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을 넘는 석양아 노을아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듣고 있어도 다시 듣고 싶은 것들이 점점 많아지는 시간이 '내게 또 다른 삶의 희망 신호인가?' 김칫국 마시며 둘이서 혼자인 양 걷는 아직은 해가 남아있는 낮으막한 동네 산길에서 말리고 싶은데 차마 그러진 못하고 음정, 박자, 가사까지 틀려가며 즐기는 짝꿍을 보면서 피식 웃으며 하늘을 봅니다.
늦은 점심, 깨진 약속에 새롭게 뭔가를 다시 하기에는 어중간한 시간입니다. 저녁 산책으로 걷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자동차로 가까운 곳으로 달립니다. 서산너머 햇님이 숨박꼭질하는 거 바로 직관할 수 있는 동네로 걸어가도 되지만 욕심내 많이 걸으면 돌아올 일이 걱정이니 자동차로~
자동차를 한갖지게 세우고 조금 걷다 만난 서산을 넘는 석양에 '우와~' 폰카를 치켜드는 마눌 말릴새도 없이 찰칵~ 뒤늦은 넘편의 목소리가 '눈 버려!' 뒷꼭지를 강타합니다. '이미 버린 몸~' 십 수년같은 말로 투닥이고 사그라집니다. 가슴이 먹먹해질 만큼 장관인데.. 이 장면을 블방친구님들 자랑하시는 폰카나 카메라로 잡아내신다면.. 하면서 블글친구님들 이름표를 입안에서 오물거리면서 몇 장 찍어냅니다. 어차피 한 두장 쓸 거 많이 찍을 필요도 없으니요.
노을이 지는 저 너머 동네는 팜츄리들만이 남극의 태양맛을 쏟아내는 듯 캘리포니아 서쪽 하늘가를 달리는 붉그레한 빛놀이들에 큰 키를 늘이며 고갯짓들을 합니다. 이쯤에서 비말이도 노래 한가락 쉬어갈 수는 없어 흥얼거립니다. '노을진 들녁에 님 가신 오솔길 하늘엔 흰구름..' 등뒤를 따르던 짝꿍의 뼈아픈 한 마디가 살짝 반성을 하게 합니다. '나말고 어떤 님이 그 들녁을 떠나셨나?'
아까 짝꿍이 단발머리를 불러대기에 '나 긴 생머리야!' 했더니 그예 앙가픔을 당하고 맙니다. 하루를 만나고 헤어지는 그 순간들에 몸맘 상하지않고 남의 금밟지말고 선넘지 않으면서 내 맘에 드시는 시간들 되셨으면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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