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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근소녀 일탈기

20년 전 대문밖

by 비말 2024. 9. 2.

미국 캘리포니아 9월의 첫 주일 동네 한바퀴 돌고 들어와 안에서 느끼는 연휴는 바쁜 듯 한가하고 조용한 듯 시끄럽습니다. 짝꿍이 '어디가고 싶어?' 하는데 '가고 싶기~'툭 던지 듯 한마디하고 블방 포스팅 준비를 합니다.

20년도 더 지난 사진들이 USB에 웅크리고들 앉았는데 옛집의 대문밖이 엊그제 일처럼 눈앞에서 펼쳐집니다. 부러진 등뼈를 맘대로 펴지도 못하고 창안에서 창밖만 내다보던 날도 많았던 날들.

아직 울타리가 없던 비말네-앞뜰과 소나무들
아직 울타리가 없던 비말네 앞뜰과 소나무들

 

좌청용 우백호가 아니라 넓지도 커지도 않은 골목안에 온갖 차들이 매일 자동차 쑈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옆집은 하루에 스무 대도 넘는 추럭과 승용차들이 들락거리며 부산을 떨기도 하고 첨엔 눈꼬리들 올리고 험한 말도 오고 갔지만 한 이십년 살면서 이웃사촌이 되기도 했네요.

쇳덩어리지만 일도 많이하는-나무 쪼개는 차
쇳덩어리지만 일도 많이하는 나무 쪼개는 차

 

쇳덩어리 머신을 세워두고 나무도 자르고 자른 나무들 넣고 갈아서 톱밥으로 만들어 거름으로 팔기도 하는데 뒷뜰만 넓지 앞뜰이 우리집보다 작아 늘 우리 파킹랏을 넘보곤 했는데 몇번 빌려 줬더니 우리 차들 세울 곳도 남기지않아 차고로 들어갈 수가 없는 날도 있었습니다.

옆집의 보트는 언제나 치워지나?
옆집의 보트는 언제나 치워지나?

 

우측의 다른 옆집은 보트를 세워두고 일년에 몇번 호수로 나가는데 참으로 징글맞기도 했습니다. 나중 자기네들이 벽돌로 미니담을 만들겠다고 해서 울집 큰나무 몇 그루도 잘라내 보기에 여엉 그렇습니다. 좀더 후에는 집안의 뒷뜰 담위로 먹을 것들 넘겨주고 받으면서 친한 사이가 되고 친정엄마가 함께 살게 되고 울집 짝꿍이 가끔 쓰레기통도 차고 밖까지 밀어주고 하면서 친해졌네요. 크레딧 카드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백인이지만 동양인 느낌의 흑발의 제니~

길 건너집 시멘트차-콩크리트 작업
길 건너집 시멘트차 콩크리트 작업하는 레미콘

 

골목안에서 젤로 오래 산 가족들~ 샌드에고에 살다가 왔다는 60대 노부부는 자녀들 결혼 시키고 주말이면 오는 손주들과 캠핑차타고 가까운 호수에 다녀오기도.. 시멘트 추럭 레미콘이 와서 집 뒤뜰에 땅을 고르고 텃밭을 없앨 건가 봅니다. 동네에서 우리집보다 작은 집이 저 집이었는데 온 집안팎을 시멘트로 콩크리트를 해 버립니다.

대문앞 교통사고
옆쪽길 건너 집앞에서 교통사고가 났나봅니다

 

지나가던 자동차가 대낮부터 한 눈을 팔았던지 교통사고가 났네요. 남의 자동차 뒷태를 완전 박살나게 했는데 조용하던 동네가 한 바탕 소동을 벌이고 경찰차, 소방차, 구급차까지 달려와 난리 법썩을 떨었습니다. 집밖을 잘 나다니지도 못하고 세 발 지팡이로 네발 휠체어로 집안팎만 굴러다닐 때가 많아 비말이가 피핑탐이 되어 창안 커튼뒤에 숨어 창밖을 엿보기도 했던 시간들이네요.

길 건너집 이사 추럭
우측길 건너집 이사 추럭~ 딸넴이 대학 기숙사로

 

길 건너 앞집인데 딸이 대학 기숙사로 떠나는 날인가 봅니다. 영특하고 부지런해 가끔 카스테라 한 판씩 구워주면 뭐든 하겠다고 시켜만 달라던 싹싹한 소녀였는데.. 마흔은 됐을 지금쯤은 대학에서 저 때의 자기만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어 또 다른 꿈나무들을 키워내고 있겠지요.

비말네 뒷뜨락-석류나무와 친구들
비말네 뒷뜨락 석류나무와 하양 쟈스민과 치커리

 

비말네 뜨락~ 뒷뜰은 늘 새들의 천국이었고 엄마 석류나무가 사계를 밝히고 버텨서 있던 곳이지요. 하얀 쟈스민꽃이 숨도 못 쉬게 향기를 퍼뜨리며 흐드러지게 피고 보라색 치커리꽃이 피고 지고 저 때는 씨앗을 머금고 있는 풍경이네요.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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