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바랜 편지를 들고

춘분유감 코로나

비말 2025. 3. 21. 05:37

2018년 봄, '춘분 유감' 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포스팅사진을 보며 사람만 변하는 게 아니고 계절도 조금씩 달라진다는 걸 알아챕니다. 아직은 '코로나 19' 도 '비말 마스크' 라는 이름도 한글사전에 없을 때 였네요.

2025년 3월 20일 춘분, 미국 캘리포니아의 오늘은 아직도 봄날이 동구밖에서만 서성이며 딴청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불과 몇년 전에는 초록 연두색 봄이 이뿌게 비말뜨락을 차지하고 있었네요.

코로나 19 이전에는-봄도 더 빨리와 준 듯
코로나 19 이전에는 봄도 더 빨리와 준 듯

 

민들레, 치커리, 석류.. 지들만의 색으로 온갖 재롱을 떨어댑니다. 북쪽은 아무래도 햇빛도 덜하니 해만 쫓는 비말이 손이 잘 닿지않아 혼자서들 피고지고 떠나곤 합니다. 유카나무들 잘라내고 제라늄, 아이리스, 다육이, 석류, 담쟁이들이 함께 했던 서북쪽 담.

서북쪽 담쟁이 넝쿨타고-봄이 와 기다리던 날
서북쪽 담쟁이 넝쿨타고 봄이 와 기다리던 날

 

배춧값도 한 통을 혼자들기도 힘든 10포기, 한 박스가 $5 정도 였는데.. 매일이 배추 풍년이었고 신김치. 겉절이, 국으로 찌개로 쉰내나게 먹었는데 요즘은 김치도 귀합니다. 비말뜨락에서 호미질, 삽질로 땀흘린 후 먹는 밥은 진짜 밥맛입니다.

배추가 숨이 덜 죽어-밭으로 갈 것같은 겉절이
배추가 숨이 덜 죽어 밭으로 갈 것같은 겉절이

 

울밖의 치커리들이 잘 자라는 것같아 잔디를 뒤집기로 하고 호미로 삽으로 땅을 파고 흙을 뒤집습니다. 짝꿍이 한다는 걸 '내가 할테니 신경꺼요' 단칼에 배추포기 가르 듯 자르고 혼자 얘를 써댑니다. 지금은 짝꿍이 묻지도 않고 혼자 잘합니다.

호미질 블방질로-비말뜨락 민들레꽃 피던 날
호미질 블방질로 비말뜨락 민들레꽃 피던 날

 

부엌창 밖에서 앙상하던 무화가가 열매를 하나 둘 메달고 한잎 두잎 이파리를 내며 옆으로 위로 영역을 넓히며 뻗어갑니다. 지난 흔적을 안고 석류나무들도 무성하게 숲을 이뤄는데 민들레들도 질쎄라 기를 써고 노랑꽃을 피웁니다.

치커리도 봄비 몇번 맞고 정신줄 놓고 잎을 냅니다. 뜯어내고 쏟아내고 뿌리째 파내도 뭔 힘이 그리도 장사던지요. 석류는 주춤 잎색깔만 바꿔고 민들레는 해찰들을 떱니다.

키친창 밖에는-무화과나무가-봄을 재촉하고
키친창 밖에는 무화과나무가 봄을 재촉하고

 

*태양은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고 지구상에서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으며 태양의 중심이 춘분점 (春分點) 위에 왔을 때이며 음력 2월, 양력 3월 21일경 춘분점은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을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이라고 합니다.

춘분을 전후하여 철 이른 화초는 파종을 하고 화단의 흙을 일구어 식목일을 위하여 씨뿌릴 준비를 하며 이쯤에 농가에서는 농사준비에 바쁘고.. 초경 (初耕) 을 엄숙하게 행하여야만 한 해 동안 걱정없이 풍족하게 지내며 바람이 많이 불어 '2월 바람에 김치독 깨진다.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죽는다.' 라는 속담도 있다는데 이는 풍신 (風神) 이 샘이나 꽃을 못 피우게 하고 바람을 불게 하여 이를 '꽃샘' 이라 한다네요.

애호박-단호박 아닌-멕시칸호박으로-봄밥상
애호박, 단호박 아닌 멕시칸호박으로 봄밥상

 

호박, 버석, 당근, 피망, 양파, 파.. 냉장고 안팎에서 소환한 식재료들 다 모아 푹푹 끓이면서 동전 멸치다시다 두 알을 던져넣습니다. 배춧닢 속을 따 겉절이를 하고 냉동 대구로 전을 구웠는데 허여멀건한 게 맛도 없어 보이지만 맛은 좋았습니다. 요즘 비말네 밥상은 돈부콩이 대세라 계속 같은 찹쌀콩밥 입니다.

비말 飛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