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늘근소녀 일탈기

수선화와 밥한상

by 비말 2024. 1. 25.
320x100

외롭지않은 또 다른 하루

요즘은 한국에서도 김장김치를 몇 포기로 종을 치신다는데 미국에 살면서 비말이는 일년에 배추박스와 무우박스를 여럿 사다가 김치를 담습니다. 주부 9단은 아닌데 배추와 무우 60 몇 단은 넘게 요리조리쿡을 하는 것 같습니다. 몸맘이 쑤시고 아플 때 진통제도 비타민도 필요없이 밥과 신김치가 제게는 명약이고 보약입니다. 조신하게 슬픈 詩 하나에 차분한 포스팅하나 올리려고 했는데 키친에서 부글부글 끓이며 투닥이고 사그라지는 밥한상 이야기가 돼버렸습니다.

정호승 작가님의 수선화에게~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란 글처럼 어쩌면 그래서 종소리가 맑고 은은하게 퍼지는가 봅니다. 물가에서 놀면 죽도 밥도 안나오고 위험합니다. 혼자서 외롭지 마시고 비밀댓글로도 말고 함께 툭탁거리며 이티 손가락으로 대화란 즐길 수 있었으면 합니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詩)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음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 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배추김치-파김치
김장김치 만큼 맛나게 익은 배추와 파김치

정호승 작가와 수선화에게

정호승 작가님은 1950년 1월, 경남 하동군에서 태어나 국교 1년 때 대구로 이사, 서울에서 대학과 대학원 졸업/ 1973년에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 가 당선되어 시인이 되셨고,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 가 당선되어 소설가로도 등단하셨다고/ 슬프고도 아름다운 그의 詩들은 노래로 많이 불러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1979년 '슬픔이 기쁨에게' 출간/ 소월시문학상, 동서문학상, 정지용문학상을 수상, 한국가톨릭문학상, 지리산 문학상, 공초문학상/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 는 외로움이라는 것은 근원적으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숙명적인 것으로 하느님 조차 이 외로움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고 말하며, 외로움에 떠는 모든 이를 위로하는 말로 외로움은 그 누구에게나 있기에 그건 슬픔이 아니라고 시인은 이 詩에서 말한다고 합니다.

얌 (Yam)-콩-찹쌀로 지은 밥
고구마 사촌 얌과 콩과 찹쌀로 잡곡밥을

수선화 꽃말과 그리스 신화

수선화 (Narcissus) 는 지중해 유럽 아시아 지역 원산으로 히야신스, 튜울립, 크로커스 등과 함께 이른봄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화초로 2월에서 5월에 걸쳐 피며 노랑색, 하양색, 오렌지색 등이 많이 재배되며 더러는 달콤한 향기가 나는 품종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물의 신 케피소스와 님프 레리오페의 아들인 '나르시스' 는 아름답게 생긴 소년으로 물에 비친 자신의 외모에 반해 물가를 서성이다 그 물에 빠져 죽은 후 수선화 꽃으로 다시 피어났다고 합니다.

수선화 (나르시스) 의 꽃말은 다양한 의미로 '자기애, 자존심, 고결, 신비, 외로움' 등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노란색 수선화는 자기사랑, 행복, 낙천주의를 상징하며~ 하얀색은 나르시스즘, 순수함을~ 주황색은 애정의 표시~ 분홍색은 감탄, 사랑, 우정을~ 빨간색은 진정한 사랑, 기사도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신배추김치-두부-버섯-동그랑땡-파
신배추김치국을 끓이다 퓨전탕으로 변신한 솥단지

신배추김치 퓨전탕

한국산 동그랑땡 넣고 신김치국에서 퓨전탕으로 변한 밥한상 차려 올려놓고 '수선화에게' 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수다를 떨어댑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속 비고 배 고프면 마음이 더 허해진다지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우리는 빈속을 채워야하고 그러려면 부엌을 서성이며 (물가에 말고) 요리조리쿡을 해야 겠지요. 지난번 담은 배추김치와 파김치가 아주 맛나게 잘 익었습니다.

퓨전탕-배추와 파김치-잡곡밥
배가 부르면 맘도 유순해지고 나르시스즘

배 부르고 등 따숩게

첨엔 신배추김치국으로 시작했는데 스치던 넘편이 '두부도 있는데~' 합니다. 두부 한모를 넣고 동그랑땡이 보여 그걸 몇 개 넣고 나니 버섯도 보입니다. '떡가래도 좀 넣어주면 좋고..' 그래서 신배추김치국이 퓨전탕으로 변했습니다. 얌과 콩을 넣고 찹쌀밥으로.. 밥한상 잘 차려먹었습니다. 시작은 밋밋했는데 끝은 창대해져 조금 빗나갔지만 맛있게 먹었습니다.

수선화 꽃말의 다양한 의미처럼~ '자기애, 자존심, 고결, 신비, 외로움' 모두 다 마음에 품으시고 배 부르고 등 따스한 멋진 하루와 함께 셨으면 합니다, 블글친구님들.

비말 飛沫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