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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는 여자

향나무 Juniper

by 비말 2023.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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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백나무과 향나무속 연필향나무


비말이네는 미국하고도 서부에 자리한 캘리포니아, 엘에이에서 멀지않은 동네입니다. Juniper라고 불리는 향나무가 여섯그루가 있었는데 엄청 컸습니다. 북아메리카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 국가) 원산의 상록교목으로 높이는 12~30 m에 이르고 꽃은 암수 한그루라고 합니다. 주로 피라미드형이며 나무껍질은 회갈색 또는 적갈색이며 어린잎은 바늘모양이고 열매는 흑청색을 띠고 흰가루를 머금 있으며 목재는 균질하여 깎기 쉽고 향이 있어 연필을 만드는 데 쓰이므로 연필향나무라 한답니다. 세공물, 나무통, 베니어판 등에 쓰이며 목재의 기름은 비누의 향료 등에 쓴다고 하는데 20년 넘게 한 집에서 여섯 그루와 함께 했음에도 이제서야 알아지는 게 많습니다. 효능 으로서 위경련, 구토 설사 또 배가 아플때나 열 감기 해열 작용도 좋다고 합니다. 또한 고혈압이나 두드러기 습진 변비 관절염 피부개선에도 아주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비말네 향나무 Juniper, 측백나무과 향나무속 연필향나무


향나무의 꽃말은 '영원한 향기' 라고 합니다. 나무 자르는 머신으로 향나무를 자를 때면 아닌 게 아니라 향기가 좋아 계속 자르다가 더러는 너무 쳐내서 속에 누렇게 죽은 갈잎을 내놓게도 합니다, 울집 나무들 중 눈으로 보기에는 소나무가 멋 있었고 향기로는 향나무가 더 좋았는데 이젠 남의 손에 넘겨줘 더는 가지쳐 낼 일은 없어 시원 섭섭하기도 합니다. 배나무에 붉은 별무늬병을 옮기므로 과수원 가까이에는 심지 않는다고 합니다.

머신 들고 신나게 붕붕~ 아뿔사, 너무 잘라 속을 보였네!


연필향나무의 잎은 바늘잎과 비늘잎 두 가지가 달리는데, 어린 가지에는 만지면 따가운 바늘잎이 달리고 묵은 가지에는 만지면 부드러운 비늘잎이 달립니다. 짝꿍이 저 힘들까봐 자기가 자르겠다는 했지만 맡기질 않았는데 간혹 자른나무들 쓰레기통에 담는 동안 껄끄럽고 찔리는 느낌을 아주 싫어라 해서 미워하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향기가 좋아 늘 곁에 두고 보고 싶어 했지만요. 어떤 이들은 옆을 스쳐도 향기가 난다고 했는데 저는 잘라낼 때만 맡게 되더라고요?

큰 향나무키를 줄여 맞춰려했더니 짜리 몽땅이 되네요


암수 딴그루로 4월쯤 꽃이 피는데 수꽃은 가지끝에 달리며 노란색으로 타원형이고 암꽃은 가지끝이나 잎겨드랑이에서 달리며 동그랗습니다. 아주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측백나무과 향나무속 연필향나무를 저는 '과속나무' 라고도 불렀습니다. 어찌나 빨리 자라고 아차하면 옆으로 벌어져 칠렐레 팔렐레 늘어지기도 하거든요. 연필향나무의 열매는 10월쯤 처음에는 초록색으로 나중에는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자주색으로 여물면서 벌어지는데 그 속에 씨앗이 두세 개 들어 있기도요.

잘려져 쓰레기통으로 실려갈 아이들이 청푸릅니다


저희 집에서는 차고 양옆에 서있는 두 그루는 자주 손질을 하다보니 열매를 놓칠 때가 많지만 뒷문 가까이는 좀더 두고 보다보니 지들 맘대로 얼키고 설켜 난리굿들을 해대면서 측백나무과 향나무속 연필향나무 그 이름에 걸맞게 사계를 맘껏 향기를 품으면 자랐습니다. 미국에서도 정원이나 공원에서 많이들 심어 기르는데 곁뿌리가 많아서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고 공해에 강하며 옮겨 심어도 잘 자란다고 합니다. 우린 옮겨 심어보진 않았기에 그건 모르는 일이지만요. 보통 씨앗을 심는다고 하는데 가지를 끊어 심기도 한답니다. 가지를 끊어서 장마철에 심으면 뿌리를 잘 내려서 씨앗을 심은 것보다 훨씬 빨리 자란다고 합니다.

가만두면 향나무 키가 자라 지붕밑에까지 가 닿습니다


나무를 깎아 향으로 쓰기도 한다는데 향기가 좋고 붉은색이 나며 윤이 나고 결이 좋아서 고급 가구재로 많이 사용한답니다. 가지와 잎은 잘라 말렸다가 약으로 쓴다는데 상처와 피부병에 잘 듣고 뱃병이 났을 때 먹기도 한다는데 분하게도 그걸 이제서야 알아냅니다. 나무에 달려있을 때는 늘푸른 소나무처럼 싱싱한데 저렇게 잘라 놓으면 이삼일만에 바스라져 먼지처럼 날리기도 합니다.

힘써고 먼지 뒤집어 쓴 날은 돼지고기 야채고추장볶음


내 손을 떠난 후 그 용도와 가치를 알게 되면 좀 억울한 생각도 들지요. 그래서 있을 때 잘 하라는 말들을 하나 봅니다. 처음 이사를 들어간 집에서 젤로 처음 자르면서 손질했던 향나무 (Juniper) 가 문득 그리운 날입니다. 돼지고기도 못 먹고 뻔데기도 못 먹고 국수도 싫고 빵도 싫다고 버팅기는 마음을 다잡고 이젠 '못 먹는 것 없이' 다 잘 먹으면서 타국 생활에 젖어들만 하니 이미 늙은 할매가 돼 있습니다. 오늘 만든 건 아니지만 먼지 뒤집어 쓴 날은 돼지고기가 좋다고 해서 돼지고기 야채고추장볶음으로 만들어 맛나게 먹었던 쟁반을 다시 올려봅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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