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령작가의 내손을 네가슴에
오랜 동안 갇혀있던 책들이 '나두 나두~' 하면서 지들도 봐 달라는데 솔직히 종이책 속의 글자들을 읽어내기엔 제 눈이 너무 늘거진 것 같습니다. 오혜령작가의 '내손을 네가슴에' 가 눈에 띄길래 오늘은 그걸로 합니다.
저만치 피어있는 꽃, 보려본 건 아니고 책장이 펼쳐진대로 놓고 폰카를 드리대지만 색바랜 누런 종이는 거의 미국서 살아낸 만큼의 세월을 말해주 듯 누리끼리한 게 색바랜 편지를 들고 선 비말이 딱 그 느낌입니다. 1988년 11월 10일.
이때 쯤은 아직은 젊고 몸도 맘도 한창 때 였지만 남의 나라 언어와 사람들이 너무 힘들고 지치던 시간들이었네요. 유치원생보다 못한 언어능력과 사람들 눈도 제대로 올려다 보지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대학교에서 어깨 위로 올라선 키 큰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소리도 못 내고 할 수 있는 게 정답지있는 공부밖에 없어서 열심히 책만 팠더니 한국에서도 못 해봤던 일등도 다 해보고.. 더는 담임샘이 가정 통신란에 펜글씨로 써 넣던 '있는 듯 없는 듯 자기 맡은바에 충실한 아이' 가 아닌 소리내는 한국의 작은 여자로도 알아봐 주더랍니다. 그래서 성공했느냐고요? 설마요~ 그랬으면 이 블로그 대화란에서 비말이를 이렇게 매일 보실 수는 없으셨겠지요?
몇년 일찍 온 짝꿍은 매분매초 마눌 교육에 열을 올리면서 '목 바로 세우고 눈에 힘 팍주고 사람들 눈 똑바로 봐!'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눈에 힘을 주면 눈물이 피잉 도는데~ 이젠 넘편을 주눅들게 하는 마눌이 되어 벌벌떨게도 합니다.
민들레~ 민들레처럼~ 밟혀도 밟아도 이듬해 봄을 기다릴 것도 없이 꽃으로 잎으로 홀씨되어 날리며 저 만치 피어있는 꽃~ 민들레, 그렇게 30 몇년을 살아내면서 어제는 여전사 오늘은 쌈닭이 되어 창을 휘두르고 방패로 막아냅니다.
언젯적 비말이 쟁반인지는 모르겠는데 맛보다는 색이 마음에 들어 가끔 꺼내 올리는 계란 치즈말이와 딸기잼 살구잼 샌드위치와 햄과 치커리 레몬입니다. 비슷한 건 매번 만들어 먹지만 색깔이 여엉 아니라 사진으로도 지 구실들을 못해 버려지니요. 저만치 피어있는 꽃으로~ 내 가슴이든 네 가슴이든~ 이티 손가락 걸어두고 마음에 맞는 글 한줄씩 오가다 보면 또 다른 추억장이 만들어지는 거 겠지요. 멋진 하루도 건강 행복이셨으면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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