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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는 여자

보이는 게 다가 아닌 세상에서 '보여줘 봐'

by 비말 2023.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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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게 다가 아닌 세상에서 '보여줘 봐'

‘사람 불러 고치고 새 것들 사서 써라’ 고 야단하는 딸넴하곤 자꾸 엇긋나기만 하던 어느 한 때는 진짜로 꼴도 보기 싫은 날들도 있었습니다. 자기가 무슨 신사임당으로 돈 강보에 싸여 태어난 것처럼 돈 알기를 함부로 해서 좀은 그랬는데 이번에 확실하게 만회 (?) 할 일이 생겼습니다.

사는 집 렌트주고 소문만 무성한 잘난 곳에서 돈 퍼부으면 애들 영재교육이니 뭐니 시킨다고 가더니 온 식구들 감기를 달고 살다가 외국인동료 변호사한테 일년치 렌트비 다받고 빌려준 집 3층에 불을 내 보험처리로 다되긴 한다지만 골치 아픈 게 많았던가 봅니다. 딸넴이 다 죽어가는 소리로 전화해서 일년도 안된 냉장고와 삼성 세탁기와 드라이기 남 준다기에 ‘우리가 가져올께’ 하니 자기도 조금은 남주기 아까왔던지 '어떻게?' 하길래 '우리 알아서 할께!'

 

겨울 뽕나무가 봄을 기다립니다

 

지난번 보험회사에서 소개해 준 일도 못 하는 사람들한테 집수리 맡겨서 몸고생 맘고생 한 적도 있었으면서 또 잘난 척하며 우린 입도 벙긋 못하게 해 알은 체도 않했더랬는데 좀 미안하긴 하지만 '한번 쯤은 당해봐야 할 일' 이라고 고소해 합니다. '나도 명색이 라이센스 가진 업잔데..' 해 가면서요 (이건 짝꿍도 모르게 비말이 혼자하는 옹알이 였습니다).

'꼴 좋다!' 허걱? 짝꿍도 같은 마음이었던가 봅니다. '지넘이 변호사면 변호사지 누굴 가르쳐!' 에쿵~ 속으로는 '법공부 했다고 다 같은 법과는 아닌데요?' 그러면서도 '뭐래, 걔가?' 속을 들킨게 좀은 편치 않았던지 잠시 숨을 고르더니 '어쩌고 저쩌고..' 으음~ 내가 들어도 화나네 '쟈들 우리 앞으로 보지 말까요?' 했더니 '그래도 그건 아니지!' 합니다.

 

김치도 맛났고 키친 창밖도 이뻤던 우리집

 

아예 렌트 유홀 추럭 빌려타고 갔더니 대 여섯명이나 되는 라티노 인부들 짝지어 노는 건지 일을 하는 건지~ 지들끼리 모여 키들거리며 시간만 죽이고 있었습니다. ‘헤이 요, 아미고 안달레! (Hey yo, Amigo Andale!') 짝꿍 화가 나도 암말않고 속만 들볶일 것 같아 나서기 싫어하는 (?) 비말이가 먼저 운을 뗍니다.

전기톱 가져간 걸로 비싼 몰딩들 잘못 됐다고 한 쪽에 숨겨둔 (?) 것들 찾아내 잘라 추럭에 실었더니 인부들 눈들이 돌아가고 키들대면서 카톡하고 구경만 하고 있더니 어느 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들어가 일하는 척들을 합니다.

 

나말고 누가 안방 창가에 서서 저 먼동을 맞을까?

 

가는 날이 장날이었던지 아님 비말이 잘난 체 좀 하라고 도와주는 건지~ 2층에서 작업하던 마루회사에서 나온 기술자가 카펫을 잘못 잘라 ‘어쩌면 좋으냐’ 고 딸넴 얼굴이 벌게져 내려와 '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좀 올라가 보랍니다. 지아버지 얼굴에 살짝 미소가 번집니다. 우리 못 믿어 지들이 고용한 업자들인데 ‘나몰라’ 라 하고 싶지만 ‘기분이다’ 수 천불도 넘을 새 것같은 버릴 (?) 신형 냉장고 세탁기들 공짜로 가져 갈테니 '그 쯤이야!'

연식이 좀은 있을 것 같은 백인 기술자는 죽을 죄라도 지은 양 고개만 푸욱 숙이고 있습니다. 두 젊은 것들이 뭔 짓을 했는지 뻔히 보여 'What's the matter, sir?' (무슨 일이셔요, 선생님?) 하고 묻자 더 몸둘바를 몰라 더듬거립니다. '그럴리가 없는데' 라면서 당황해 머리속으로 새 것 가져다 해주려면 돈이 얼만가 계산을 하는 눈치입니다. 딸넴이나 사위 분명히 '짜집기로 하는 건 용납 않했을 거고' 딱 봐도 답이 나오는게 방문앞 숨은 공간들을 계산 않하고 정사각형으로 자른 건데..' 식식거리는 애들한테 살짝 눈흘기며 비싼 인부랑 공짜 비말이가 머리 맞대고 일 하는 걸 보고.. 그후 대접이 확 달라지고 뭔가 필요하면 전화기 부터 울렸습니다. 그 동안의 맘고생들이 하늘로 날으던 날이었습니다만 '뭐, 딱히 돈벌이는 않됐다' 는 위상 (?) 이 달라졌다는!

 

이름도 많은 극락조, 제라늄, 핸엔칙스, 아이리스, 뽕나무

 

사위는 ‘아버님 어머님 치과와 안과 치료’ 저희가 해 드릴께요, ‘노댕큐다, 우리 껀 우리가 할께’ 지들 아버지한테 응원의 눈길들을 보냈지만 ‘애들아, 비말이가 싫으면 넘편도 못한다’ 짝꿍은 울마눌 오늘 기좀 세워주자는 느낌으로 그 동안 자기가 편 못돼 준 것까지 카바하며 힘이 돼 줬습니다. 아, 몇 십년 묵은 체증이 확~ 내편 내팬이 있어 살맛나는 하루 였습니다.

천지가 개벽을 하고 새롭게 창조를 한단들 나와는 무관할 것 같던 세상사가 이젠 분초를 다퉈가면서 밤낮을 마다않고 딴지를 걸어댑니다. 큰 맘 먹고 꽃구경 좀 하려 했더니 생각지도 못한 복병들 꿀벌들이 날아들어 난리굿을 해대니 할 수없이 '니들이 희생되야 겠다, 미안타’ 며 꽃대를 잘라 쓰레기통에 헌납합니다. (오래된 글들 찾아 고치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가, 내가 아닌 날들' 로 풍덩 빠져 듭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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