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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는 여자

내돈 내산으로 내가 꾸미는 리빙룸

by 비말 2022.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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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돈 내산으로 내가 꾸미는 리빙룸

부러진 등뼈가 너무 아파 잠도
못 자고 의사 처방 마이신 하루 8알씩 복용
하면서도 온 집을 들었다 놨다

$20 줬더니 응접실까지 4명이
쩔쩔매며 배달해 준 옥나무 대형 카우치를
혼자서 밀고 당기며 천을 입히고

 

내돈 내산으로 내 맘대로 해도
되는 내 집이라지만 잠시 한 눈만 팔면 집을
다 때려 부수는 마눌 때문에 '어휴'

그 보다 더 걱정인 것은 아직
성치도 않은 몸에 철갑까지 두르고 붕대로
칭칭감은 체 사다리를 오르내리니

 

어느 한 때는 황금색에 눈이
멀어 온 집안팎이 잘되면 금빛찬란 못 되면
똥색으로 황칠이 되기도 했습니다

벽과 카우치를 깔맞춤 한답시고
잠도 안자고 요시락 방정을 떨어대는 마눌
업무에 시달린 넘편은 잠만 쿨쿨

 

디자인과 교수가 좀 별나서 늘
이상한 것들만 만들어내라 주문을 하니
헝겊 종이 쇠붙이 돌 나무 유리

30여년 전 저 액자 만들면서도
교수와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많았었는데
그녀도 이젠 좀 숨이 죽었겠죠?

 

천정의 팝콘을 떼내려고 사람을
불러 견적을 내보랬더니 방 3개에 응접실
부엌 목욕탕 2에 내 몸값 (?) 보다
더 달라니 '내가 할 수 밖에'

허연 먼지가루 날리며 너덜너덜
천장에 메달린 팝콘들을 본 짝꿍은 숨이 턱
'너 죽을려고 환장을 했구나!'

 

지난 삼십여 년은 황금색에 넋
놓았는데 남은 시간은 어떤 색이 좋을까?
색연필 펼쳐놓고 고민 중입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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