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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근소녀 일탈기

스팸이냐 꽁치냐

by 비말 2024. 6. 13.

묵은지 느낌 스팸꽁치찌개

몇 달전 김치 욕심을 내며 한국마켓을 자주 방문해 배추, 무우, 총각무, 파들을 몇 박스씩 사다 담았더니 넉넉하다 못해 넘칩니다. 띵가띵가 놀다가 3년 전 거뒨 일손 다시 펼치면서 녹슨 연장들 찾아 내 조금 무리했더니 둘다 입맛도 밥맛도 다 달아났는데 갑자기 넘편 '왜 여즘은 김치찌개 않해?' 합니다.

묵은지 느낌-스팸꽁치찌개-누렁지
묵은지 느낌의 스팸꽁치찌개와 누렁지

시어진 김치들 꺼내 일단 물로 두어번 헹궈서 꼭 짜고 대충 썰어 기름 조금 부은 속깊은 왁에 밀어 넣습니다. 밥 없으면 섭섭해지는 비말이네 식은 밥도 많기에 누렁지를 만들어 다시 끓입니다.

누렁지-고소하게 만들어 졌네요
누렁지가 맛나고 고소하게 만들어 졌네요

식은 밥으로 누렁지를

기름을 좀 넉넉하게 부은 되바라진 얕은 솥에 식은 밥을 마이크로 오븐에 살짝 데워 쫙 펴서 깔고 노랑노랑 굽듯이 누렁지를 만든 후 물을 붓고 끓입니다.

스팸이냐 꽁치냐-둘 다 넣습니다
스팸이냐 꽁치냐~ 둘 다 넣고 해버립니다

스팸 (SPAM) 도 있고 펭귄 (PENGUIN) 꽁치 통조림도 있는데 뭘로 할까냐고 물으니 '니 하고 싶은 대로 맘대로 하세요' 하는 넘편의 성의없는 대답에 둘다 땁니다. 스팸이든 꽁치든 둘 중 하나는 맛을 잡아 주겠지, 뭐~ 짝꿍, '그걸 다 먹게?' 하면서 입맛을 다십니다.

신김치 맛이 배어-스팸도 꽁치도 맛쨩
신김치 맛이 배어 스팸도 꽁치도 맛 났네요

스팸 꽁치캔 신김치들로

200단이나 되는 파 2박스를 사다 냉동고에 넣고 몇 달째 먹으면서 '참 잘 샀다' 합니다. 요즘 파 한단에 거의 1,000원을 하네요. 파와 양파도 넉넉히 넣고 파란 불꽃이 열불나게 일하느라 튀고 솟는 속깊은 냄비속을 들여다 봅니다. 비말이 퓨전식이라 요리 전문가님들 보시면 웃으시겠습니다.

비쥬얼은 포스팅 사진으로 올릴 자격을 못 갖췄지만 맛은 되고도 남아 오늘의 포스팅으로 올려집니다. 요즘 한국의 맛집들은 촌시런 순이같은 느낌의 찌개들 다 밀어내고 한국식도 미국식도 아닌 음식들이 이뿌고 맛깔스럽게 차려지던데 고국 떠난 이방인으로 사는 우리한테는 김치찌개 하나도 추억이고 그리움입니다. 묵은지 느낌 스팸꽁치찌개와 누렁지가 오늘 하루를 좀더 기운나게 해 줄것 같습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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