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공항에서 엘에이 공항으로
또 다른 시작이라며 '비긴 어게인' 그랬던 날들도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난 느낌입니다. 코로나 19가 다시 고갤 치켜드는 2023년 여름 '당신은 안전 블감증입니다.'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그러면서 지난 포스팅을 들춰며 지우려다 다시 봅니다. 사진만 몇 개 탐하고.. 그 날을 생각해내며 혼자 히죽거리기도 합니다. 라스베가스는 자주 가기도 하고 일주일을 머물러도 봤지만 리노행은 처음이었는데 여행을 가는 것도 아니었는데 살짝 설레기도 두렵기도 했던 날들입니다.
엘에이 시내 전광판에 비친 글씨들을 보자 'Relax, it's all going to get better.' 잠이 쏟아지는데 더 지쳤을 짝꿍한테 비몽사몽 감은 눈으로 노래를 불러줍니다. 이 때만 해도 아직 삑싸리 안나고 곧잘 불렀는데~ 요즘은 흉보면서 말리던 짝꿍처럼 저도 음정 박자 가사까지 가물해 집니다.
아무리 짧은 한 시간 반짜리 여행이기로 서니 '아, 분하다 창가 자리를 빼았기다니' 창쪽에 앉은 잘 생긴 백인청년이 계속 폰질만 해대니 제 눈은 갈 곳을 잃고 허공만 쏴아댑니다. 두 남정네 중간에 낑가앉은 비말이는 디카를 조물락거리며 안달복달 입니다. 마눌 편의를 위해 입구에 앉히려는 짝꿍의 성의도 무시하고 중간에 앉았는데.. 어쩔 줄 몰라하며 '자리 바꿔줘?' 계속 물어대는 넘편한테 오해를 살 만큼 청년쪽 창가로 몸이 자동반사합니다. 20년 만의 항공 외출인데 비행기안에서 찍은 사진 몇 장은 챙겨야 겠기에 마음이 콩밭에서 도리께질을 해댑니다.
리노 (Reno) 공항에서 비행기 연착으로 엘에이 (LA) 공항에 당도할 만큼의 그 기다림의 시간들은 바닥에 드러 누워서 '배 째라' 떼둘떼굴 구불고 싶은 아픔들이었는데 '죽어도 남의 일 돕겠다고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며 이를 악물기도 했습니다. 압축 붕대감은 등허리께는 땀으로 범벅이 되고 땀띠까지 났는지 건질 건질~ 온 몸에 쥐가 나기도 해 미친척하고 의자에서 땅바닥으로 내려 앉았는데 동시에 수 많은 눈들이 쏴아~ 짝꿍이 벌개진 눈으로 '괜찮아?' 놀래 소릴 지러고.. '아이참, 죽고 싶어도 못 죽겠네!' 혼잣말로 웃으며 슬며시 몸을 일으킵니다. 오랜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입가에 미소들을 띄우며 '나도 네 맘과 같아!' 그러면서 '아유 오케이?' 묻기도 합니다. 챙피하고 부끄러움은 짝꿍몫이고 저는 일단 쥐내리는 걸 잡았으니 다행이었습니다.
*리노 (Reno) 는 미국 서부 네바다주 (Nevada) 에 있는 도시로 19세기에 캘리포니아주와 연결되는 대륙횡단 철도의 길목에 건설되어 발전하기 시작하였으나, 본격적인 발전은 20세기 들어서부터이다. 이혼과 결혼이 자유로운 네바다 주의 법으로 빠른 이혼수속을 밟거나 결혼식을 올리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1931년 주법에 따라 도박이 공인되면서 라스베이거스와 함께 도박의 중심지로 유명해지게 되었다. 리노는 네바다 주에서 라스베이거스, 헨더슨, 노스라스베이거스 다음으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이다. (*인터넷 백과사전)
블라인드를 올리고 커튼을 저치자 동쪽 자카란다 사이로 다른 세상이 펼쳐지면서 새로운 기운들을 불러 일으킵니다. 하늘의 먼동과 구름과 해와 땅의 나무와 호박과 꽃들이 밤새 안녕을 눈맞춤으로 노래합니다. 손안의 디카 느낌도 나쁘지않은 익숙함이 노란콩 하나 만들어내고 달님인 듯 해님인 듯 시침뚝 떼면서 멀리 북쪽을 향해 쏘아 날립니다. 비말네 뜨락의 아이들은 한번도 배신한 적이 없는데 쥔장들은 그들을 배신하고 떠나 버렸습니다.
'무슨 요리?' 혹여라도 짝꿍이 물을까 '나도 몰라!' 미리 연막치며 있는 거 없는 거 냉장 냉동고에서 다꺼내서 삶고 지지고 볶고 무치고 난리굿을 춰어댑니다. 뭔가 대단한 건 아니었지만 열심히 정성을 다모아 만든 요리쿡 조리쿡이었던 것 같습니다.
'신선로네?' 그렇다면 그런가 보지 뭐~ 저 음식들을 다 합해도 둘이 햄버거 값도 않되는데 부엌에서 칼춤 추다보니 이젠 외식이 겁이 나기도 합니다. 그러던 시간들이 이젠 진짜로 외식도 못할 만큼 물가도 오르고 사람들 틈에 그냥 놔여지기도 무서운 세상이 돼 버립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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