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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바랜 편지를 들고

Young Girl 어린소녀 Old Girl 늘근소녀

by 비말 2023.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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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Girl 어린소녀 Old Girl 늘근소녀

손녀가 ‘할무니, 유 룩 퍼니! (Grandma, you look funny!)' 그러면서 웃길래 거울을 보니 ‘에쿠야~’ 갑자기 들이닥친 불청객 (?) 들이 하루 이틀사흘 나흘 애들 맡겨놓고 종일 전화 한통도 없는데 애들은 엄마 아빠를 찾지도 않습니다. 아직은 늙어 쓸모없어 버려질 노인들은 아닌데 애들 둘에 시달린 60 살 초중의 할매와 영감은 양말 꺼꾸로 신겨져 배달된 3 살박이 손녀한테도 놀림감이 되어 거울옆을 그냥 지나치다가 Old Girl 늘근소녀와 Young Girl 어린소녀가 거울앞에서 요시락들을 떨어댑니다.

울오빠들한테는 어느 한 때 나도 어린소녀 였는데


요즘 3 살은 저희가 국민학교 들어갈 그 즈음보다 훨씬 더 똑똑해 따라 잡을 수가 없습니다. 컴퓨터도 척척 영어도 한국어도 발음이 정확하게 들은 대로 해대니 몇 십년 내 나라 말과 글로 익숙된 뇌에 다시 새롭게 넣은 우덜 영어는 혀를 말아쥐고 목구녕으로 도로 숨겨져 버리고 맙니다. 딸넴이 알려 줬는데도 아이패드 (iPad) 비밀번호를 몰라 쩔쩔매니 여섯살 초딩1년생 손주가 스윽 옆에 와서는 '콕콕콕콕' 비밀번호를 찍고는 '바부탱이들 그것들 몰라?' 씨익 웃으며 하던 놀이를 계속합니다. 하면서도 힐끗거리며 좀은 이상한지 아니면 웃긴지 혼자 큭큭거리기도 합니다. '할무니, 웃겨! (You're so funny!)' 그러는 지 동생을 쏴아보기도 하면서요.

이런 날들을 기억이나 해줄까?


손녀아이는 엄마가 두고 간 신형이 아닌 아이폰 (iPhone) 으로 하는 게임도 재미가 없는지 할매꼴이 너무 웃긴지 너풀거리며 다 빠져나온 할매 올림머리 고무줄을 확 풀어 당기더니 머리를 빗겨 준다는데 구신이 따로 없고 귀밑에 흰색이 있다면서 뽑아준다는 데 '괜찮아' 할 여가도 없이 검정머리 한 웅큼을 쥐고 다 뜯어냅니다. ‘아야야야’ 눈물이 쏟아질 만큼 아픈데 아이는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열심을 다합니다. 그만 두라고 할 수도 없고~ 지 좋은 건 누가 말려도 안들을 테니 살살 꼬셔 놀이를 하자고 꾀를 냅니다.

Young Girl 어린소녀 Old Girl 늘근소녀


‘우리 똑같이 머리 묶을까?’ 빗을 쥐어주니 곧잘 빗질을 하다가 머리채 잡은 체로 끌어 당깁니다. 한 쪽으로만 흐르는 눈물을 닦아낼 틈도 없이 아이 머리를 풀어 사진을 찍히는데 장난하느라 자꾸 머리를 카메라에 들이대니 아이 머리통이 대갈장군입니다. 전에 어느 블님께서 '비말아, 어찌하여 너만 이쁘게 찍고 아가는 어른같이 해놨냐?' 시며 한 말씀 하셨는데.. 얼래고 달래 두어 캇 찍고 거울을 뒤로 해서 할매도 찍고 둘의 머리도 묶어 또 찍었습니다. '‘아하하하 까르르르’ 어린 지지배는 숨이 넘어가게 웃어대면서 좋아라 합니다. ‘할무니, 어게인~ 원모어~ Grandama, again~ one more~' 새로운 놀이에 푸욱 빠져서 배 고프다는 말도 않합니다.

햄 샌드위치 (ham sandwich), 퀘사딜리아 (quesadilla), 해쉬브라운 (hash-brown)


아이들이 잘 먹질 않는다고 애들 부모들은 걱정들을 해댔는데 자다가도 일어나 '배고프다' 고 주문들이 많습니다. 도대체 뭘 안먹어서 걱정이라는 건지~ 햄 한덩이 사다가 파인애플과 함께 삶아해 준 샌드위치를 젤로 좋아했는데 딸넴과 사위는 자기네 애들 그런 거 먹여본 적이 없답니다. 애봐 준 공은 없다더니 그렇게 잘 먹고 잘 놀고 부모들 들으면 섭섭할 만큼 '엄마 아빠' 찾지도 않더니 보자마자 안고 보듬고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웬지 섭섭한 맘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날들이 그리 오랜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아이들은 다 자라 할베 할매는 잠시 심심풀이 땅콩으로나 소용될까 지들 일이 더 바쁩니다. 그러든다 말던가 아이고 어른이고 '건강만 '하면 좋겠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세월이지만 'Young Girl 어린소녀 Old Girl 늘근소녀' 그러고 놀던 날을 기억이라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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