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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근소녀 일탈기

호박이니 참외니

by 비말 2024. 8. 31.

돌산중턱 도로변을 자동차로 씽씽 달립니다. 집도 한 채 없는 곳인데 Grass Trimmer (예초기) 로 맨 땅에 헤딩하며 허공을 가르 듯 노는 예초기를 차 안에서 구경하다가 '차 좀 세워요!' 마눌의 외마디 소리에 끼이익-

돌산 중턱 도로변에서 만난-산호박들
돌산 중턱 도로변에서 만난 산호박들

돌산에서 만난 호박

'뭐야, 왜 그래?' 놀란 넘편이 차를 급정거 시키면서 얼굴까지 하애집니다. '뭐가 있었어?' 산토끼라도 자동차로 친 줄 알고 말까지 더듬거립니다. 에이쿠야, 미안해라.. 기들어가는 소리로 '호박꽃하고 호박이..'

집에와 꽃은 화분에 넣고-호박은 쪼개봅니다
집에와 꽃은 화분에 넣고 호박은 쪼개봅니다

'돌산에 웬 참외가 있어?' 넘편이 화낼 줄 알고 '또 싸우겠구나' 쫄고 있었는데 당신도 놀랜가슴 가라 않히느라고 그러는지 생각외로 엄청 부드럽습니다. 보통때 같으면 이 앙다물고 먼 산들 바라보며 제각기 일텐데요.

바위산에서 지들 맘대로 줄기를 뻗는-산호박들
바위산에서 지들 맘대로 줄기를 뻗는 산호박들

호박꽃은 꽃입니다

사람도 안살고 있는데 호박이 왜 있을 거냐는 넘편~ '아냐, 꽃이 호박꽃이야!' 삶은 단호박 식칼로 자르 듯 마눌이 한 마디 덧붙입니다. 생긴 건 단호박과 비숫한데 아닙니다. 참외같기도 한데 그것도 아닙니다. 암튼 내려서 직접 보기로 합니다.

호박이니 참외니-이쁜 애들이-아리까리 합니다.
호박이니 참외니, 이쁜 애들이 아리까리 합니다.

'핼로우~ 익스큐즈 미, 써~' 외국인들은 일할 때도 부드럽고 예의 바르게 다가서면 십중팔구는 아주 친절하게 일손 멈춰고 응대해 줍니다. 넘편 놀리느라 '너가 이뻐서 그래!' 헛바람을 넣기도 하지만요. 호박들이 참 이뿝니다.

다른 풀들은 다 말라죽었는데-호박줄기만 쌩쌩
다른 풀들은 다 말라죽었는데 호박줄기만 쌩쌩

20~60대의 아버지와 아들, 부자인 듯한 이들이 자동차를 세우자 일손을 멈춰고 기다려줍니다. 미안은 한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넵니다. 호박인지 참외인지~ 잘라 버리는 게 아깝기도 하고.. 이름이 뭔지 묻자 '스쿼시 (호박)' 합니다.

다시 가본 산에서도 비말네 집에서도-익어갑니다
다시 가본 산에서도 비말네 집에서도 익어갑니다

먹을 수 있는 거냐 물으니 그것까진 모르겠다며 미안해 합니다. 우리가 더 미안해 병물 2개를 나눠주면서 버릴거면 우리가가져가면 않되겠느냐는 말에 아버지가 옆에 세워둔 당신 자동차에서 비닐백을 가져다 자기옷에 호박을 닦으면서 아홉개나 줏어 넣습니다. 고맙기도 하셔라~ 집에 가져와 저 야단! 비말네 집 소쿠리속에서도 노오랗게 익어갑니다.

마켓에서 사온 단호박으로-호박죽을 끓입니다.
마켓에서 사온 단호박으로 호박죽을 끓입니다.

단호박으로 호박죽을

호박꽃도 꽃이냐 비아냥거려도 그 보다 이뿐 꽃 어딨어? 호박사랑에 빠진 비말이가 끓인 호박죽은 단호박입니다. 마켓에 가서 2개 사온 걸로 '황금죽' 인데 맛도 대박입니다. 산에서 업어온 산호박은 이름도 알아내고 먹을 수는 있는 건지 제대로 공부를 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지만 아직은 꽃으로도 이뻐보입니다. 블글친구님들, 주말도 행복하셨으면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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