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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근소녀 일탈기

저만치 피어있는 꽃

by 비말 2023.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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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령작가의 내손을 네가슴에

오랜 동안 갇혀있던 책들이 '나두 나두~' 하면서 지들도 봐 달라는데 솔직히 종이책 속의 글자들을 읽어내기엔 제 눈이 너무 늘거진 것 같습니다. 오혜령작가의 '내손을 네가슴에' 가 눈에 띄길래 오늘은 그걸로 합니다.

오혜령작가의 내손을 네가슴에

 

저만치 피어있는 꽃, 보려본 건 아니고 책장이 펼쳐진대로 놓고 폰카를 드리대지만 색바랜 누런 종이는 거의 미국서 살아낸 만큼의 세월을 말해주 듯 누리끼리한 게 색바랜 편지를 들고 선 비말이 딱 그 느낌입니다. 1988년 11월 10일.

1988년 11월 10일 내손을 네 가슴에

 

이때 쯤은 아직은 젊고 몸도 맘도 한창 때 였지만 남의 나라 언어와 사람들이 너무 힘들고 지치던 시간들이었네요. 유치원생보다 못한 언어능력과 사람들 눈도 제대로 올려다 보지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저만치 피어있는 꽃 내 가슴에 담고

 

대학교에서 어깨 위로 올라선 키 큰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소리도 못 내고 할 수 있는 게 정답지있는 공부밖에 없어서 열심히 책만 팠더니 한국에서도 못 해봤던 일등도 다 해보고.. 더는 담임샘이 가정 통신란에 펜글씨로 써 넣던 '있는 듯 없는 듯 자기 맡은바에 충실한 아이' 가 아닌 소리내는 한국의 작은 여자로도 알아봐 주더랍니다. 그래서 성공했느냐고요? 설마요~ 그랬으면 이 블로그 대화란에서 비말이를 이렇게 매일 보실 수는 없으셨겠지요?

싫은 것 안보고 생각 않하는 방법론?

 

몇년 일찍 온 짝꿍은 매분매초 마눌 교육에 열을 올리면서 '목 바로 세우고 눈에 힘 팍주고 사람들 눈 똑바로 봐!'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눈에 힘을 주면 눈물이 피잉 도는데~ 이젠 넘편을 주눅들게 하는 마눌이 되어 벌벌떨게도 합니다.

노랑 민들레처럼~ 세 잎 크로바는 사랑으로

 

민들레~ 민들레처럼~ 밟혀도 밟아도 이듬해 봄을 기다릴 것도 없이 꽃으로 잎으로 홀씨되어 날리며 저 만치 피어있는 꽃~ 민들레, 그렇게 30 몇년을 살아내면서 어제는 여전사 오늘은 쌈닭이 되어 창을 휘두르고 방패로 막아냅니다.

비말이 쟁반속 음식들은 색도 안 바랬네요

 

언젯적 비말이 쟁반인지는 모르겠는데 맛보다는 색이 마음에 들어 가끔 꺼내 올리는 계란 치즈말이와 딸기잼 살구잼 샌드위치와 햄과 치커리 레몬입니다. 비슷한 건 매번 만들어 먹지만 색깔이 여엉 아니라 사진으로도 지 구실들을 못해 버려지니요. 저만치 피어있는 꽃으로~ 내 가슴이든 네 가슴이든~ 이티 손가락 걸어두고 마음에 맞는 글 한줄씩 오가다 보면 또 다른 추억장이 만들어지는 거 겠지요. 멋진 하루도 건강 행복이셨으면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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