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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는 여자

비말네 사이프러스 나무 (Cypress Tree)

by 비말 2023.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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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말네 사이프러스나무 (Cypress Tree)

병풍처럼 서있는 나무들이 좋아서 산 집인데 이젠 그 사이프러스 나무 (Cypress Tree) 들이 애물단지같이 여겨져 없앨 궁리만 합니다. '잘라서 버려?' 열흘을 넘게 짝꿍이 묻는 말입니다. '짤라 버리지말고 한 곳에 모아 두셔요!' 대답도 똑 같습니다. 묻는 사람도 답하는 사람도 이젠 지쳐서 입은 한 일자로 꼬옥 다물고 화난 사람들처럼 동쪽과 서쪽에서 각자의 맡은 소일거리들에만 코 빠뜨리고 손들만 바쁘게 움직이며 서로의 눈치를 살핍니다. 그냥 좀 두면 알아서 계획 세워 도움을 청하던지 배제를 하던지 할 텐데..

어쩌다 비말네 사이프러스 나무 (Cypress Tree) 로 태어나 '이 꼴을 당하니?' 소나무 (Pine Tree) 만 됐어도 귀한 대접 받았을 것들이~ 하기사 대문밖 두 그루 소나무들도 그리 특별 대우는 못 받기는 마찬가지 입니다만. 아니라는데도 도움돼 주겠다는 넘편한테인지 귀하고 비싼 나무들 한테인지 혼자 옹알이로 궁시렁 거립니다. 무식한 똥고집 쥔마눌이 먹은 맘이 있으니 넘편도 딴지는 못 걸고 따라는 옵니다. 한국에서는 높은 고층 이삿짐이나 올릴 기증기 사다리차가 필요할 만큼 하늘로 치솟은 나무들이 까마귀 닮은 새들의 유격 훈련장이 되어 바람 타고 흔들립니다.

비말네 뜨락-\ 사이프러스 나무-Cypress Tree
비말네 사이프러스 나무 (Cypress Tree)

화가 반 고흐 (Vincent van Gogh) 의 눈길과 손 끝에서 사랑받고 완성됐던 사이프러스 나무 (Cypress Tree) 인데 비말네 집에서는 푸대접 받으며 매일을 가슴 졸입니다. 조경회사를 하는 옆집에서는 한 그루당은 좀 뭐 하니까 자르는 숫자들 다 합해서 '얼마' 라고 말해 주겠다는데 덤테기 쓸까 '생각해 볼께!' 그러고 맙니다. 담 하나 사이에 두고 오랜 세월 같이 해도 못 믿을 게 사람이라는 거에 작은 슬픔이 파장을 일으킵니다. 자기네 애들 비말이가 구운 빵으로 몇 년을 키웠냈는데도 돈 앞에서는 다들 무섭습니다. 그걸 알기에 말끝을 흐리는 마눌과 '설마?' 하면서 'How Much?' 하고 묻는 넘편은 오늘도 또 다른 파도를 타고 장을 넘습니다.

Vincent van Gogh-Cypress Tree
화가 반 고흐 (Vincent van Gogh) 사이프러스 나무 (Cypress Tree)

*사이프러스 나무 (Cypress Tree) 는 한 종류의 나무 이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는 삼나무 (Japanese redwood), 실편백나무, 측백나무 등으로 불리기도 하고 반 고흐의 그림속에 나타나는 나무로 한정하여 주제로 하였으며 서양 사람들이 부르는 더 정확한 이름으로 이탈리안 사이프러스 (Italian Cypress) 라고도 부른답니다.

*프랑스 남부 (Southern France) 이탈리아 북부를 거쳐 터키 (Turkey) 에 이르는 지중해 연안에서 자생하며 가지가 거의 옆으로 퍼지지 않는 홀쭉이 키다리 나무로 고흐의 편지에서 '뾰족탑' 으로 표현한 것처럼 아주 독특한 모양을 한 나무입니다. 식물학적으로는 '측백나무' 에 가까우나 잎은 '향나무' 처럼 옆으로 퍼지고~ 비말네 사이프러스 나무 (Cypress Tree) 들이 키만 좀 작아서도 봐 줬을 텐데 하늘만 보고 올라 갑니다.

비말네 뜨락-사이프러스 나무
사이프러스 나무 (Cypress Tree) 텃밭 울타리할 것들

열 세그루의 나무가 담벼락에 붙어 멋지게 자란 사이프러스 나무 (Cypress Tree) 에 반하고 오매불망 소원하던 벽난로가 있는 집이라 두 번도 안묻고 혹시나 싶어 '$500 을 더 얹어 가격을 써내라' 했는데 너무 만질 게 많은 집이라 다들 경쟁도 않하고 기권표를 던지는 바람에 저희 차지가 됐지만 나중 'Closing Costs' 까지 도움받고 우리돈 안들이고 샀으니 행운이었습니다. 한국인 브로커가 작은 도움을 몇번 줬길래 어차피 내 돈 나가는 거 아닌지라 전화해서 '당신이 우리한테 도움 좀 주면서 붙어라' 했더니 도리어 방해 공작만 해 셀러측에 편지를 했더니 반 년도 넘게 거들떠도 안보는 집이라 셀러측에서는 도리어 고마와 하면서 'Okay' 합니다. 난장판이 다된 집 안팎들을 눈감아 주면서 산 집이었는데 이젠 그 나무들 때문에 조금은 버거워 집니다.

사이프러스 나무-토막내기
이쁘게 잘라진 건 마눌솜씨, 울퉁불퉁은 넘편솜씨

*Cyprus (키프로스) '섬과 영원히 산다' 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측백나무과로 분류되며 특징으로는 키가 큰 원추형 교목으로 황적색의 나무 껍질 (단단하고 질김) 을 가지고 있으며 회갈색 열매가 열리고 한번 베어내면 재생하지 않으나 완전히 말라 죽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도 합니다. 오래 전 서울서 회갑 여행차 방문하신 큰 오라버님께서 한 그루를 잘랐는데 2 미터 쯤 남겨둔 뿌리 부분이 7 년 쯤 후에는 완전히 썩어서 죽었는데 나중 짝꿍이 6 미터 쯤 잎들과 줄기까지 남기고 자른 것은 아주 잘 자랐습니다.

석류나무-사이프러스 나무
비말네 사이프러스 나무 (Cypress Tree) 와 석류나무

활짝 열린 쪽문안을 슬쩍 들여다 보던 지나가던 조경회사 추럭에서 체격좋은 남자 둘이 내리면서 나무 한 그루당 $300 (몇 년 전에는 $1,000 달라더니) 에 사다리차 가져와서 잘라 주겠다는데 남한테는 쓴 소리 못하는 넘편은 씨익 웃기만 합니다. 해서 마눌이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혹시 한 그루당 $100 에 잘라 준다면?' 웃지도 않고 말하자 쬐그만 여자가 무서웠던지 덩치 큰 남미계 남자들은 피식 웃으며 'Good! (좋아)' 하면서 그냥 차에 올라타고 가더라고요. 사이프러스 나무 (Cypress Tree) 를 인터넷에서 만나면서 오래 전 수필처럼 짧게 써 올렸던 포스팅 글을 찾아 또 다시 소설을 써고 있는 비말이.. 죄송합니다. 비말네 사이프러스 나무 (Cypress Tree) 는 그냥 '그런 게 있었구나' 하시면서 눈으로 넘어 가시면 되십니다.

*표는 인터넷 검색에서 빌려와 대충 편집한 겁니다, 저야 뭐 아는 게 있습니까?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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