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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근소녀 일탈기

제라늄 다육이석류

by 비말 2024.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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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늄아, 너 왜 거기 있니?

3월이 간다면서 오는 봄 막아서고 가는 봄 돌려세우는 2024년 봄이 사람들 정신줄 놓게 합니다. 분명 쟈스민 줄기와 잎들인데 분홍색 꽃이 하나 봉긋 솟아나 있습니다. 페리오 문을 열고 나가보면 알 것을~ 이미 남의 집 뜨락이 됐으니 그럴 수도 없고 2017년 3월 6일 날 찍힌 사진을 올려놓고 라운딩 준비하는 짝꿍을 불러 들입니다. 울집엔 분홍 쟈스민 없었잖아요? 마눌의 물음에 '니가 알지 내가 아남요!' 하던 넘편은 '저 속에 화분을 놓아뒀나?'

쟈스민 꽃나무 속에서-핑크빛 제라늄이
하얀꽃 피는 쟈스민 꽃나무속에서 핑크빛 제라늄 꽃이

비말네 뜨락에서 마눌한테 젤로 먼저 뿌리째 뽑혀 버려졌다가 넘편의 손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뜨락 아이들 중 분홍색은 제라늄인데.. 지난 사진들이 저장된 USB를 찾아 2017년 3월 그 봄을 다시 찾아 만납니다. '자기요, 이리 와봐요!' 그예 바쁜 넘편을 불러들여 '제라늄 맞지?' 하며 몇 장의 사진들을 보여줍니다. '그러네, 제라늄이 왜 거기서 나와?' 하필이면 그 많던 하얀 쟈스민꽃들이 하나도 없이 수풀처럼 감긴 사이에서 분홍색 제라늄이 방울꽃처럼 피어나네요.

마눌이 노랑색과 하양색꽃들만 남기고 죄다 뽑아 버리는 게 안타까와 하나씩 숨겨 키우던 넘편은 '아마 화분속에서 나온 걸꺼야~' 합니다. '아냐, 제라늄일지도 몰라!' 꽃무식자 두 노친네는 한 마음의 양보도 없이 계속 '맞다, 아니다' 로 귀먹은 강쥐 바둑이까지 눈을 동그랗게 뜨게 만듭니다. '아, 또 시작이야?' 만사가 구찮다는 듯 지 할일 다 끝난 바둑이는 다시 눈을 감아 버립니다. 어차피 지금은 누구의 편도 들 시간이 아닌 '밥 때도~ 산책할 시간도..' 줄 잘 아는 울집에서 젤로 연장자 바둑이 입니다.

뿌리째 버린 제라늄-소나무 밑에서
뿌리째 뽑아버린 제라늄들이 한적한 소나무 밑에서

고향의 봄처럼

그 속에서 살던 때가 그립습니다. 고향의 봄 노래처럼~ 저 속에서 살던 때는 지치고 지겹기도 했는데 사진속에서 만나지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도 아직은 사전에 올라가지 않았을 때 2017년 3월의 봄꽃들과 다시 노닥거립니다. 해마다 비슷한 시기의 사진들을 만나면 이미 다 잊고 지난 시간들과 함께 '아, 이때는 이랬구나!' 어제에 별로 연연해하지 않으면서도 살짝 마음끝을 메달아 놓고 추억을 파먹기도 합니다. 새로운 것만 찾아 헤메기엔 '우리가 너무 늙었지?' 그러면서요.

석류나무에 새 순들이 조랑조랑~ 저 쪽 끝에는 철없는 석류 2개가 먼저 나와 눈치를 보고 있네요. 올드핸 (Old hen) 엔 칡 (chicks) 들은 황금빛 아침 햇살을 받으며 꽃대를 살랑거리면서 사랑받는 아이들 답게 잘난 체들을 해댑니다. 동쪽 하늘가에서 쏟아 부어주는 황금 싸라기 햇살이 황금빛 커텐 사이로 비집고 들면서 황금빛 찬란하게 빛을 냅니다.

석류나무-다육이들
석류나무가 키자랑하는 동안 바닥에는 다육이들이

올드 핸 (Old Hen) 칡 (Chicks)

* 올드핸 (Old Hen) 은 다육식물 중 하나로, Sempervivum tectorum 라는 과학적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는데 이 식물은 매트 형태로 자란다는 특징이 있답니다. 살짝 뾰족한 잎이 원형으로 배열되어 있고 부모 로젯은 'hen (암탉) 이고 그로부터 자라는 작은 로젯은 'chicks (병아리들) 이라고 합니다. 올드핸은 온난한 건조한 기후에서 잘 자라며 햇빛이 많은 곳이 좋은데 토양은 잘 배수되어야 한다고 하네요. 모래나 자갈이 많은 토양이 적합하다는데 비말네 뜨락은 반 모래 흙이라 잘 됐나봅니다. 물을 너무 많이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데 그냥 둬도 지들 알아서 잘 자랐습니다.

* 칡 (Chicks) 올드핸의 자식 로젯으로 부모 로젯에서 자라납니다. 작은 로젯은 부모 로젯 주변에 형성되며, 부모와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칡도 역시 햇빛이 많은 환경에서 잘 자랍니다. 따라서, 올드핸과 칡은 햇빛이 많은 건조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다육식물로, 특히 바위 정원이나 벽 틈새에 잘 어울립니다.

황금빛 커텐 사이로-비말네 뜨락-제라늄 맞네?
황금빛 커텐 사이로 비말네 뜨락이~ 제라늄 맞네?

금빛나는 다육이 '암탉과 병아리들 (Old hen N Chicks 올드 핸 엔 칡스) 과 함께. 올드 핸 (Old hen) 과 칡 (chicks) 은 식물 세계에서 흥미로운 이름을 가진 두 가지 종류의 다육식물들 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주로 바위 정원, 벽 틈새 및 다른 식물이 어려운 장소에서 잘 자란다지요. 25년 전 쯤 이사 들어갈 때 비말이를 '한국에서 입양한 딸넴' 이라며 이뻐해 주시던 미국백인 노부부 선생님들께서 20년 쯤 키우셨던 화분을 들어다 주셨는데 그 애들이 다시 비말네 뜨락을 20여년 채워줬네요.

핑크빛 소문도 아닌 분홍 꽃사진 하나로 오늘도 긴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버리고 버리다 다시 그 속에서 노는 노년의 일상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고요. 블글 친구님들 고국의 달력은 3월 26일 화요일 시작, 미국 캘리포니아 비말네 동네는 3월 25일 월요일 점심도 먹어 치웠습니다. 오늘도 마음에 드시는 시간과 함께 행복하셨으면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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