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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근소녀 일탈기

손가락으로 가는 길

by 비말 2023.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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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에이 공항에서 인천 공항까지

미국의 서부 캘리포니아도 달력속 계절이 바꿔져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 땡스기빙데이) 뉴스로 티비와 인터넷이 시끌벅쩍한데 비말네 동네는 아직 봄인지 가을인지 느낌도 모호합니다. 일기예보는 60몇 년의 세월을 달려오면서도 혹시나에서 역시나로 70%도 맞아 떨어지질 않아 당황하게 만드는데 뉴스를 전하는 그녀들은 마냥 재미있기만 한가봅니다. 걷자는 짝꿍말에 드레스 코드 맞춰려고 일기예보를 보다가 갑자기 손가락이 잘못 터치해 가서 앉게된 구글지도에서 오만가지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화면속 구글맵에서 손가락으로 걸어가는 하늘길을 펼쳐봅니다.

화씨 70도 (섭씨 20도) 11월 하순 기온으로는 굿

 

미국 엘에이 (LAX) 공항에서 한국 서울까지 걸어가는 시간을 재보려 했더니 이런 답을 줍니다. Sorry, we could not calculate walking directions from 'Los Angeles International Airport' to 'Seoul, South Korea' 미안하다, 엘에이 공항에서 남한의 서울까지는 걸어서 가는 거리를 계산해 줄 수가 없다. 갈 수가 없는 건 아닐텐데~ 걸어서는 어렵다는 걸까요? 타국에서 몇 십년을 살면서 처음으로 느낀 감정은 아니었지만~ 딱히 당장 뛰어가고 싶어 그러는 건 아니었는데.. 괜히 섭섭해지고 마음이 울컥해지기도 합니다.

엘에이 공항에서 인천 공항까지 13시간 20분

 

자동차도 자전거도 같은 답을 줍니다. 비행기 거리로는 대략 인천 공항까지 13시간 20분이라고 나옵니다. 컴안의 인터넷 속에서는 빛의 속도로 달리면서 엄지손가락 하나만 얹어도 이미 가 있는데~ 자동차멀미 배멀미 비행기멀미까지 다 해대니 13시간 20분과 자동차로 몇 시간을 더 달려서 서울집에 도착하면 아마 푸욱 제대로 절여진 김장배추가 돼 있을 것 같습니다. 부러졌던 등과 허리뼈가 가만 있어주지도 않을 테니.. 서울길은 접고 다른 것들로 마음을 돌립니다.

웨더걸 언니야들~ 일기예보가 잘 안맞아요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 땡스기빙 데이) 은 미국에서는 1년 중 최대의 명절~ 전통적인 북아메리카의 휴일로 미국의 경우 11월 넷째 목요일이 됩니다. 미국인들은 한국의 추석과 같이 가족들끼리 모여 파티를 열어 칠면조를 비롯한 여러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대부분의 학교와 직장에서는 여유롭게 휴일을 즐길 수 있게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을 휴무로 하여 총 4일 동안 쉬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 2023년은 11월 23일이 목요일이 되네요.

또한 쇼핑시즌으로도 유명한데 블랙 프라이데이 (Black Friday) 라고 불리는 금요일에는 모든 상점들이 세일을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쇼핑을 합니다. 올해는 비말이네도 필요한 게 있어 기대를 해 보는데~ 모르겠습니다. 전자 제품들이라 직접가서 보고 사는 걸 선호하기에 날씨와 몸 컨디션을 묻고 따지다가 비행기타고 인천공항에 내려서 서울까지 가는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 하다 않되니까 손가락으로 걸어서 가는 하늘길도 생각해 내고요.

블로그하며 손톱만 튼실해져 엄청 잘 자라네?

 

워낙에나 긴 손가락을 살짝 잡아 당겼더니 엄청더 길어집니다. 태어나 딱 한번 아랫층에 세들어 온 미장원 20대의 성공한 원장님.. 동갑나이라 나중에 친구가 되고 제 팬이라고 늘 편지를 주시던 남성독자의 글을 욕심내는 그녀한테 소개해 줬는데 (나도 잘 모르면서) 서울과 전라도를 오가며 만나더니 결혼까지 골인, 딸 둘에 아들 하나까지 남겨주고는 한창 나이 마흔을 조금 넘기고 먼저 소풍길 떠났다는데 그것도 내 탓인 거 같아 오랜 동안 참 미안해하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행복했다고 말 했지만.. 쉬는 날 제 방에 올라와 네일 케어를 해줬는데 손톱사이 살을 다 파내는지 딱 저런 모양.. 아파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난 생긴대로 살래~'

그 후 단 한번도 네일 케어는 않받아 봤는데 더러 외국인 친구들은 묻습니다 '네일샵 다녀왔니?' 하고요. 이젠 손톱이 길어지면 자동 저런 모양이 되네요? 블로그에서 답글 댓글로 맞구독자님들 글 쫓아다니다 보니 손톱만 살아 숨을 쉬는지 엄청 잘 자랍니다. 20대 때보다 더 빨리 자라는 게 신기합니다. 손발톱 깍기도 힘들고 일인데~ 이번에 자르고 나면 다시는 이런 긴손톱들 만날 일이 없을 것도 같습니다. 내 마음도 계절도 아직은 봄같은 가을이긴 하지만요.

손가락으로 걸어가는 하늘길은 영쩜 1초 땡!

 

녹두를 이웃 외국분이 몇 봉지 주셨는데 밥도 해먹고 죽도 끓여 먹었는데 딱히 제 입맛은 아닌데 짝꿍은 맛 있다기에 이번엔 찹쌀한 줌도 넣고 믹스에 갈아 죽을 끓여봅니다. 사진으로 보기보다는 고소하고 맛이 좋았습니다. 몸이 뜨거운 넘편과 찬바람이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마눌은 음식궁합도 정반대인데 녹두가 찬 성분이라 제게는 별로 입니다. 담번엔 남은 걸로 녹두 빈대떡을 해볼까 하는데~ 잘 돼 줄런지는~ 노력파 비말이는 어쩌둔 둥 해내겠지요?

녹두를 갈아서 녹두죽으로 보글보글 '앗 뜨거!'

 

갈 길이 바쁜 짝꿍 마음이야 뭐라하든~ 인터넷속의 구글지도 한장 펼쳐놓고 엘에이 공항에서 인천 공항까지 손가락으로 달려봅니다. 바쁠 것도 없는 노년의 삶이 잠깐 바빠진 느낌으로 걸어서 하늘까지 한 달음에 달려온 느낌이 싫진않아 잠시 즐겼습니다. 살아있는 오늘이 '땡스기빙 데이 (Thanksgiving Day)' 내가 내게 주는 '선물같은 날' 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시겠습니다. 아프면 아픈대로 싫으면 싫은대로 또 바쁘시면 바쁜대로 내가 한 선택에 책임을 지시는 하루가 되셨으면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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