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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속의 글들

마켓 선반이 텅 비고

by 비말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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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e with the Wind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책장에 잘 꽂혀있던 책들이 이삿짐 박스속에 다 묶어져 찾을 수도 없는데 머리속에서는 계속 뿅망치 얻어맞고도 튀어나오는 두더지처럼 '뿅뿅' 하면서 튕겨져 나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책을 떠올리면서 'Tomorrow is another day'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 타라의 테마들 중 마지막 장면에서 스칼렛이 한 그 말을 다시 찾아내기 위해 유튜브를 뒤집니다. 음악이나 영화를 위한 것이 아닌 머리속에 한 점으로 꽂혀있던 어느 한 페이지 단 한줄의 밑줄 그었던 그 대사 한 줄들을 위해서요. 아직도 꽉 차있는 냉장고 냉동고 속을 보면서 마켓 선반이 텅텅 비어있던 날들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늘 꽉 차있었는데 바람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비가 온 뒤의 새벽 공기는 차고 또 신선합니다. 조금은 추운 듯 하면서도 상큼한 게 손을 호호 불지않아도 될 만큼 기분이 좋습니다. 불과 몇 년전의 일들인데 너나할 것 없이 다들 잊고 사는 코로나 19, 팬데믹~ 그 한 가운데에 서 있었던지라 눈을 감고 뜨면서 그 때를 지워낼 수가 없습니다. 지금쯤 비말네 색바랜 편지방을 들러시는 분들은 '지겹다' 그런 느낌인 분들도 계실 텐데요. 어찌 그리도 쉽게 지우고 잊고 하실 수가 있는지 부럽기도 합니다. 아직은 집을 팔 꿈도 안꾸고 있던 2020년 3월 중순의 포스팅을 봅니다. 몇 년 지나 다시 만나지면서 그 때보다 더 선명하게 그려지고 안도의 숨을 쉬면서 '이랬으면 저랬으면' 하면서 이미 사라진 그 날들을 풀짝거려 봅니다.

'Tomorrow is another day'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

뉴스가 남의 일같이 전해주는 걸 보면서 '우리도 이러고만 있으면 않되지 않겠느냐?' 며 사위의 ‘괜찮으시냐’ 는 전화를 받자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갑자기 급해진 마음에 동네에 줄지어 있는 대형마켓들을 돌면서 사태가 얼마나 심각해져 있는지를 그제서야 깨닫습니다. 늘 싱싱한 야채와 과일들이 꽉꽉 채워져 있던 선반들이.. 멕시칸 마켓에서는 이 난리가 나 있었습니다. '세상에나?' 그야말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였습니다.

세상에나 하이에나들이 다 흝고 갔나 봅니다. 평상시에는 꽉들어 차있던 칸들이 싹쓸이 당했는데 직원들은 더는 채울 물품들이 없답니다. 물건이 들어 오지도 않는다네요. '우리, 어떡해?' 제 입에서 조차 그런 말이 새어 나옵니다. 사재기나 팬츄리 꽉꽉 채우는 걸 싫어라하는 마눌 때문에 물 조차도 두어 팩 정도 사다놓던 넘편은 '그러길래..' 하다가 말을 아낍니다.

Gone with the Wind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고운 아침 햇살들과 함께 빛살무늬 놀이하며 놀 수도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고 갑자기 숨이 탁 막히기도 하는 게 어지럽기도 합니다. 매일 아침 블라인드를 올리고 커튼만 저쳐도 보이는 창밖 풍경이 어쩌면 더는 볼 수도 없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말 지도 모른다는.. 스카렛이 오만불손하게 깔고 앉았던 모든 것을 한번에 다 날린 것처럼.. 다 사라지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코로나 19가 무섭게 머리속을 훑고 갑니다.

마스크도 눈치껏 쓰고 벗고 빛살놀이도 하고

구름이 해를 가려도 다 가리진 못할 꺼야. 해는 다시 떠오르고 세상은 밝아지고 '괜찮을 꺼야' 우리는 또 무에서 유를 만들어낼 테니까~ 고향 타라로 돌아가리라 맘먹고 희망을 품던 스칼렛처럼 비말이도 옹알이처럼 궁시렁 혼잣말을 해댑니다. 타라의 테마처럼 색바랜 편지를 들고 서서요.

Gone with the Wind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켓 선반이 텅 비었던 그 날을 늘 떠올리면서 조금씩은 팬츄리도 냉장고도 채우고 살았는데 요즘 넘편이 그 때를 잠깐 까먹었는지 아님 더 큰 일신상의 걱정을 떠올렸는지 지쳐서 키친에 설 엄두도 않나는데 자꾸 뭔가가 채워집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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