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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짓는 여자

끓여서 만드는 햄버그 스테이크

by 비말 2023.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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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스테이크

햄버거와 햄버그가 다르게 사용된다는 것을 알고 난 어느 날 머리가 어찔해지고 멘붕이 오기도 했는데 '햄버그' 는 스테이크 (고기 덩어리), '햄버거' 는 빵을 덮어먹는 샌드위치 요리라고 기억하면 된다고 한 글이 생각나서 오늘도 인터넷을 다시 검색해 보고 옵니다. 긴 설명들이 많지만 비말네 맛집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눈으로 글로만 먹는 블로그 대화방이니 대충 넘어가 주시면 되시겠지요. Hamburg Steak 햄버그 스테이크~ 영어가 한국에 상륙해서 고생을 하기도 하지만 한국어가 미국에 건너와 고생을 하기도 한다는 걸 요즘 더 뼈저리게 느낍니다. 나만 그런가? 하다가도 가끔 블글친구님들 글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미국서 40년 가까이 사는 우리도 그냥 한국분들과 말할 때는 함박스테이크라 하고 외국인들과 먹을 때는 햄버거 스테이크 (Hamburger Steak) 라고도 하는데.. 지금도 헷갈리고 머리 아픕니다. 집에서는 주로 밥과 함께 먹는데 말입니다.

햄버그 스테이크? 함박스테이크!

미국에서 몇 년 살다가 서울 방문을 했는데 혼자 나돌아 다니는 걸 좋아하다 보니 가끔 택시를 탈 일도 있었는데 기사 아저씨가 '외국에서 오셨나 봐요?' 하시길래 깜짝 놀란 적도 있었는데 별로 티 안내고 사는 저도 어눌한 게 티가 났던가 봅니다. 88 올림픽 전에 와서 그 이후 몇 년만에 방문한 서울이 너무 많이 달라진 거지 절대로 비말이는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뭐 지금도 짝꿍은 '애가 모자란 건지..' 그런 말을 하긴 합니다만. 누가 장닭처럼 쫏아대기 전에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그냥 암탉이거든요. 햄버거도 햄버그 스테이크도 별로 였던 그런 날들을 지나 이젠 직접 집에서 만들어 먹는 요리사가 됩니다. 밥하고 같이 함박 웃으면서 스테이크랑 같이요.

끓여서 만드는 햄버그 스테이크

뭔지도 모르고 재료가 넉넉하면 뭔가를 만들어내는데 그래도 먹어본 뭐가 잘 안다고 짝꿍이 '뭐 만들어?' 하고 물으면 '몰라, 그냥 만들어!' 그러는 게 키친에서의 일반적 대화입니다. 한 동안 촤르르 눈으로 재료들 훑어보고는 '햄버그 스테이크?' 그럽니다. '몰라, 백종원 요리에 함박스테이크라든데?' 그러면서 황금 레시피도 없이 재료도 들쑥날쑥 제 맘대로 이지만 일단 시작이 됩니다. 블방 글친구님들 전에는 '레시피도 좀' 올려 달라고 하셨지만 비말이도 알고 만드는 게 아니라 솔직히 잘 모릅니다. 음식도 바로 만들어 뜨거울 때 차려서 먹어야 그나마 '먹을 만..' 이뿌게 멋지게 테이블 셋팅할 시간도 없습니다. 블로그 포스팅도 중요하지만 따뜻한 음식 가족한테 바로 먹게 하는 것도 주부의 도리이기도 하지요. 이미 졸업장받은 주부긴 하지만요.

특별할 것도 없는데 엄청 부산스럽게

일단은 준비된 재료들 에어 프라이에 넣고 한 소끔 지지다가 꺼내 개스불 속깊은 팬에서 지지고 볶습니다. 살짝 익혀 숨만 죽은 야채도 지글지글~ 고기는 소금만 조금 넣고 이미 맹물에 한번 끓여 물은 버리고 에어 프라이에서 또 한번~ 후추와 소금간만 조금 더합니다. 따로이 소스도 만들지않고 그냥 햄버거 바베큐 소스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야채들은 아무거나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소환해서 넣는 편입니다. 양파는 필수고요. 냉동고 냉장고 봉지에서 다 불려온 아이들이 열내며 서로 잘나 난리굿을 해대며 보글보글 끓어댑니다. 처음에 짝꿍이 '누가 햄버그 스테이크를 야채와 함께 삶아?' 하길래 '나!' 그래도 나중엔 맛나게 먹고 좋다고 해서 가끔 저리 해먹습니다. 햄버그 스테이크가 됐든~ 함박스태이크가 됐든~ 햄버거 스테이크가 됐던 맛나게 먹는 게 장땡이지요?

하얀쌀밥 반공기 추가해서 함박스테이크

고기 한덩어리가 쟁반에 가득 찹니다. 전 같으면 반도 못 먹을 텐데 요즘 뱃꾸리가 늘어 고기도 빵도 밥도 다 잘 먹는 것 같은데 50킬로에서 조금더 나가니 다이어트 걱정은 없을 것 같습니다. 예전 집에서는 뽕닢과 뽕줄기 놓고 고기를 제대로 삶아 건강식으로도 해먹었는데 지난 몇년 동안 많은 것들에서 열심을 빼 버립니다. 시작이 반이고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던가요? 일단 뭔가를 시작하면 끝은 내고 배가 고프면 그런대로 맛나게 먹게도 되니 함박스테이크에 밥 반공기 추가해서 잘 익은 배추김치와 함께 잘 먹었습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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