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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여자

골프장 민들레들은

by 비말 2023.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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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가 꽃으로 피어나야할 땅

태양이 황금색 붉은색 퍼플색으로 뒤바꿔면서 열 일하는 동안에도 골프장 민들레들은 노오랗게 꽃을 피우고 하아얗게 홀씨되어 날리면서 '내 민들레의 영토' 그러고들 있었습니다.

민들레가 꽃으로 피어나야할 땅 골프장 민들레

민들레의 영토/ 이해인 시인

기도는 나의 음악 가슴 한복판에 꽂아놓은 사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 태초부터 나의 영토는 좁은 길이었다 해도 고독의 진주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 애처로이 쳐다보는 인정의 고움도 나는 싫어/ 바람이 스쳐가며 노래를 하면 푸른 하늘에게 피리를 불었지/ 태양에 쫓기어 활활 타다 남은 저녁 노을에 저렇게 긴 강이 흐른다/ 노오란 내 가슴이 하얗게 여위기 전 그이는 오실까/ 당신의 맑은 눈물 내 땅에 떨어지면 바람에 날려 보낼 기쁨의 꽃씨/ 흐려오는 세월의 눈시울에 원색의 아픔을 씹는 내 조용한 숨소리/ 보고싶은 얼굴이여/ 이해인 시집 민들레의 영토 中 (1965 年 18~20 쪽)

머리에 노랑 민들레꽃을 꽂고 준비자세 대신 셀카놀이

민들레는누군가들의 골프채에 잘못 맞아서 기약도 없이 홀씨되어 날려 앉혀진 땅에서도 꽃을 피웁니다. 내리쬐는 햇살에 굴하지않고 스치는 바람결에 온 몸을 내 맡긴 체 조금 노놔주는 물로 연명을 하면서도 홀씨하나 다치지않고 노랑꽃을 피워냅니다.

잔디까지 다 사라진 맨땅에서도 민들레 두 송이는

민들레꽃을 꺽지않고도 머리에 노랑꽃 하나꽂고 가슴에 품고 퍼플 태양 아래서 공치기전 그림자 셀카놀이를 합니다. 그야말로 머리에 꽃을 꽂은 녀자.. 미치면 미치리라~ 이젠 짝꿍도 당연하게 생각하는지 '공만 똑바로 보고 잘 쳐서 올려!' 그 때만은 말도 잘 듣습니다.

민들레 세 송이가 비말이 가슴에 와 안깁니다

첨엔 골프장 직원들은 비말이의 헛짓에 다들 떨고 있었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람들이 '골프장 잔디 사진들 찍어..' 지적질들을 많이 한답니다. 비말이가 폰카나 디카들고 골프보다 더 열심인 게 다른 것에 꽂혀 그런다는 걸 알고는 전보다 더 친절하게 90도 인사를 합니다, 제가 하는 우리 한국식 배꼽인사를요. 비거리 욕심내지않고 허리에 무리가지 않게 가볍게 쳐 올립니다. 슬라이스가 나도 훅이어도 '난 할매야!' 그러면서 나이탓으로 돌릴거라며 마음을 내려 놓습니다. 파 3 쯤이야 원 온으로 '한 복판에 꽂아 놓아야지' 기도를 합니다. 민들레 한송이 두 송이 세 송이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요.

황금빛 찬란한 석양녘 개복숭아도 맛나 보입니다

라운딩을 끝내고 돌아서는 길 멀리 서쪽하늘 석양녘 팜츄리는 황금색으로 물들고 골프장 민들레 홀씨하나 꽃잎하나 상하지 않고도 잘 마무리한 오늘의 일정을 고마와 합니다. 돌아오는 길 너무도 배가 고파 설익은 개복숭아에 까지 마음을 빼앗깁니다. 살아있는 날의 또 다른 하루 였습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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