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선물 희망 Splash
짐 정리를 잘 하는 편인데 지난 2020년 가을 이후로는 정리 정돈 보다는 찾는 거에 더 신경써이고 정신 사납습니다. 정리한 물건들을 따로 분리해 놓고 전화해 가져 가라고 할 도네이션할 것들과 더러 눈찜하며 나중 버릴 일 있으면 '자기한테 넘기라던' 이웃한테 갈 것들 혹은 좀더 두고 보고 싶은 것들을 뭉떵거려 쌓아놓고는 그래도 다시 한번 더.. 아쉬울 게 있는지 보기도 하면서 쓰레기통에 갈 것들은 짝꿍한테 부탁합니다.
문제는 쓰레기통으로 가야 할 물건들이 짝꿍이 안버리고 어딘가에 또 뭉쳐 숨겨둔다는 겁니다. 신화속에 나오는 판도라 상자가 집안 여기저기서 그 뚜껑이 열리니 매분 매초가 슬픔과 기쁨과 희망으로 집 안팎을 가득 채웁니다.
'판도라는 제우스가 준 상자속의 내용물들이 궁금해서 열어봅니다. 분명 제우스는 '인간에게 줄 선물' 이라고 열어보지 말라고 했으나 어느 날 참을 수 없는 호기심에 결국 상자를 열고 맙니다. 처음엔 아름다운 작은 새가 하늘로 날아가고 뒤이어 좋은 것들이 하나 둘.. 인간이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갔습니다. 뒤이어 '시기나 질투 질병 슬픔' 같은 안좋은 것들이 나와서는 멀리 날아가지 않고 주위에 깔리면서 인간 세상에 퍼지게 됩니다.
판도라가 놀라 상자를 닫으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슬픔에 눈물짓던 판도라가 상자안을 들여다 보니 뭔가 꿈틀거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희망’ 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옮겨 퍼와서 조금 손보고 사용하는 글입니다. (판도라의 상자) 아닐 줄 알면서도 믿어보고 기다려 보는 게 또 희망이라는 아이지요?
비말이도 그런 상자들이 여럿 있습니다. 손편지만 있는 것도 사진만 있는 것도 한국에서 미국에서 살아낸 70년 가까운 기억들이 추억되어 들어있는.. 작은 상자 하나를 찾아내 뚜껑을 엽니다. 폴라로이드 (Polaroid) 즉석 카메라와 사진관에 가야 현상을 할 수 있던 필림들도 보이고 올림푸스 (Olympus) 미니카메라도 보입니다. 더 오래전에 사용하던 폴라로이드 카메라도 어디 있을 텐데 찾기를 포기합니다. 언젠가는 판도라 상자를 빠져 나오면서 '쏘프라이즈, 나 희망이야!' 그래줄 것도 같아서요. 어제는 추억 내일은 희망 오늘은 혼자만의 선물들을 마음으로 포장합니다.
요즘은 스맛폰 하나만 들고 길을 나서도 웬만한 건 다 해결되는 세상이지요? 자동차 열쇠가 없어도~ 크레딧카드가 없어도~ 핸드백을 안들고 나왔어도~ 전화 한통이면 열 중에 일곱가지쯤은 해결 가능할 일들이 많습니다. 2003년 쯤인지 (?) 딸넴이 전화기를 두 대 가져와 셋업이 다 됐다며 건네줍니다. 손안에 들어오는 전화기 뚜껑을 여니 개미보다 작은 것들이 움직입니다. 늘 데스커탑 큰 화면 컴퓨터앞에서만 작업을 하다가 들여다 보니 1.5 시력의 눈으로도 피곤해 집니다.
예전 집에서 올리던 오래전 포스팅 글에 자주 등장하던 '디카를 손안에 감춰고 행여 사라질까 급한 맘에 맨발로 뜰로 내려선다. 노오란 꽃술이 만지면 소리없이 무너져 내릴것 같아 가까이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숨소리 조차도 죽인다.' 바로 그 카메라입니다. 아직도 쓸만할 텐데 컴퓨터가 여러번 새 것으로 바뀌는 바람에 연결을 하면 '바이러스다!' 컴이 요동을 치기에 그냥 판도라 상자속에 가둬고 한번씩 열어서 만져만 보고는 도로 집어 넣습니다.
다행히도 비말이 상자는 판도라가 연 상자속 아이들처럼 좋은 게 날아가 버리거나 나쁜 것들이 주위를 맴돌면서 시기나 질투 질병 슬픔같은 안좋은 것들로 괴롭힘을 당하진 않습니다. 블로그 포스팅 글사진속에서 함께 해주시는 블글친구님들과의 길고도 짧은 이야기들로 봄날 아지랭이같은 아득한 기억들 소환해내 판도라가 마지막으로 잡은 그 희망이라는 아이와 매일을 달립니다. 어제의 추억과 오늘의 선물 그리고 내일에 올 희망이 스플라쉬 (Splash) 그러면서 주위를 봄날 벚꽃처럼 피고 지면서 날을 테니요.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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