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골프장 여자

사계가 하루안에서

by 비말 2024. 1. 11.
320x100

뎀뿌라새우 베지롤 만두 치킨

컴앞에 앉아 호호 손가락 불어가며 화면과 눈쌈하고 있는데 '오늘도 안 갈거야?' 넘편이 살짝 뼈있는 한 마디를 날립니다. '아니, 갈거야~' 그러면서도 얼릉 컴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마눌한테 한 마디 더 날립니다. 엊그제 자동차로 돌아오다 본 골프장의 잔디가 파랗고 이뿌더라며 '블로그 사진으로 좋을 것 같더라' 면서 살살 꼬십니다.

골프장 잔디와 풀
하얀 골프공까지도 풀색이 들어 파랗습니다

새벽참같이 간단식으로 먹은 아침이 어중간해서 뭘 좀 먹고 가쟀더니 간단식으로 또 먹자기에 사골국 반그릇에 잘 익은 배추김치와 무우채만 놓고 뚝딱 반 배씩만 채우고 길을 나섭니다. 밖은 춥지도 않고 햇살 쨍쨍이라며~ 추워서 꼼짝도 하기 싫었지만 얼릉 옷을 갈아입고 따라 나서기로 합니다.

골프장 노랑 민들레꽃
노랑민들래가 다리를 잡는데 골프가 대순가?

첫 홀부터 민들레 노랑꽃이 하얀 홀씨와 함께 다리를 거머잡고 눈길을 끌어 짝꿍한테 빛 좀 가려 달랬더니 하도 엉성해 골프채 던지고 스스로 그림자를 만들어냅니다. 옷을 좀 과하게 껴입는 걸 보면서 세 홀도 못 돌고 벗어 던질거라며 빙글거리면서도 말리진 않더니~ 두 홀 돌고는 패딩도 벗어던지고 오른쪽 장갑까지 벗어 버렸습니다.

민들레 홀씨되어
민들레 홀씨되어 떠날 준비를 하나봅니다

골프장 잔디들이 홀마다 다른 느낌으로 새 봄을 맞은 것처럼 그린 그래스 (green grass) 하기도 하고 여름날 햇살에 몽롱해진 느낌이 들기도 하고 혹은 가을~ 가을하면서 바스락 낙엽소리까지 내며 민들레 홀씨되어 떠날 준비를 하기도 했습니다.

스프링롤, 치킨, 왕새우튀김, 만두
베지 스프링롤, 치킨, 왕새우튀김, 비비고 만두

왼쪽에서 부터 베지터블 스프링 롤스, 치킨 스트라입스, 뎀뿌라 새우튀김, 비비고 만두입니다. 에어 프라이어로 구운 걸 다시 개스불에 달권 팬에 넣고 살짝 굴려주면 겉바속축 기름끼도 쏘옥 빠져 입안에 남는 기름맛은 전혀 없습니다. 처음 사먹었을 때는 기름맛 때문에 못 먹겠다고 했는데 짝꿍이 연구를 좀 했나봅니다.

Shrimp, Spring Rolls, Chicken, 만두
Tempura Shrimp, 베지 Spring Rolls, Chicken, 만두

뎀뿌라 새우 (Tempura Shrimp), 베지터블 스프링 롤스 (Vegetable Spring Rolls), 비비고 왕교자 만두, 치킨 스트라입스 (Realgood Chicken Strips)~ 점심도 저녁도 아닌 어중간한 시간 기름끼있는 4가지를 잠시 동안 다 만들어 내놓는 짝꿍도 이젠 반 요리사가 돼 갑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한 겨울속 사계를 만난 하루가 즐거웠습니다

자기가 꼬꼬마같이 나왔다며 불만을 표하는 넘편을 보면서 '참 많이도 변했네' 합니다. 블로그 못 하게 말리던 세월이 엊그제 같은데 그예 20년도 넘었네요. 70이 가까와진 다 늙은 마눌한테 스파르타식 골프교육을 시키려는지 150m 거리에서 골프공 70개씩을 치게 합니다. 삭신이 쑤셔 진통제와 파스한테 도움을 받은 시간이지만 살아있으니 아픈것도 느낄 수 있다며 컴앞보다 밖으로 나가는 시간을 더 늘일가 합니다.

묵은 해, 새해 싸잡아 게으런 일꾼들을 놀리기라도 하듯 풀들이 잔디보다 더 길게 자란 홀은 계절감각을 잊게도 하고 찬바람 스산하게 부는 홀에서는 조끼를 다시 꺼내 입기도 하면서 좀 과하게 힘을 쓴 하루였지만 즐거운 한 때 였습니다. 집에 오니 추워서 전기 히터까지 켜고 만들어준 골고루 간식들로 배를 채우면서 여왕보다 더 행복한 시간을 만끽합니다.

비말 飛沫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