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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는 여자

장식장이 요구르트 두 줄로

by 비말 2022.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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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장이 요구르트 두 줄로

황금색에 짝꿍 눈 멀까
조금 때가 묻은 은색으로 바꿔 칠을 했다가
다시 너무 빛나지않는 하양색으로

 

화씨 100도를 넘나들며
꼭지가 돌게 덥던 어느 여름날 오후 퇴근길
차고문이 올라가는 걸 보다가

옆집 모나네 정원 나무뒤에서
쿵쾅거리는 소릴 듣고 눈길을 돌렸습니다.
파킹하느라 보지를 못했었는데

 

모나의 두 아들이 흠뻑 젖은 체
땀을 화수분처럼 품어내며 햄머와 망치로
뭔가를 때려 부수고 있었습니다.

자동차를 그라지에 세우고는 확
와닿는 삘에 후다닥~ 조금전까지 배고파
실신할 것 같았던 것도 잊고요

 

‘하이, 미스 지아’ 둘째가 아직도
기운이 남아도는 한 여름의 햇살에 눈쌀을
찌푸리며 배시시 웃음기 띤 얼굴로
알은 체 인사를 건넵니다.

지난 십 여년을 넘게 킨더가든
하이스쿨까지 제가 만든 캔디와 막 구워낸
빵을 먹고 자란 아이들인데도 매일이
낯설고 달라져 보입니다.

 

조석으로 물만 마시고도 쑥쑥
자라는 콩나물처럼 기저귀들 차고 기었던
날이 언제였나 싶게 말입니다

'뭣들 해?' 눈으로는 여기저기
레이저 광선을 쏘아대며 쓰레기통 두 개를
채우고도 넘친 조각들을 봅니다

 

얼마전까지 애들 엄마 모나가
몇 번씩 저를 불러다 자랑질 해대던 차이나
한 쌍에 200불을 줬다면서 '어때?' 

은근 저한테 팔고 싶은 눈치였던
장식장 (China cabinet) '오 마이~ 스토옵'
'부수기 힘든데 내가 가져갈께’

 

더 이상 힘든 노동않게 된 녀석들은
우리집 차고 안까지 들어다 주고 먼지까지
털어내면서 연신 '땡큐’ 해댑니다

그 댓가로 부리나케 부엌으로
날아든 저는 냉장고에서 요구르트 두 줄을
돌아서는 아이들을 불러 줍니다.

 

아직도 정리가 덜된 상태에서
미싱 꺼내다 커튼과 쇼파 카버들도 만들고
살아있는 날에 감사해 하면서요.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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