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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는 여자

여전사의 치킨유감

by 비말 2023.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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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슨 치킨이 탐낸 비말네 석류

아직 일곱시를 채 맞춰지 못한 긴다리 분침은 제자리에서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면서 얘가 닳고 맘만 급한 초침은 째깍 째깍 짧은 다리 원망할 기운도 없어 안간힘 써대며 달립니다. 타이슨의 돌격 정신을 닮았는가 봅니다.

타이슨 치킨 2개로 어떤 닭요리를 할까~

꼬끼오~ 꼬꼬댁 꼬꼬 꼭꼭꼭.. 웬 구신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창밖 지붕위에서 나고 잎도 없는 석류나무밑 철망앞에는 똘순이가 죽을 힘을 다해 몸을 버티고 서서 악을 써대고 있습니다.

2001년 옆집 타이슨은 8피터 콩크리트 담을 넘어

'똘순아, 왜 그래?' 아프고 나서 제대로 짖지를 못하는 똘순이는 안타까운 듯 ‘갸르릉~' 거친 숨만 몰아쉬며 억지로 버텨선 체 슬픈 눈길을 건네며 빨리 나오라는 듯 부르르 몸을 떨며 응원을 청합니다. 급한 마음에 스웨터도 못 걸치고 페리오 문을 열고 맨발로 슬러퍼에 발을 꿰고 나섭니다. '왜, 뭐가 있니? 괜찮아 이리와 똘순아!' 허걱, 도대체 그 아침 똘순이네 민들레의 영토에서는 무신 일이 일어났을까요?

황금빛 찬란하게 창밖에는 햇살이 잠을 깨우고

샛노랗게 밝아오는 동남쪽 하늘가의 먼동이 황금가루를 뿌리는 것처럼 모였다 흩어지며 드리우는 구름 비늘이 흡사 살아 움직이는 용트림같기도 합니다. 아직은 바람한 점도 없는 주일 아침을 이뿌게 채색해 나가면서 2001년의 어느 초겨울 아침 똘순이 (강쥐 바둑이 누나) 네는 그렇게 시작합니다.

옆집 타이슨 치킨이 탐낸 비말네 지붕위 석류

지가 무신 타이슨이라꼬~ 지붕위까지 올라가 울집 석류나무를 이빨로 물어 뜯으려면서 작년 겨울 살아남은 석류 삼남매를 노리고 있습니다. 온갖 생쑈를 해대는데 허리를 다친 저도~ 한번 쓰러졌다 겨우 일어난 똘순이도.. 어찌해 볼수가 없습니다. 하필이면 오늘 따라 할베는 더 일찍 나가 똘순이를 안달하게 만듭니다.

석류철 뜨락 여기저기를 설치고 다녀도 봐 줬는데

석류나무 숲에서 노는 건 봐줬는데 해도해도 너무합니다. 닭이 그리도 높이 멀리 뛰어오를 수 있다는 것을 바로 제 눈앞에서 생전 첨으로 봤습니다. 수탉인지 암탉인지 장닭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뻑하면 8피터 콩크리트담을 뛰어넘어 날아드는 옆집치킨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언젠가의 닭고기 요리들을 소환해놓고 다시 봅니다

초복 중복도 지나고 아직은 한번 더 말복이 남았네요. 간땡이가 배밖으로 나온 옆집 치킨과 무수히도 속끓이며 닥달했던 이십년도 더 지난 옛일이 사진 한장으로 또 소환됩니다. 강쥐 바둑이도 조만간 소풍을 떠날 것 같은데 이미 떠난 똘순이가 문득 그립기도 합니다. 오래전 만들어 먹었던 닭요리 사진을 보면서 주먹만한 타이슨 치킨 2개로 뭘 만들지 고민을 합니다.

캘리포니아 중복도 지나고 비말네 석류는 익어가고

오늘도 100도를 웃돌거라는 캘리포니아 기상청 뉴스에 '그러든가 말던가' 여직도 살아 남았는데 '나, 여전사 닭띠 비말이야!' 사람 나이로 119살이 된다는 강쥐 바둑이가 밥 달라고 아우성치는 소리에 '마, 조용히 해!' 눈 한번 흘기면서 키친으로 내 달립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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