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늄아, 너 왜 거기 있니?
3월이 간다면서 오는 봄 막아서고 가는 봄 돌려세우는 2024년 봄이 사람들 정신줄 놓게 합니다. 분명 쟈스민 줄기와 잎들인데 분홍색 꽃이 하나 봉긋 솟아나 있습니다. 페리오 문을 열고 나가보면 알 것을~ 이미 남의 집 뜨락이 됐으니 그럴 수도 없고 2017년 3월 6일 날 찍힌 사진을 올려놓고 라운딩 준비하는 짝꿍을 불러 들입니다. 울집엔 분홍 쟈스민 없었잖아요? 마눌의 물음에 '니가 알지 내가 아남요!' 하던 넘편은 '저 속에 화분을 놓아뒀나?'
비말네 뜨락에서 마눌한테 젤로 먼저 뿌리째 뽑혀 버려졌다가 넘편의 손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뜨락 아이들 중 분홍색은 제라늄인데.. 지난 사진들이 저장된 USB를 찾아 2017년 3월 그 봄을 다시 찾아 만납니다. '자기요, 이리 와봐요!' 그예 바쁜 넘편을 불러들여 '제라늄 맞지?' 하며 몇 장의 사진들을 보여줍니다. '그러네, 제라늄이 왜 거기서 나와?' 하필이면 그 많던 하얀 쟈스민꽃들이 하나도 없이 수풀처럼 감긴 사이에서 분홍색 제라늄이 방울꽃처럼 피어나네요.
마눌이 노랑색과 하양색꽃들만 남기고 죄다 뽑아 버리는 게 안타까와 하나씩 숨겨 키우던 넘편은 '아마 화분속에서 나온 걸꺼야~' 합니다. '아냐, 제라늄일지도 몰라!' 꽃무식자 두 노친네는 한 마음의 양보도 없이 계속 '맞다, 아니다' 로 귀먹은 강쥐 바둑이까지 눈을 동그랗게 뜨게 만듭니다. '아, 또 시작이야?' 만사가 구찮다는 듯 지 할일 다 끝난 바둑이는 다시 눈을 감아 버립니다. 어차피 지금은 누구의 편도 들 시간이 아닌 '밥 때도~ 산책할 시간도..' 줄 잘 아는 울집에서 젤로 연장자 바둑이 입니다.
고향의 봄처럼
그 속에서 살던 때가 그립습니다. 고향의 봄 노래처럼~ 저 속에서 살던 때는 지치고 지겹기도 했는데 사진속에서 만나지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도 아직은 사전에 올라가지 않았을 때 2017년 3월의 봄꽃들과 다시 노닥거립니다. 해마다 비슷한 시기의 사진들을 만나면 이미 다 잊고 지난 시간들과 함께 '아, 이때는 이랬구나!' 어제에 별로 연연해하지 않으면서도 살짝 마음끝을 메달아 놓고 추억을 파먹기도 합니다. 새로운 것만 찾아 헤메기엔 '우리가 너무 늙었지?' 그러면서요.
석류나무에 새 순들이 조랑조랑~ 저 쪽 끝에는 철없는 석류 2개가 먼저 나와 눈치를 보고 있네요. 올드핸 (Old hen) 엔 칡 (chicks) 들은 황금빛 아침 햇살을 받으며 꽃대를 살랑거리면서 사랑받는 아이들 답게 잘난 체들을 해댑니다. 동쪽 하늘가에서 쏟아 부어주는 황금 싸라기 햇살이 황금빛 커텐 사이로 비집고 들면서 황금빛 찬란하게 빛을 냅니다.
올드 핸 (Old Hen) 칡 (Chicks)
* 올드핸 (Old Hen) 은 다육식물 중 하나로, Sempervivum tectorum 라는 과학적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는데 이 식물은 매트 형태로 자란다는 특징이 있답니다. 살짝 뾰족한 잎이 원형으로 배열되어 있고 부모 로젯은 'hen (암탉) 이고 그로부터 자라는 작은 로젯은 'chicks (병아리들) 이라고 합니다. 올드핸은 온난한 건조한 기후에서 잘 자라며 햇빛이 많은 곳이 좋은데 토양은 잘 배수되어야 한다고 하네요. 모래나 자갈이 많은 토양이 적합하다는데 비말네 뜨락은 반 모래 흙이라 잘 됐나봅니다. 물을 너무 많이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데 그냥 둬도 지들 알아서 잘 자랐습니다.
* 칡 (Chicks) 올드핸의 자식 로젯으로 부모 로젯에서 자라납니다. 작은 로젯은 부모 로젯 주변에 형성되며, 부모와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칡도 역시 햇빛이 많은 환경에서 잘 자랍니다. 따라서, 올드핸과 칡은 햇빛이 많은 건조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다육식물로, 특히 바위 정원이나 벽 틈새에 잘 어울립니다.
금빛나는 다육이 '암탉과 병아리들 (Old hen N Chicks 올드 핸 엔 칡스) 과 함께. 올드 핸 (Old hen) 과 칡 (chicks) 은 식물 세계에서 흥미로운 이름을 가진 두 가지 종류의 다육식물들 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주로 바위 정원, 벽 틈새 및 다른 식물이 어려운 장소에서 잘 자란다지요. 25년 전 쯤 이사 들어갈 때 비말이를 '한국에서 입양한 딸넴' 이라며 이뻐해 주시던 미국백인 노부부 선생님들께서 20년 쯤 키우셨던 화분을 들어다 주셨는데 그 애들이 다시 비말네 뜨락을 20여년 채워줬네요.
핑크빛 소문도 아닌 분홍 꽃사진 하나로 오늘도 긴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버리고 버리다 다시 그 속에서 노는 노년의 일상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고요. 블글 친구님들 고국의 달력은 3월 26일 화요일 시작, 미국 캘리포니아 비말네 동네는 3월 25일 월요일 점심도 먹어 치웠습니다. 오늘도 마음에 드시는 시간과 함께 행복하셨으면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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