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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는 여자

비말네 오렌지나무

by 비말 2023.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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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나무 가지치기

동네에 오렌지나무들 있는 집들이 천태만상입니다. 그 무성한 잎들과 가지들을 다 잘라내 몸통만 남은 집도 있고 아직도 오렌지가 주렁주렁 달려 날아드는 새들의 밥이 되고 있는 집들도 꽤 있습니다.

비말네 오렌지나무 가지치던 날

비말이가 젤로 사랑하던 오렌지나무 가지치기하던 날 사진을 이제서야 만나 몇 년전을 또 소환해 냅니다. 그 때도 6월이었으니 요즘 것처럼 바로 다가섭니다.

20여년 사랑 듬뿍받은 비말네 오렌지나무

아직은 탱탱볼처럼 맛나게 잘 익은 오렌지도 있고 이미 쭈그러져 기운잃은 것도 있지만 다 먹을만 하고 새콤달콤 입안으로 들어가 몸과 맘에 만족감을 줬던 미네소타 오렌지나무였습니다.

넘편이 잘랐느냐고요? 마음 약해서 못해 비말이가~

오렌지나무 곁가지에 붙어 타고 오르던 이런저런 셋방살이하던 풀꽃나무들이 사정없이 잘려진 체 바닥에 나뒹궐기도 합니다. 보라색 나팔꽃 닮은 애들~ 연분홍 제라늄들~ '에이, 똥 밟았네!' 하면서 서럽게들 울어댔지만 이미 때는 늦었네요. 잘려져 나간 가지가 남의 집 큰 나무 둥치만 합니다.

우리가 '사랑받을 차례' 라면서 구경하는 분홍 제라늄들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연분홍 제라늄들이 '휴우 다행이다!' 그러면서 잘려져 나간 오렌지나무들을 구경꾼처럼 서서봅니다. 비말네 뜨락에서 20여년을 사랑받던 황금빛 오렌지품던 오렌지나무와 미운털 박혀 뿌리째 뽑혀져 나가던 분홍빛 제라늄들의 운명이 엊갈립니다.

빨간 저 손톱이 '한국제' 라는 것에 감동도 받고요

전기톱으로 붕붕거리면 편한데 넘편이 말을 안듣고 그냥 쓰레기통에 넣으면 된다기에 둘의 엊갈린 심사들이 마눌은 서쪽에서 한국 손톱으로~ 쪽가위로~ 나무가지들을 잘라 쓰레기통에 넣는 작업을 하면서도 넘편이 동쪽 뜨락으로 전기톱 들고 가서 뭔 사고를 저지는지 궁금하고 살짝 걱정도 됩니다.

나무가지 자르기보다 정리하는 게 더 지치기도 합니다

아침해가 그림자를 만들면 배도 고프고 당도 딸리고 '괜히 고집 피웠나?' 살짝 반성하는 마음이 될 때 쯤이면 짝꿍이 뭔가 하나들고 와서 '이거 뭔지 알아?' 먼저 말을 겁니다. 소갈머리 안이쁜 마눌도 '자기가 모르는데 내가 그걸 어찌 알아?' 그러면서 엉켰던 마음들을 풀어냅니다.

'쓰레기통엔 내가 넣을 께' 하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안으로 달려들어가 냉장고에서 짝꿍좋아할 만한 것들을 찾아 간식거리를 준비합니다. White Chocolate Shortcake (흰색 쵸콜렛케익) 과 먹다남은 아이스크림 모찌를 펼쳐놓고 입가심을 하자고 부르면 연장도 버려둔 체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넘편한테 '톱들은 들고 오셔요' 부탁아닌 명령조로 한 마디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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