뎀뿌라새우 베지롤 만두 치킨
컴앞에 앉아 호호 손가락 불어가며 화면과 눈쌈하고 있는데 '오늘도 안 갈거야?' 넘편이 살짝 뼈있는 한 마디를 날립니다. '아니, 갈거야~' 그러면서도 얼릉 컴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마눌한테 한 마디 더 날립니다. 엊그제 자동차로 돌아오다 본 골프장의 잔디가 파랗고 이뿌더라며 '블로그 사진으로 좋을 것 같더라' 면서 살살 꼬십니다.
새벽참같이 간단식으로 먹은 아침이 어중간해서 뭘 좀 먹고 가쟀더니 간단식으로 또 먹자기에 사골국 반그릇에 잘 익은 배추김치와 무우채만 놓고 뚝딱 반 배씩만 채우고 길을 나섭니다. 밖은 춥지도 않고 햇살 쨍쨍이라며~ 추워서 꼼짝도 하기 싫었지만 얼릉 옷을 갈아입고 따라 나서기로 합니다.
첫 홀부터 민들레 노랑꽃이 하얀 홀씨와 함께 다리를 거머잡고 눈길을 끌어 짝꿍한테 빛 좀 가려 달랬더니 하도 엉성해 골프채 던지고 스스로 그림자를 만들어냅니다. 옷을 좀 과하게 껴입는 걸 보면서 세 홀도 못 돌고 벗어 던질거라며 빙글거리면서도 말리진 않더니~ 두 홀 돌고는 패딩도 벗어던지고 오른쪽 장갑까지 벗어 버렸습니다.
골프장 잔디들이 홀마다 다른 느낌으로 새 봄을 맞은 것처럼 그린 그래스 (green grass) 하기도 하고 여름날 햇살에 몽롱해진 느낌이 들기도 하고 혹은 가을~ 가을하면서 바스락 낙엽소리까지 내며 민들레 홀씨되어 떠날 준비를 하기도 했습니다.
왼쪽에서 부터 베지터블 스프링 롤스, 치킨 스트라입스, 뎀뿌라 새우튀김, 비비고 만두입니다. 에어 프라이어로 구운 걸 다시 개스불에 달권 팬에 넣고 살짝 굴려주면 겉바속축 기름끼도 쏘옥 빠져 입안에 남는 기름맛은 전혀 없습니다. 처음 사먹었을 때는 기름맛 때문에 못 먹겠다고 했는데 짝꿍이 연구를 좀 했나봅니다.
뎀뿌라 새우 (Tempura Shrimp), 베지터블 스프링 롤스 (Vegetable Spring Rolls), 비비고 왕교자 만두, 치킨 스트라입스 (Realgood Chicken Strips)~ 점심도 저녁도 아닌 어중간한 시간 기름끼있는 4가지를 잠시 동안 다 만들어 내놓는 짝꿍도 이젠 반 요리사가 돼 갑니다.
자기가 꼬꼬마같이 나왔다며 불만을 표하는 넘편을 보면서 '참 많이도 변했네' 합니다. 블로그 못 하게 말리던 세월이 엊그제 같은데 그예 20년도 넘었네요. 70이 가까와진 다 늙은 마눌한테 스파르타식 골프교육을 시키려는지 150m 거리에서 골프공 70개씩을 치게 합니다. 삭신이 쑤셔 진통제와 파스한테 도움을 받은 시간이지만 살아있으니 아픈것도 느낄 수 있다며 컴앞보다 밖으로 나가는 시간을 더 늘일가 합니다.
묵은 해, 새해 싸잡아 게으런 일꾼들을 놀리기라도 하듯 풀들이 잔디보다 더 길게 자란 홀은 계절감각을 잊게도 하고 찬바람 스산하게 부는 홀에서는 조끼를 다시 꺼내 입기도 하면서 좀 과하게 힘을 쓴 하루였지만 즐거운 한 때 였습니다. 집에 오니 추워서 전기 히터까지 켜고 만들어준 골고루 간식들로 배를 채우면서 여왕보다 더 행복한 시간을 만끽합니다.
비말 飛沫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