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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근소녀 일탈기

바보같은 제라늄

by 비말 2024. 9. 4.

미국 캘리포니아 비말네 동네도 2024년 9월이 시작되고 8월과 9월에 걸쳐있던 노동절 연휴도 끝났습니다. 아직은 가을이라고 불러주기엔 100도를 넘나드는 오후의 태양열이 너무 따갑고 눈부시지만 새벽공기는 담요를 끌어당기며 '춥다' 몸을 웅크리게도 합니다.

드라마 초원의 집 로라남편 알만조가 비바람과 폭풍우에 집이 흔적만 남기고 다 날아간 부서진 나무들 틈새에서 살아남은 제라늄을 보며 '바보같은 제라늄' 하면서 웃는 장면이 나오는데 웬지 오늘 비말이가 그런 느낌입니다.

태풍속에 살아남은-초원의 집 로라네 제라늄
태풍속에 살아남은 초원의 집 로라네 제라늄

비말이네 뜨락 제라늄들

' * 이 포스팅이 다음 (DAUM) 블로그에서는 어쩌면 마지막글과 사진이 될 것 같습니다. 오랜시간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비말 飛沫' 인터넷 공간 블로그에서 또 다른 미래가 있을지 기약도 없이 다음 블로그에서 보따리를 쌌던 시간들이기도 했습니다 (2022. 9. 2.)

비말네 뜨락 창밑-석류와 제라늄이 친구되어
비말네 뜨락 창밑의 석류와 제라늄이 친구되어

 

내일이 있을까 싶게 흐릿하던 기약도 없던 그 내일을 다시 만나는 시간들입니다. '글 속의 글들' 이라는 색바랜 편지속 카테고리 중에서 '내 좋은 모든 것들과 (2022. 9. 2.)' 라는 포스팅을 다시 만나면서 '2년이 됐네!' 티스토리로 쫒겨 (이사) 온 지도 벌써 2년이 다 돼가는 걸 지난 블로그 포스팅 글속에서 알아집 니다.

뿌리째 뽑혀 버려져도-사시사철 꽃피는 제라늄
뿌리째 뽑혀 버려져도 사시사철 꽃피는 제라늄

 

마음은 롤러코스트를 타고 날씨는 화염불 속을 달리면서 2024년 달력은 또 한장 찢겨져 나갔습니다. 60몇 년을 아스팔트위에 씹다 뱉아버린 껌처럼 더운 날 신발에 쩍쩍 달라붙는 듯한 느낌, 8월의 징크스.. 죽을 정도만 아니어도 감사하며 살아냈는데 고맙다는 거에 점점 더 인색해지는 나를 만납니다.

버린 걸 줏어다-짝꿍이 숨겨놓고 키운-제라늄
버린 걸 줏어다 짝꿍이 숨겨놓고 키운 제라늄

 

티스토리 블로그 2024년 개편을 보면서 '이걸 계속해야 하나?' 다시 마음이 살짝 금밟고 선 넘으면서 'OMG!' 합니다. 밥도 굶고 잠도 설치고 넘편과 밤낮으로 쌈박질해 가며 '놓으면 날아갈까~ 않가면 잊혀질까~' 수험생보다 더 열공하며 20여년 붙잡고 앉았던 블로그 글방인데 말입니다.

어쩌다보니 이젠 희망도 절망도 아닌 삶의 일부가 된 '색바랜 편지를 들고' 비말이 늘근소녀 일탈기, 뭐 그래도 이런 글 쓰면서 계속 붙잡고 있겠지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는 그 날까지.. 비말이가 하루 아침에 생겨나고 사라지는 블로거는 아니었으니요. 폭풍우에 집채가 날아가도 살아남은 로라네 뜨락 바보같은 제라늄처럼요.

분홍색도 붉은 색도-참 시러라했는데-'이뿌네'
분홍색도 붉은 색도 참 시러라했는데 '이뿌네'

안도현 詩 9월이 오면

*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 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머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노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게 남에게 남겨 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안도현 詩 9월이 오면

비말네 앞뜰 뒷뜰 옆뜨락들이-제라늄 밭이 되고
비말네 앞뜰 뒷뜰 옆뜨락들이 제라늄밭이 되고

비말이네 야채햄 쟁반

브로콜리, 양배추 데치고 홍피망, 오이, 당근 채썰고 양파 눈물콧물 찍어내며 쏭쏭썰고 터키햄과 소고기햄들을 지구봉보다 더 둥근 하양쟁반에 가지런히 올려놓습니다. 건강식 영양식 내돈 내산 내가 만들어 먹는 비말이네 야채햄 쟁반입니다.

브로콜리-양배추-홍피망-오이-당근-양파-소고기햄
브로콜리 양배추 홍피망 오이 당근 양파 소고기햄

 

미국 드라마 초원의 집 로라네 뜨락에 모진 비바람 태풍에도 살아남은 제라늄, 로라남편 알만조가 보며 '바보같은 제라늄' 하면서 활짝 웃습니다. 희망싹을 보며 반가와하고 다시 집을 짓고 가족과 함께 할 것을 생각합니다. 태풍에 집 전체가 날아갔는데 부서진 나무더미 사이에 살아남은 한 줌의 초록제라늄이 너무 소중하고 안타까와 하는 말 '바보같은 제라늄..'

뿌리째 뽑혀 쓰레기통으로 실려나가던 분홍색 제라늄들이 비말이 넘편의 도움으로 구사일생 살아남아 색바랜 편지속에서 블로그 포스팅 주인공되 듯 언젠가의 또 다른 9월이 오면 사람들의 손길과 숨길이 머무는 2024년 9월로 기억돼 줬으면 합니다. 비말이 대화란에서 흔적 조차 지워진 블글친구님들께서도 행복한 9월 되셨으면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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