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넴과 짝꿍의 한국장보기
이번에 짝꿍이 한국장을 다 쓸어 담아온 것을 보면서 역시 '피는 못 속이나 보다' 했는데 지난 포스팅에서 만난 딸넴과 사위가 사왔던 한국장을 보면서 불과 몇 년전인데 참으로 많이 달라진 세상을 삐뚤어진 마음으로 흘겨봅니다. 아직은 코로나 19나 팬데맥이 아닌 세상에서라 물가가 지금처럼 몇 배로 오른 가격들은 아닐 때 였습니다.
용돈을 줘도 마다하고 뭔가를 사온다고 해도 관두라 하니 딴에는 둘이 머리를 짜내 사왔나 본데 몇 백불이 넘는데 별로 먹을 게 없습니다. '그 돈이면 울집 몇 달치 양식거리인데' 지 아버지가 한 소리하자 딸넴이 눈을 살짝 흘깁니다. 쇠고기 갈비 한 팩이 $40~50 인 걸 보고 숨이 터억 막혀 그거면 50 파운드 쌀이 몇 푸댄데~ 요즘은 한 푸대에 $40을 육박하지요? 몇 젓가락 집고 나면 없어질 반찬들이 $10~ '그 돈이면 난 열 배도 만들겠네!' 그러면서 옹알이해댔던 날들이 머언 옛날같기만 합니다.
딸냄이 듣도보도 못한 쌀을 사왔는데 '허걱' 저 쌀로 밥을 지어 먹으면 '미인이 된다는 건가?' 많은 처녀들이 그냥 둬도 풋푸솨고 이뻤을 때 동네 미장원 원장님의 꼬시던 말에 살짝 넘어가 '정말?' 하던 때처럼 그리될 뻔 했습니다. 나도 아닌 줄 알면서 '나무 양판이 쇠 양판 되겠냐?' 던 작은 오빠 말이 아니더라도 '아는데..' 말입니다.
눈매 쬐끔더 찢고 볼살 좀 넣고 귓볼은 두툼하게 콧대는 조금 낮추고.. 그러면 미스 코리아 나가도 되겠다던 호랑이 곰방대 물고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그런 시절을 잠시 떠 올려도 봅니다. 판을 아예 싹갈아 엎으라고 하시지~ 한번도 꿈꿔보지 못한 미인. 신중현과 엽전들의 '미인' 을 입안에서 굴리듯이 생각나는 대로 불러봅니다.
美人1 - 용모가 아름다운 여자/ 美人2 - 미국 국적을 가진 사람/ 미인 1 은 못되도 미인 2 는 됐으니 성공한 삶?/ 지금도 미인이라 불러주시는 블로그 글친구님, 날다람쥐님을 생각하면서 웃습니다. 한번 여쭤봐야 겠습니다. 비말이는 1번인지 2번인지 아니면 1번과 2번 다 인지요.
https://4mahpk.tistory.com/527
짝꿍을 부엌에서 밀어내야 겠습니다. 추워 죽겠는데 저렇게 고기를 굽고 쟁반을 만들어놓고 ‘찍든가 말던가’ 하면서 은근 블방 포스팅용을 혼자 고심해서 만들어 냅니다. 그게 찍어라는 거지.. 이왕 식어 데워야 하는 거 한술더 떠 뜨락으로 치커리 민들레 찾아 한바퀴 삐잉 도는 마눌입니다. 그럴 때는 죽이 잘 맞고 손뼉소리도 이뿌게 냅니다.
할아버지랑 오렌지, 레몬나무밑을 돌다가 줏어온 것을 들고선 4 살 손녀의 손을 보다가 카메라를 갖다대니 포즈까지 취합니다. 그런 건 어디서 배웠는지~ 나도 꽤 긴 손가락들인데 참 길기도 합니다. 저 손가락들은 나중 커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 지기도 합니다.
과자와 쵸콜렛만 먹은 짝꿍은 ‘난 안먹어’ 낙지젓 깻잎 회 갈비 두팩 남은 것 나 혼자서만 얌냠 ‘아, 우리가 장봐서 만들 껄’ 맛나게 먹으면서도 연신 투박입니다. 그냥 넘기려 했더니 이미 집을 나섰다고 ‘가는 중이야’ 할 때 말을 해야 했는데 다먹어 가는데도 아까와서 ‘눈 튀어 나오게 비싸네’ 합니다.
혹 몰라서 미역 한팩으로 미역국을 더 끓이고 미역무침을 했더니 딸넴이 가져고 간답니다. 잠깐 동안 미역 두 팩을 여섯 식구가 다 먹어 치우고 갈비는 우리 먹으라고 안먹겠다더니 꼬맹이들까지 오물거리며 앉은 자리에서 다 먹어 치웠습니다. 뜯은 갈비살로는 살코기로 굽고 갈비뼈로는 배춧잎 콩나물 된장 풀어넣고 이름도 모르는 찌개를 끓였는데~ ‘아, 나는 전생에 요리사 였나봐’ 자뻑까지 하면서 둘이서 맛나게 또 먹었습니다.
이번에 짝꿍의 한국 장보기보다 더 실속이 있었다는 것을 계산해 보면서 지금같으면 $2,000도 넘었을 것 같아 간담이 서늘해 지기도 합니다. 맛나게 잘 먹고 속 끓이는 일 없이 좋은 마음으로 남은 삶은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고 교회도 안간 주일 날 빈 공약처럼 하나님께 기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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