도 했지만요. 비말모이돼 줬던 말모이, 백성을 사랑하신 임금님께 감사드리는 시간입니다.

사람모이, 새모이, 말모이를 생각해 봅니다. 음식이 조리과정도 중요하지만 먹고 소화를 잘 시켜야 피가 되고 살이되어 아픈데 없이 건강하 듯이 블로그 대화란에서도 좀더 성의있는 댓글과 답글들로 또 다른 말모이를 만들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비말 飛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