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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란다 보라색꽃

by 비말 2023.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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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엽서한장 받아들고

자카란다 보라색꽃이 한창일 6월 중순입니다. 새집이 떨어져 나간지도 오래.. 해도 바뀌고 달도 바뀐 시간들에 잊었던 옛전설을 생각해내고 물속에 비췬 제 그림자를 슬픈눈을 하고 들여다 본다던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사슴처럼 긴 목을 들어 이미 사라진 옛집에서 사진속을 헤맵니다.

키친 탕밖애는 자카란다나무 보라색꽃 향기가

서쪽 자카란다나무에 주렁주렁 포도송이 같이 달린 보랏빛 자카란다꽃이 스치는 바람결에도 나비같이 훨훨 춤추며 떨어져 내립니다. 키친 창밖의 무화과 나무도 유카나무도 뽕나무도 하나된 것처럼 원샷으로 틀안에 갇힙니다.

물총속에서 생명선 연장받은 보랏빛 자카란다꽃잎

낙화유수가 물통안에서 이뤄지려는지 보라색을 그리 좋아해 본 기억은 없는데 사방에 보랏빛만 보이고 보라색, 퍼플이 ‘로얄칼라’ 라는 그 말을 떠올리며 잔디위에 떨어진 자카란다 보라색 꽃잎들을 줏어모아 물통속에 담습니다.

1984년 엽서한장 받아들고 비말이도 감사하는 삶

1984년 크리스마스 즈음 받았던 기억에도 없는 이름표를 달고 배달된 엽서한장이 그 때도 지금도 마음을 쓰담쓰담 하면서 좋은 마음이 됩니다. 제게도 누군가들의 스쳐가는 마음속에서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어 준 그런 날들이 있었다는 것에 감사해 하면서요.

종소리도 울릴 것같은 향기품은 자카란다 보랏빛꽃

자카란다나무는 보라빛을 더해 아기 머리통만한 꽃송이를 달고 크기도 무게도 감당을 못해 스치는 바람에도 휘청거리며 꽃잎만 하나 둘 털어냅니다. 색바래가는 잎도 줄기도 꺽어져 땅에 패데기를 쳐대는데 오랜 동안 가지치기만 당하던 키큰 아이들도 샘을 내는지 꽃을 잔뜩 안은 체 나 좀 봐줘 합니다.

색바랜 편지와 함께 해주시는 블방 글친구님들

블로그를 하면서 맘껏 펼치지 못했던 스무 몇 살 때를 생각합니다. 교통사고로 세상과 잠시 이별했던 40대 50대도 다시 살아냅니다. 혼자 소풍 떠나 끝났으면 더는 없었을 또 다른 세상에서 색바랜 편지를 들고 선 비말이는 60살 보다는 가까운 70살을 바라보며 헷갈려하실 블로거 글친구님들께 오늘의 선물이라며 또 언제가 될지도 모를 내일의 색바랜 편지를 같이 써 내려가려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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