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것이 참이냐
미역국을 끓인다며 키친에서 부산을 떨다가 펄펄 끓어오르는 미역국속에 꼬치어묵 두 개를 던져넣습니다. '우동도 하나 남았던데..' 짝꿍말에 우동도 하나 뜯어넣습니다.
불려서 삶아낸 돈부콩도 한 웅큼 넣고 맵쌀 한 줌에 찹쌉 다섯줌 쯤은 넣고 쿠쿠밥솥에 밥을 앉힙니다. 미역국인지, 오뎅국인지, 아니면 우동인지.. 어느 것이 참인지 헷갈립니다. 때 아니게 한 용운님 시집 '님의 침묵' 들고 책장을 펼칩니다.

엷은 사 (紗) 의 장막이 작은 바람에 휘둘려서 처녀의 꿈을 휩싸듯이 자취도 없는 당신의 사랑은 나의 청춘을 휘감습니다. 팔딱거리는 어린 피는 고요하고 맑은 천국 (天國) 의 음악에 춤을 추고 헐떡이는 작은 영 (靈) 은 소리없이 떨어지는 천화 (天花) 의 그늘에 잠이 듭니다.

가는 봄비가 드리운 버들에 둘려서 푸른 연기가 되듯이, 끝도 없는 당신의 정 (情) 실이 나의 잠을 얽습니다. 바람을 따라가려는 짧은 꿈은 이불 안에서 몸부림치고, 강 건너 사람을 부르는 바쁜 잠꼬대는 목 안에서 그네를 뜁니다. 비낀 달빛이 이슬에 젖은 꽃수풀을 싸라기처럼 부시듯이, 당신의 떠난 한 (恨) 은 드는 칼이 되어서 나의 애를 토막토막 끊어 놓았습니다.

문밖의 시냇물은 물결을 보태려고 나의 눈물을 받으면서 흐르지 않습니다. 봄동산의 미친 바람은 꽃 떨어뜨리는 힘을 더하려고 나의 한숨을 기다리고 섰습니다. (한 용운 詩/ 어느 것이 참이냐 (57쪽)/ 님의 침묵 中)

*한용운님의 詩 '어느 것이 참이냐' 는 진실과 거짓의 본질에 철학적이고도 깊이 있는 성찰을 담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표면적인 사실과 내면 진실사이의 갈등을 묘사하며, 독자가 스스로 탐구하게 한다고 합니다.
그 심오한 詩적 감정은 버려둔 체 색바랜 편지를 들고 선 비말이는 1997년 어느 봄날, 에어 메일 (Air Mail) 소인이 찍힌 체 서울로 부터 배달된 책을 놓고 씨름중 입니다. 한 용운님의 시집 '님의 침묵' 이 누구로 부터 전해 졌던지를..

엊그제 일도 가물거리는데 30년 가까운 그 때야~ 하면서 생각을 접고 밥상에 어울릴 반찬을 생각하다가 '그냥 밥이고 국이면 되지 뭐..' 속을 들킨 양 짝꿍의 말을 등뒤로 흘려 들으면서 양념 간장하나 달랑 놓을 수는 없어 양파와 브로콜리를 마이크로 오븐에 살짝 돌렸다 후라이팬에 다시 볶아 양념을 합니다.
태양님 포스팅에서 만난 목련을 잠깐 생각하다가 어제아침 산책길에 찍어온 동네 목련나무도 하나 올립니다. 아직은 꽃 흔적도 없이 잎만 무성한데 아침해가 퍼플 태양을 만들어 보랏빛 꽃을 피웁니다. 어느 것이 참이고~ 뭐가 중하던 간에 돈부콩 찹쌀밥에 미역국, 오뎅, 우동으로 맛나게 먹고 한 용운님의 '님의 침묵' 에도 딴지를 걸었으니, 이젠 봄이오는 길목을 지키며 목련꽃 필 날만 기다리면 될 것도 같습니다.
비말 飛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