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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짓는 여자

까마중이니 만두니

by 비말 2023.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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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맛과 고향의 추억맛이 함께

어린 날 고향 통영에서 만났던 까마중이를 미국 캘리포니아의 내집 뒷마당에서 만나는 순간 '애, 너 뭐니?' 와락 끌어안고 싶은데 하얀옷에 보랏빛 꽃자주 물들일까시퍼 주춤 합니다. 까마중 효능이 좋을 줄 어린날들엔 모르고 배가 고파서 먹었는데 배고픈 줄 모르고 자란 넘편은 '괜찮아?' 못 먹게 말리다가 포기하고 옆에서 지켜보다가 걱정이 되는지 묻고 또 묻습니다.

항암 작용에도 좋고 안토시아닌 성분이 복분자의 50배도 넘고 풍부하게 함유 되어 있다고 하네요. 대표적인 효능이 기침과 가래완화 이뇨작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가려움증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딸넴이 가끔 자기집 가까운 한국마켓에서 한국장을 봐오면 '그러지 말지!' 말리려다가도 관둡니다. 비싼 동네에서 같은 물건을 왜 사오는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데 글쎄~ 돈 G럴이지 싶습니다!

두루두루 만두를 두 번째 맛보는데 오케이?

딸넴 전화와서 '지난번 사다준 만두맛이 어땠느냐고?' 묻기에 아직 냉동실에 있다고 했더니 짜증입니다. 사오면 바로 안먹고 왜 냉동에서 얼리느냐고 '사돈 남 말하네? 그건 내가 매번 지한테 하던 말인데?' 냉동된 만두 한팩을 꺼내서 요리쿡 조리쿡할 것도 없이 조리 방법대로 두루두루 맛있게 군만두로 일단 해봅니다. 맛은 있었습니다.

'흑진주가 이럴까? 싶게 까아만 구슬들이 보석같이 반짝반짝 빛을 냅니다. 살짝 깨물면 입안에서 작은 알맹이들이 툭 터지면서 온 입안을 휘감던 그 맛이 생각나서 혀를 굴리다가 톡 깨물어 봅니다.

흑진주니 정로환이니 까마중이가 보석이고 약!

한글 인터넷 알림판들에서는 까마중이가 20에서 90 센티미터까지 자란다는데 미국 캘리포니아 비말네 애들은 물과 햇빛과 바람만으로도 2미터는 키를 높이는 것 같았습니다. 옆에 힘쎈 나무나 가지가 있으면 잡고 휘감고 올라가다가 지가 지치면 그냥 옆으로 누워버리기도 하면서요. 5월부터 7월까지 하얀꽃이 핀다는데 정확하게 처음부터 보지않아 늘 놓칩니다. 지난 블로그 포스팅들을 보면 5월에 많이 올린 걸 보면 아마 그런가 봅니다. 솔라닌이란 독성도 함유하고 있다기에 그냥 뽑아서 버리다가 기관지염에 좋다기에 열매를 따서 '죽으면 죽지' 그러면서 씻어 먹습니다.

겉자란 아이들은 가차없이 잘려져 쓰레기통으로

다양하게 씌임새가 많다는 걸 처음 안 날은 짝꿍 억지로 붙잡혀 앉혀진 체 공부를 시킵니다. 그럴 댄 비말이 지가 평강 공주가 되고 짝꿍은 바보 온달이가 됩니다. 그러길래 누가 그리 잘 가꿔래? 아무 풀이고 나무고 꽃만 피면 다 돌봐주고 애지중지한 덕분에 잘 가지도 않는 뒷문께에는 온갖 풀꽃나무들이 지들만의 세상을 펼치며 놀고 있었습니다. 그 동안 블방질에 잠깐 한 눈파는 사이 많이도 숨겨 키웠습니다. '이리좀 와봐! 한국에서 본 것 같은데?' 까아만 새똥같기도 정로환같기도 한걸 들고 들어와 호들갑을 떱니다. '까마종이다!' 어린 지지배가 되어 오빠 따라 나서 듯 또 따라 나섭니다.

옆집에 새로 들어온 닭은 오골계라는데 여기서 놉니다

어린잎은 나물로 해먹고 열매와 성숙한 잎과 줄기는 한약방에서 약재로 쓴다는데 저는 어릴 때 입술이 시커멓게 될 때까지 따 먹으면서 배를 채웠습니다. 해열, 산후복통, 이뇨제, 학질, 신경통, 간장, 종기, 부종, 좌골 신경통.. 참으로 보통아이들이 아니네요. 가을에 꽃과 열매를 한꺼번에 말려서 달여 복용하면 호흡기질환 눈병에도 효험을 본다고 합니다. '얼마큼 따?' 등을 보이고 엉거주춤 선 체로 짝꿍이 묻습니다. 시커멓게 물든 양손안에 이미 가득 채워 흘러내리는데 '기다려!' 얼릉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 양재기를 들고 나갑니다. 이렇게 큰 걸 가져오면 어떡하느냐는 듯 얼굴에 걱정이 어립니다. '먹고 이상해지면 어떡하려고?' 걱정많은 넘편말에 두말 세말 걸러지도 않고 '죽으면 죽지!' 마눌은 웃지도 않고 한 마디합니다.

두루두루 맛있는 만두가 비비고만두만 못한가?

몇 년전 코로나 19가 시작할 때도 사다준 건데 가격보다는 맛이 덜한 것 같아 우린 돈주고 사다먹진 않았습니다만 딸넴네는 맛이 좋다며 자주 사서 먹나 보더라고요. 우린 김치만두나 비비고만두 세일할 때나 몇 팩씩 사다 냉동해두고 먹는 편인데.. 올만에 다시 먹으니 맛도 좋고 요 몇년 동안 물가가 하늘에 구멍을 낼 정도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먹는 것들도 많아집니다.

만두니 까마중이니? 둘 중 어느것이 더 맛있느냐 묻는다면 만두는 딸넴의 사랑맛이고 까마중이는 고향의 추억맛이니 딱부러지게 대답을 할 수가 없어 그냥 '둘다!' 그러게 됩니다. 이 나이에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그런다고 대답할 일이 무에랍니까? 행복한 어버이 날 주간 되셨으면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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