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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는 여자

공대출신 마눌잡기

by 비말 2023.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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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며 만들어가는 페티오 도어

오래전 옛집에서 뒷마당 나가는쪽 문을 가지고 칼로 물베기 싸움을 했던 사진을 다시 봅니다. 페리오 문 (Patio Door) 때문에 한 달간은 넘편과 침묵과 묵언의 시간도 갖고 소리없는 전쟁을 치뤄기도 하면서 속 시끄럽게 쿵광거린 적도 있었는데 이번에 엘에이 (LA) 둘째 시누이집에 가니 더한 전쟁들을 겪고 있었습니다. 터마이트 (Termite 흰개미) 가 먹어 손가락만 살짝 닿아도 우수수 터마이트알이 쏟아져 내리고 나무가 얇은 종잇장처럼 부서져 떨어졌는데 그 쪽 넘편께서 '괜찮다!' 고집을 피우고 있어 비싼 집이 나날이 병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법대냐 공대냐 싸우며 만들어가는 페티오도어

귀가 좀 얇고 마음이 모질지 못하고 걱정을 사서하는 시누이는 혼자서 여기저기 전화해서 사람을 불러 괜히 고치는 값만 더 올려놘 상태라 골치가 아팠는데 집주인 본인들이 먼저 해결을 못한 일 우리도 어찌할 도리가 없어 그냥 왔지만 남의 일 같지않아 속이 상하기도 해 짝꿍한테 '봤지? 자기도 저랬어!' 했더니 '내가 뭘, 저 정도는 아니었다!' 그럽니다. 남들한테 무시 당하는 것도 서러워라 커덩 평생 함께 가는 내 짝이 나를 못 믿어줄 때는 참으로 억울하고 힘이 드는 일입니다.

문제는 큰 문을 작게 만들고 벽을 막아야 합니다

일단은 동네 홈디포 (Home Depot) 와 로우스 (Lowe;s) 로 놀러가 보자면서 꼬셔 (?) 함께 갑니다. 밖에 나가는 것 보다 집안에서 일하기 좋아하는 마눌이 나가자면 '얼씨구나' 운전대를 잡는 넘편인지라~ 그러기전에 먼저 인터넷 시장 조사를 끝낸 마눌은 이미 설계도가 머리속에 펼쳐져 있는데 넘편은 자꾸 딴지를 겁니다.

왼쪽 사진은 오른쪽 문을 끼우고 남은 공간벽을 막는 작업

다른 집들은 작은 문을 크게 만들기 위한 건데 저희는 너무 큰 문을 줄이기 위한 거라 사람을 불러 견적을 떼 봤더니 문은 스페샬 오더를 해야 하는데 그냥 만들어 두고 파는 것의 두 배가 넘고 집까지 실어다 주는 것도 공짜가 아니요 적어도 3 사람 이상이 일을 해야 하니 그 인건비도 엄청 납니다. 그 위에 집에 도착하려면 두 달 정도는 기다려야 한답니다. 대충 내 보라고 한 견적이 우리가 생각한 4 배도 넘는데 작은 문을 넣고 남은 뻥둟린 벽은 자기들이 막아줄 수 없으니 목수를 따로 고용해야 한답니다.

좌는 밖에서 본 사진이고 우는 안에서 본 사진입니다

'자기야, 나 이래봐도 공대 출신이야~ 내가 할께!' 농담처럼 살짝 운을 뗐더니 웃기는 짬뽕이라며 '니가 뭘 해?' 하는 눈으로 쳐다봅니다. 차마 입밖으로 내지 못한 말이 속눈썹 일렁거리는 눈속에 빤히 바라보입니다.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는데 다치면 어쩌려고?' 얼렁뚱땅 걱정하는 척 하며 좀더 기다려 보잡니다. '진통제 미리 먹고 파스 바르고 압축붕대 전체로 감으면 돼!' 그러면서 시작을 한 겁니다.

밤에 자다가 벌떡 일어나 키친으로 나가 디카로 찰칵

우여곡절 끝에 이틀만에 끝을 내고 밤에도 키친에 나와 보면서 디카를 눌려봅니다. 어디 흔들리는데 있나 만져도 보고 뭐가 더 필요한지 점검도 하면서 쫄대를 덧댈 곳도 찾아내고 몰딩붙일 것도, 페인트할 색도 골라놓고.. 하나씩 내 손으로 만들어져가는 내 집이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내 것일거라 생각하며 열과 성을 다합니다.

밤이 깊어 보이지도 않는데 다시 일어나 디카로 찰칵

*홈디포 (The Home Depot, Inc., NYSE: HD) 와 로우스 (Lowe's Companies, Inc., ) 는 미국의 가정집 인테리어, 익스테리어, 조경, 조명과 가전제품, 가구, 건축자재, 원자재, 바닥, 타일, 정원 관리등의 집 관련 가전, 가구와 도구, 용품, 제품, 설비들을 제공하는 기업이라고 인터넷 사전에 설명돼 있네요.

다음 날 아침식사 준비를 하면서 또 찍어봅니다, 괜찮네?

전문가 불러다 한 집들도 '별 볼일없는 것 같더라' 며 넘편은 아침에 키친으로 나와 페리오 밖 뒷뜰에 풀꽃나무들 물주러 나가면서 한 마디합니다. 페리오 도어 하기전에 바깥의 페리오 지붕하면서도 엄청 싸웠는데 일은 거의 짝꿍이 다 했습니다. 문밖의 페리오지붕 하얀 페인트 칠도 거의 혼자 다했습니다. 망치로 못 하나 박으면서도 자기 손가락치던 사람이 에어건으로 쏘고 전기톱으로 자르고 붓질하며 자기 혼자 하나씩 완성시켜 가더니 어느 날부터는 먼저 하자고 하더라고요. 다시 새 집에 와서 우리 살기 편하게 만들어야 할 게 많은데 이젠 제가 일손잡기가 귀찮아 집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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