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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근소녀 일탈기

노을지는 언덕에서

by 비말 2024.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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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을 넘는 석양아 노을아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듣고 있어도 다시 듣고 싶은 것들이 점점 많아지는 시간이 '내게 또 다른 삶의 희망 신호인가?' 김칫국 마시며 둘이서 혼자인 양 걷는 아직은 해가 남아있는 낮으막한 동네 산길에서 말리고 싶은데 차마 그러진 못하고 음정, 박자, 가사까지 틀려가며 즐기는 짝꿍을 보면서 피식 웃으며 하늘을 봅니다.

늦은 점심-이른 저녁-산책
24시가 다 비워진 노년의 일상도 바쁩니다. 서쪽하늘

늦은 점심, 깨진 약속에 새롭게 뭔가를 다시 하기에는 어중간한 시간입니다. 저녁 산책으로 걷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자동차로 가까운 곳으로 달립니다. 서산너머 햇님이 숨박꼭질하는 거 바로 직관할 수 있는 동네로 걸어가도 되지만 욕심내 많이 걸으면 돌아올 일이 걱정이니 자동차로~

서산넘는 석양
아직은 이른 것같은데 석양이 서산을 넘고

자동차를 한갖지게 세우고 조금 걷다 만난 서산을 넘는 석양에 '우와~' 폰카를 치켜드는 마눌 말릴새도 없이 찰칵~ 뒤늦은 넘편의 목소리가 '눈 버려!' 뒷꼭지를 강타합니다. '이미 버린 몸~' 십 수년같은 말로 투닥이고 사그라집니다. 가슴이 먹먹해질 만큼 장관인데.. 이 장면을 블방친구님들 자랑하시는 폰카나 카메라로 잡아내신다면.. 하면서 블글친구님들 이름표를 입안에서 오물거리면서 몇 장 찍어냅니다. 어차피 한 두장 쓸 거 많이 찍을 필요도 없으니요.

노을지는 서쪽하늘
노을진 들녁에 님 가신 오솔길 대신 팜츄리가

노을이 지는 저 너머 동네는 팜츄리들만이 남극의 태양맛을 쏟아내는 듯 캘리포니아 서쪽 하늘가를 달리는 붉그레한 빛놀이들에 큰 키를 늘이며 고갯짓들을 합니다. 이쯤에서 비말이도 노래 한가락 쉬어갈 수는 없어 흥얼거립니다. '노을진 들녁에 님 가신 오솔길 하늘엔 흰구름..' 등뒤를 따르던 짝꿍의 뼈아픈 한 마디가 살짝 반성을 하게 합니다. '나말고 어떤 님이 그 들녁을 떠나셨나?'

아까 짝꿍이 단발머리를 불러대기에 '나 긴 생머리야!' 했더니 그예 앙가픔을 당하고 맙니다. 하루를 만나고 헤어지는 그 순간들에 몸맘 상하지않고 남의 금밟지말고 선넘지 않으면서 내 맘에 드시는 시간들 되셨으면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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