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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문예 창작시

물통속에 빠진 봄

by 비말 2025. 5. 20.

엊그제 피어난 봄이 바람에 흔들려 이리저리 구박덩이처럼 뒹굴며 떠밀려 다닙니다. 돌틈새를 비좁고 봉긋 얼굴내밀고, 개울가 갈대숲을 헤치고 솜털 보송거리며 쫌 봐달라며 갸날픈 모가지 모로 새운 체 방긋거리며 웃던 그 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밀려나는 슬픔에 물통속에 빠진 봄이 서럽습니다.

소환한 물통속에 빠진 봄-2017년 5월 봄
소환한 물통속에 빠진 봄 2017년 5월 봄

 

쉼 없이 불어대는 바람이 꽃무덤을 만듭니다. 스치듯 지나는 바람에 사시나무떨 듯 안간힘 써대며 꽃이파리 하나라도 더 같이있고자 갸느란 줄기에 목을 맵니다. 허나 어쩌랴 흔들어대는 그 마음도 만만치 않은 것을.. 이구석 저구석에 쳐박히는 것도 모자라 물통속에 코를 박고 봄이 숨죽여 웁니다.

비말뜨락 홈가드닝은-지들끼리 알아서
비말뜨락 홈가드닝은 지들끼리 알아서

 

축복의 땅, 미국 캘리포니아의 석류가 일년에 이모작 삼모작하는 것처럼 부지런을 떨어댑니다. 올해는 일찍 가지치기를 해줬는데도 아이리스와 얼키고 설켜 오가는 길까지 막아서며 같이놀자 합니다.

붉은 석류꽃이-석류나무에서 봄을 만나고
붉은 석류꽃이 석류나무에서 봄을 만나고

 

비말뜨락 이나무 저나무에 걸터앉던 하얀 쟈스민이 드디어 제 길을 찾았나 봅니다. 금사시 동아줄 하나 묶어준 페리오 나무기둥을 잡고 앉은 걸음으로 타고 오릅니다. 페리오 기둥을 나고 제프의 콩나물보다 더 높이 하늘에 구멍을 내고 깍꿍합니다.

하얀 쟈스민꽃이-페리오 지붕위에 앉아서
하얀 쟈스민꽃이 페리오 지붕위에 앉아서

 

침대에 누워 매일 건너다보는 저 유리창밖은 똑같은 나무들이 사시사철 서 있지만 한번도 같은 풍경은 아닙니다. 혼자서 둘이서 쉬지않고 사계를 달리며 계절오가는 줄 모르고 철바뀌는 줄 모르는 쥔장의 마음을 흔들어대며 어여 밖으로 나오라 이간질해 댑니다. 물통속에 빠진 봄이 또 다른 계절을 불러오기전에 함께 놀자합니다.

창밖에는 꽃 피는 봄-2017년 5월 그 봄은
창밖에는 꽃 피는 봄 2017년 5월 그 봄은

 

동쪽하늘 먼동과 서쪽하늘 석양이 같은 듯 다르게 하늘색을 물들이고 해와 달이 같은 자리에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을 같이 보자합니다. 험한 세상 숨가프게 달려오느라 물통속에 빠진 봄을 그예, 잠시 잊고 살았습니다.

물통속에 빠뜨린-오렌지나무는 언제쯤?
물통속에 빠뜨린 오렌지나무는 언제쯤?

 

침대에 누워서 나이 마흔 (40), 불혹 (不惑) 을 맞았습니다. 휠체어에 앉아서 나이 오십 (50), 지천명 (知天命) 을 만나고, 울엄마도 못 만나고 떠나신 육십 (60), 회갑을 맞으며 이순 (耳順) 까지는 누워서 앉아서 그럭저럭 세며 왔는데 갑자기 칠십 (70), 종심 (從心) 까지 세라니 살짝 숨이 가빠 물통속에 빠진 그 봄을 불러다 놓고 들여다봅니다.

머지않은 날 만나게 될 나이 칠십 (70) 을 미리 연습해 보며 오늘 아침 블방동 시인 해바라기님 글방에서 만난 '종심 (從心)' 을 마음에 앉혀봅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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